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땅 탈북자들이 살아가는 법 아는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연극 '이중사연' 통해 2만5000 탈북자 삶 재조명
북한에서의 사연과 남한에서의 사연, 두 사연 모두를 안고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애환을 담은 연극 ‘이중사연(A man has two stories, 연출 이대영)’이 4일 첫 무대를 올렸다.
2012년 북한의 변화를 꿈꾸는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어항을 나온 다섯물고기, 정명’을 제작한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이 두 번째 연극 ‘이중사연’을 통해 한국에 살고 있는 2만5000여명의 탈북자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다소 무겁고 어둡다는 평을 받았던 전작 ‘정명’과 달리 ‘이중사연’은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남수(백종오)가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휴먼희비극이다.
한남수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는 4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연극 ‘이중사연’이 관객들에게 탈북자의 삶과 북한 사회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연극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중사연’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서울에서 악착같이 살아가야만 하는 탈북자 남수의 사연이다. 남수가 대리운전 기사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탈북자를 좋게 보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안 좋게 보고 상처가 되는 말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며 “주인공 남수는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탈북자 모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극은 대리운전 기사이자 작가를 꿈꾸는 남수를 중심으로 ‘망명정부’라는 이름의 카페와 남수가 운전하는 차 안을 오고가며 탈북자들의 삶과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관객들은 무대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과 숙연함으로 탈북자 남수와 주변 인물들을 만난다. 대리운전 손님 중에는 남수와 같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탈북자도 있고, 탈북자를 그저 ‘조국과 가족을 배신한 빨갱이’로 치부해버리는 한국인도 있다.
특히 극중에서 어느 사업가(정준영)가 만취한 채 고향이 이북이라는 남수에게 “빨갱이 자식, 당장 차를 세우라”며 고함을 내지르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혹시 자신도 탈북자를 사업가와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100여석 규모의 공연장에는 청년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자리했다. 연극은 모든 연령층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스토리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큰 재미와 눈물을 선사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는 90여분 중 관객들이 극중 인물 남수가 아닌 우리 사회에 유입된 탈북자 전체로 생각을 확장시키고,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한 대표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약 한달반의 시간동안 탈북청년과 한국청년 배우들이 함께 모여 연극을 준비했던 시간들은 “미래 한반도 통일을 향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동행’의 출발 신호였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탈북자를 고향과 지역이 다른 그냥 똑같은 사람으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며 “지금부터 탈북자들도 작은 통일을 조금씩 이루어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문을 더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중사연’ 연출을 맡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이대영 교수(‘환생경제’, ‘정명’ 외 다수 연출)는 “남북한의 문화적 이질감을 회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통일을 꿈꾼다”며 “모든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남한 사회에 정착해 행복한 삶을 살고, 통일의 날에 금의환향하여 북한의 가족들과 아름답게 만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극을 만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이 교수는 “관객들이 연극을 통해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따스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극 ‘이중사연’은 오는 29일까지 서울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공연은 평일 오후 8시(추석당일, 월요일 공연 쉼), 토요일 오후 4시, 7시, 일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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