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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금호가 형제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고싶다


입력 2013.09.10 19:24 수정 2013.09.11 17:45        데일리안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칼럼>분가과정 앙금 씻고 선친의 유언을 되살려야

이의춘 편집국장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그룹 창업주.

해방 이후 버스 택시 등 운수업으로 출발해 사업을 일군 그는 먼지부자로 불렸다. 버스와 택시들이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큰 돈을 벌었다는 의미에서였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형제및 친척들과 동업을 하다가 분가시켰다. 창업주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집안의 화목과 우애를 강조하면서 아름다운 동행과 분가를 모범적으로 실천했다.

창업주는 타계 전에 2세들에게 지분을 똑같이 나눠주며 우애와 형제애를 가질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장남 성용, 차남 정구, 3남 삼구, 4남 찬구, 5남 종구 등...이중 학자와 고위관료의 길을 걸었던 박종구만 제외하고 4명의 형제들은 남다른 우애와 형제애를 바탕으로 동업경영과 콤비플레이를 해왔다. 시장상황 변화 등으로 형제간 지분이 0.1%의 변동만 생겨도 곧바로 지분을 맞췄다. 재계에선 모범적인 형제경영그룹이라고 칭찬했다.

형제들이 모두 살아있을 때는 선친의 유언을 충실히 이어받아 오전 7시30분이면 함께 모여 임원회의를 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박성용 회장과 박정구 회장이 잇따라 타계하면서 3남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도 지켜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간 동업경영과 활발한 인수합병에 힘입어 사세가 급신장했다. 항공 건설 물류 석유화학 운수 항공부문으로 사업다각화를 이뤘다. 이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이전에는 한때 재계 1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그룹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직후 터진 천재지변(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 금융위기)으로 인해 이들 인수기업들을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박삼구 회장은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다. 사재를 3300억원이나 출연해서 계열사들의 회생을 위해 분투했다. 2010년에는 가장 어려운 금호산업을 살리기위해 100대 1의 차등감자도 받아들였다. 2012년 금호산업에 2,200억원, 금호타이어에 1130억원어치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그룹 되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형님들이 타계한 상황에서 선친이 물려준 가업을 수성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기위해 모든 희생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제 다시금 정상화의 청신호가 보이고 있다. 금호산업에 대해 1,200억원의 증자나 출자전환만 이뤄지면 구조조정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정상화의 열쇠를 쥔 채권단은 그룹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채권단은 박삼구회장이 백의종군하며 정상화에 매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90억원규모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전환해주는 것이다. 채권단은 이 방식을 통해 그룹의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의 출자전환이 상호출자 금지규정에 위배되는지,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되는지를 면밀히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채권단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제동만 걸지 않는다면 금호의 정상화는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

공정위는 채권단이 금호산업을 살리기로 한 이상 상호출자 문제등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채권단이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공정위가 제동을 걸어 구조조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 본관 1층 로비에 설치된 고 박인천 회장의 흉상 앞에 임직원 명의의 조화가 놓여있다.ⓒ데일리안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의 행태다. 박찬구 회장은 구조조정과정에서 사실상 독자경영에 들어갔는데도 그룹의 정상화에 어려움을 주는 것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분가과정에서 형제간에 불편한 점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대우건설의 인수로 인한 경영위기의 책임을 놓고 앙금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모친의 타계를 계기로 형제간에 화해하고, 분가도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이 보인 것을 보면 우려스런 점이 적지 않다.

그룹의 구조조정방안에 대해 공정위가 상호출자 금지 규정 위배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한 데는 금호석유화학이 공정위에 질의서를 보내면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 자칫 다된 밥에 재를 뿌리를 듯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정상화를 통해 선친이 피땀흘려 가꾼 가업을 이어가고, 명예회복도 하고자하는 형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선친이 그토록 바랐던 형제간 우애와 화목은 공염불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지 그지 없다. 피를 나눈 형제라면 백지장도 거들어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않은가?

만일 공정위에서 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되는가?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은 백지화할 것이다. 그룹의 정상화도 그만큼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형이 잘못되면 동생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차가워지는 법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움직임이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이 차질을 바라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일각에선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의 해체를 바라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금호석유화학이 공정위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분리시켜달라는 신청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위가 이를 불허하자 금호석유화학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2012년 11월 패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소송은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에서 분리하기위한 소송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룹을 공중분해시키려는 노림수라고 그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룹에서 분가해서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그룹지주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분리하라는 것은 그룹을 해체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이 계열분리를 바란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금호석유화학이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지분 12.61%를 매각하면 된다. 이를 처분하면 그룹과의 연결고리는 자연스레 끊어지게 된다. 박삼구 회장은 동생의 분가요청을 받아들여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이런저런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매각을 미루고 있다. 금호석화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은 채권단이 2010년초 채권단과 대주주인 박삼구회장, 박찬구회장 등간에 체결한 구조조정합의서의 약속 사항이기도 하다. 이는 약속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

박찬구회장은 2012년 9월 금호석화의 사옥을 이전한 후 “이제 형도 안정돼 가면서 사업에 충실하기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형제가 앙금을 털고 화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말이기도 했다. 그룹 임직원들이나 재계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하지만 그 이후 보인 금호석유화학의 행보는 석연치 않다. 계열분리 소송의 대법원 상고 등으로 그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박찬구회장이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금호석유화학의 감정적 대응으로도 보일 수도 있다. 그룹해체를 통해 형을 배제하고, 직접 그룹의 대권을 차지하려는 것은 아닌가 시각도 많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를 지렛대로 삼아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제동을 걸어온 측면이 강하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사이공(KAPS) 지분 50%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월 인수한 것에 대해 부당지원, 모럴해저드로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KAPS는 매년 40%대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연간 300억원의 잉여현금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기업이라는 점에서 부당지원은 결코 아니다.

이와함께 올 3월에 아시아나항공 주총을 앞두고 사내인사 신규 선임안에 대해 언론을 통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도 발목잡기로 보일 수 있다. 2대주주로서 주총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언론을 통해 후보자의 실명과 사유를 거론하며 반대한 것은 형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 박찬구 회장이 서로 손을 잡고 각자 맡은 기업들을 살리고, 더욱 성장시키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의 합의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을 맡아 정상화시키는 데 분투하고 있다. 집안을 이끌어가는 형으로서 책임을 지고 상황이 훨씬 어려운 금호타이어를 맡은 것이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았던 금호석유화학을 맡아 순탄한 길을 걷고 있다. 박찬구회장은 대승적으로 형이 열과 성을 다해 진행하는 그룹구조조정이 성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형에게 아낌없이 주면 얻는 것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공자는 형은 동생을 사랑하고, 동생은 형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제는 구핍(救乏, 궁핍을 구제함)과 하선(賀善,경사를 축하함), 조재(弔災, 재해를 위로함), 상애(喪哀, 상사에 비통해 함), 제경(祭敬, 제사에 공경을 다함)을 잘해야 한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생긴 형제간 앙금은 이제 말끔히 해소했으면 한다. 우애를 끊지 않아야 한다. 이제 손을 잡고 서로 도와줘야 한다. 선친은 물론 타계한 박성용회장, 박정구 회장을 생각해서라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화합하는 행보를 보여줬으면 한다.

지금은 금호산업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그래야 그룹이 분해되지 않고, 가업도 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구회장이 결단을 내려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되도록 했으면 한다. 재계도 그룹이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처럼 형제간 아름다운 동행을 보고 싶어한다. 박인천 회장은 저 세상에서나마 형제들이 화합하며, 가업을 다시금 키워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이의춘 기자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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