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이재오-정몽준과는 '화기' 황우여는 '냉랭'
이재오-김한길, 2006년 한나라당 사학법 장외투쟁때와 입장 바뀌어
이재오 "대통령이 귀국후 결단해야" 김한길 "황대표는 축사하러 온것"
정기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최다선인 이재오-정몽준 의원은 10일 민주당 천막당사를 찾아 김한길 대표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서울시청 앞에 마련돼 있는 천막당사를 방문해 노숙투쟁에 나선 김 대표를 격려하는 한편,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김 대표와 이 의원이 장외투쟁을 두고 한 자리에 모인 것은 7년만이다. 2006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가 ‘사학법 장외투쟁’에 나섰던 당시와 비교하면 여야 입장이 뒤 바뀐 채로다.
당시에는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꼬인 정국을 푸는데 공신역할을 자처했다. 김 원내대표가 이재오 원내대표에게 회담을 제안, 북한산에서 ‘산상회담’을 열어 정국 정상화 합의문을 마련함으로 곤경에 처한 박 대표의 출구를 열어준 것.
당시를 염두한 듯 정 의원은 “이 의원이 야당 원내대표이고 김 대표가 여당 원내대표로 있을 당시 북한산에 가서 냉수 마시고 잘 됐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과거 이 의원과 파트너였을 때는 격의 없이 수시로 만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여야 관계를 풀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며 “들어갈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문제의 근본에 대해 문제를 푸는 방법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라고 답해 묘한 신경전이 조성됐다.
이들은 15여분 동안 이뤄진 비공개 회동에서 지난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개혁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국정원 개혁 방안을 두고서는 이견을 드러냈지만 국정원 개혁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만든다고 하니 법안이 넘어오면 여야 합의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에 잘 해결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이 정치 전면에 나서 정치가 실종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며 “대통령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박 대통령이 내일 순방에서 돌아오면 무언가 결단해야 한다”며 “제1야당이 한 달 넘게 천막 치고 있는데 권한이 제일 많은 사람이 결단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서울광장 앞에 열린 한국지방신문협회 주최로 열린 ‘2013 추석맞이 팔도 농특산물 큰 잔치’ 참석에 앞서 천막당사를 찾아 김 대표를 만났지만 국회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의 만남에는 냉랭한 기류마저 흘렀다. ‘오늘 만남을 계기로 정상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표는 “오늘 황 대표는 지방신문협회 행사에 축사하러 온 것 아닌가요”라며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선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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