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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놈 몰아내는 전쟁 시작" 이석기 발언 일파만파


입력 2013.08.30 10:44 수정 2013.08.30 16:09        김아연 인턴기자

<녹취록 공개>"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

참석자들 "KT 혜화지점, 평택물류기지 타격"

29일 오후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뒤 의원실을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조직원들과 가진 회합 내용이 담긴 국정원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정원이 녹취한 ‘통합진보당 RO 회합 대화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우리가 자주된 사상, 통일된 사상으로 미국놈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 없는 그야말로 조선 민족의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것은 ‘영예로운’ 일이라며 RO ‘조직 총책’으로서의 리더십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현 정세는 낡은 지배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단계로 가는 대격변기이자 대변환기”라며 “종국적으로 조선 민족으로 표현되는 자주 역량이 힘에 의해서 승리로 가는 국면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고난을 각오하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RO가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할 ‘주체’임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격변’을 행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군사적 위협’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군사적인 위협 국면이 더 조성되면 뭐든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사상전, 전쟁이다”라며 “이 권력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를 이제 바꿔 버려라. 지배 세력에 60여년동안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된다”라며 현 정세를 무너뜨리는 것이 RO 조직의 목적임을 확인시켰다. 또 그는 “쟤들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것이다. 온갖 방해 책동 물리적 탄압 공작이 들어올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왕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야한다”며 구체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조직을 선동했다. 특히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한다. 기술 준비가 필요하다. 포괄적으로 물질적 준비를 갖추자”라고 하며 남북한 간 전쟁 발발에 대비하여 조직원들에게 미리 계획하고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또 이 의원은 “여기서 나온게 이른바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정규전의 전면전이 아닌 비정규전, 이런 상태가 앞으로 전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말한 ‘비정규전’은 도피 및 탈출, 전복활동 등이 포함되며 주로 기존 정권을 제거 또는 약화시킬 목적으로 수행되는 총체적 저항활동을 뜻해 더욱 충격을 주고있다.

한편 이 의원은 맹목적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의원은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다 상을 받아야 돼”라고 말한 반면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야”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회에 소속된 현역 의원의 발언이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대목이었다. 또 그는 “전 세계에 최근에 자료를 보니까 6kg 미만의 최소 경량화해서 핵무기로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 3~4개밖에 안 된다고 그러네”라며 “특히 이번에 (북한이) 이룬 게 엄청난 거예요”라며 북핵과 관련하여 고무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 이건 이미 전쟁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 새 형태의 전쟁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조직원들과 함께 ‘필승’을 다졌다.

국정원 수사관들이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철수한 가운데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이 압수물이 찍힌 사진을 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RO 조직원 및 회합 참석자들은 권역별 토의에서 이 의원이 지시한 ‘정치·군사적, 기술적·물질적 준비’ 계획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나누었다. 국정원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상당부분 논의를 진전했으며 통신·유류시설 등과 같은 국가 시설에 대한 사전조사도 꽤 이룬 것으로 보였다.

통신 시설과 관련하여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수도권을 관통하는 KT혜화전화국과 분당인터넷데이터센터 등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통신 같은 경우도 가장 큰 데가 혜화국이에요. 그 다음에 분당에 있습니다”라며 “거기에는 쥐새끼 한 마리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전공 형태가 돼야하기 때문에 몇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고문은 평택을 '군사적 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이라 설명하며 “실제로 (평택) 지역에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중요하게 어떤 화약, 생산하는 곳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류저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데가 평택에 있는 유조창”이라며 “그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니켈합금이다. 그것은 관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RO 조직원들이 주요 국가 시설 조사를 위해 현지 답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 밖에도 이 고문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을 통해 “사람을 살상시킬 만큼 위협적인 폭탄을 만들 수 있다”며 “가지고 있는 재료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역시 “주요시설 마비시키려면 요즘 첨단기술이니 해킹기술로 레이더 기지나 이런 것들을 마비시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저격용 총’을 준비해야 된다고 주장한 이도 있었다.

또 최진성 경기화성노동인권센터소장은 전쟁 발발에 대비해 “비상식량, 음식, 필요한 이런 것들을 집에 준비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통진당 RO 조직원들의 회합 녹취록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들은 ‘국지전, 비정규전’ 형태의 전쟁을 통해 ‘현 정세를 무너뜨린다’는 목적을 견고히 한 것으로 보였고, 이는 전쟁 상황을 구체적으로 모의한 권역별 토의에서도 드러났다.

현재 이 의원 및 RO 조직원들의 내란 모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며, 권역별 토의 녹취록에 등장했던 이상호 고문, 홍순석 부위원장, 한동근 전 통진당 수원시위원장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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