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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에서 빛난 김승연 회장의 '뚝심경영'


입력 2013.09.10 16:37 수정 2013.09.10 21:00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이강미의 재계산책>시장악화속 다른 기업들과 정반대 행보, 세계 태양광 시장 1위 '눈 앞' …남은 숙제는 오너경영공백

이강미 데일리안 산업부 부장/재계팀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미래신성장사업으로 뛰어들었던 태양광 시장이 극심한 불황기가 덮친데다 최고경영자의 구속으로 인한 경영공백이란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도 특유의 뚝심있는 투자를 지속,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화그룹이 이같이 뚝심있게 밀어부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그룹 오너인 김 회장의 ‘뚝심경영’에서 비롯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태양광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지속적인 투자·인수를 통해 전 분야의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 2014년 한화케미칼 여수 공장에서 폴리실리콘 생산 라인이 가동되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 등)-태양전지(셀)-모듈(한화큐셀, 한화 L&C 등)-태양광 발전(한화큐셀)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 분야에 걸쳐 수직계열사를 완성했고, 중국 업체들의 부진으로 발전 사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노리는 상황이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2분기 모듈 출하량은 420~450㎿로, 2012년 4분기 출하량보다 약 70% 향상됐다”며 “태양광 사업이 점차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한화의 적극적인 행보는 경쟁 태양광 업체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태양광 사업은 태양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하고, 주요 수요처인 유럽 지역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최대 엔지니어링업체인 지멘스의 피터 뢰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월 말 실적 부진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009년 태양광 사업에 뛰어는 지멘스는 결국 지난해 말 계속된 불황으로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고 사업부를 매각했다. 태양광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낮은 성장성, 비용 증가 압력, 부진한 사업 실적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국내 업체들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양광 사업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하면서 한화케미칼을 포함한 OCI, 웅진에너지, 한화솔라원, 오성엘에스티 등 국내 대표 태양광 업체들의 실적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웅진그룹 법정관리 사태의 원인 중 하나 역시 무리한 태양광 사업 투자였다.

OCI, LG, KCC, 현대중공업 등 태양광 사업이나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신규 투자를 중단했고, 지난해부터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업체마저 나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011년 11월 7일 일본 마루베니사의 아사다 테루오 사장과 태양광 시장에 대한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한화그룹

이런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는 김 회장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1년 신년사를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태양광 사업 정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린에너지는 미래의 산업혁명을 이끌 주역이다. 태양광 사업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20년까지 태양광을 위시한 핵심 사업부문에서 국내 정상을 넘어 세계 1등 제품, 세계 1등 글로벌 리더기업을 반드시 만들어낼 내야 한다”면서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기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한화그룹의 창업정신의 발로로, 최근들어 한화그룹은 태양광을 통해 이 정신을 또다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태양광은 국내외에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로 인식돼 왔다. 한화그룹이 태양광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적극 투자하며 ‘글로벌 넘버 1’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태양광 산업의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우선 태양광 발전은 전력수요의 피크 시간대인 낮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최대 전력 수요와 이로 인한 전력대란 대처에 효과적인 발전수단이다.

특히 원전과 화력발전은 대규모 정책투자와 함께 공사기간이 장기간 소요(원전 약 8년, 화력발전 약 5.5년)되는데 비해, 태양광 발전은 소규모 투자로 공사기간이 짧아(약 6개월) 단기간에 최대 전력수급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태양광 발전은 일자리 창출효과도 크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신재생 에너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가 커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완공된 전남 여수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공장으로 인해 연인원 약 26만 명의 건설 인력이 투입됐고, 공장 운영단계에서는 상시 인력 500여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011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MW당 태양광은 135.3명, 풍력은 92.3명, 연료전지는 13.5명의 고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 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이 가장 높은 고용 유발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ILO 등 국제기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약 20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중 태양광은 630만 명으로 바이오 관련 1200만명 다음으로 큰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일자리 창출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태양광은 전후방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커 종소기업과 대기업 동반성장을 통한 지속가능 성장을 가능케 해 주는 분야이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각종 제어장치 등 IT산업, 전기전자, 소재, 화학, 반도체, 기계장치 정보통신 건설, 토목 동 연관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창조적 생태계 구축을 가능케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 제조분야 기업 가운데 9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으로 구성돼 있을 만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해야 하는 분야다.

이렇게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며, 한화그룹도 전력대란 대비를 위한 태양광 보급 확산과 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에 적극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업을 통한 ‘사업보국’과 ‘나눔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의 사회복지 시설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한국을 대해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서된 된 추진력은 바로 김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태양광과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며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가야 한다”며 “‘해낼 수 있다’, ‘꼭 해낸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라고 강조했다.

자료제공=한화그룹

그러나 한화그룹은 지금 암초에 부딪친‘선장’없는 배나 다름없다. 지난 2010년 검찰 수사부터 지금까지 이미 만 3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한화그룹은 오너 구속이란 치명상을 입었다.

이로인해 신규 M&A, 신사업투자,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관해 의사결정이 대부분 지체되고 있다. 김 회장의 구속 전 마지막 M&A인 큐셀 인수 이후 한화는 굵직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계속된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떨어진 그룹 이미지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한화그룹의 경영손실은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태양광 사업은 현재 가동률이 점차 증가하는 등 오는 3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수직계열화의 특성상 대형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셀과 모듈, 폴리실리콘까지 모두 활기를 띠게 된다"며 "김 회장이 경영을 했다면 지금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해외 정부와 활발히 협상을 벌이고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태양광 사업은 글로벌 추진동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태양광사업은 아직 초기단계라 각 나라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엇갈린다. 그런데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길어지면서 독일, 말레이시아 정부 등 해당 국가들과의 협상력이 약화되면서 보조금 정책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산업은 태동기이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정착에 매우 중요하다"며 "김 회장이 있다면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수주 때와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의 고위관료들과 여러 가지 협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 4월 김연배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원로들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이후 김 부회장이 국내외 사업장을 다니며 조직을 추스르고 있지만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의 경영복귀가 언제쯤 이뤄질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한화가 인수한 독일 태양광업체) CSO(전략마케팅실장)가 지난 8월부터 유럽에서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김 회장 공백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총수 부재로 인한 한계는 여전하다. 대외 협상력 저하와 투자, 인수합병(M&A) 결정 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사업도 올해 2ㆍ4분기 모듈 출하량 등이 두자릿수 이상 늘고 있지만 김 회장의 마지막 M&A였던 큐셀 인수 이후로 굵직한 의사 결정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사업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지만 최소한의 수준일 뿐"이라며 "사업 육성이나 성장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김 회장이 뿌려놓은 뚝심경영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암초에 부딪힌 선장없는 배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업보국’과 ‘나눔경영’이란 큰 뜻을 품고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김 회장이 기업인·경영인으로서 그룹 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바랄 뿐이다.[이강미 데일리안 산업부 부장/재계팀장]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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