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차단’ 가가와, 맨유서 생존 가능성 있나
신임 모예스 감독 가가와 전혀 활용 안 해
기존 루니에 펠라이니까지 가세..포지션 파괴도 없어
일본 축구의 자존심 가가와 신지(24)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가가와는 지난 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유에 입성했다.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데뷔 시즌 26경기 6골(3도움)이라는 제법 준수한 활약으로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가가와 영입을 주도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활용도 논란에도 비교적 꾸준한 출전기회를 주며 신임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체제로 새 단장한 맨유에서 가가와의 입지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모예스 감독은 카가와에게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가가와는 지난 10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서 열린 가나전이 끝난 후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지 모예스 감독에게 묻고 싶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기도.
가가와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다. 도르트문트 시절처럼 주로 최전방 원톱 아래서 처진 스트라이커나 플레이메이커로 최적의 기량을 발휘한다. 그러나 맨유에서는 이 포지션에 웨인 루니라는 터줏대감이 있다.
이적설이 오르내리던 루니가 끝내 맨유 잔류를 선택했다. 가가와는 지난 시즌에도 2선 공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루니 잔류는 가가와에겐 불운이었다. 루니가 현재 부상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가가와가 루니를 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가가와의 시련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모예스 감독과 에버턴에서 한솥밥을 먹은 전천후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까지 가세, 가가와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펠라이니는 수비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심지어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하는 선수다.
테크니션에 가까운 가가와에 비해 루니와 펠라이니는 EPL 특유의 피지컬과 스피드까지 겸비했다. 에버턴 시절부터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해왔던 모예스 감독이 EPL에서는 아직 자신만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가가와에게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좌우 측면으로 눈길을 돌려도 애슐리 영, 안토니아 발렌시아 등을 넘기가 쉽지 않다. 맨유 이적 때부터 제기됐던 '가가와의 포지션과 축구 스타일이 맨유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완전 차단' '늪에 빠져 고립'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요즘이다.
가가와가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는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던 도르트문트가 가가와의 복귀의사를 타진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또 다른 명문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가가와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가가와는 모든 제의를 거절하고 과감하게 맨유 잔류를 택했고 "주전경쟁을 통해 당당히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맨유 같은 거대클럽에서 주전경쟁은 일상화된 일이다. 세계적인 스타선수들도 기량문제는 물론 맨유와 궁합이 맞지 않아 좌절한 경우도 숱하게 많다.
맨유 역대 최고의 아시아 선수로 꼽히는 박지성도 입단 초기에 부상과 슬럼프로 몇 차례 위기를 겪은 바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보란듯이 시련을 극복하고 맨유에서 8년이나 활약하며 무수한 우승 트로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장수한데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전술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던 퍼거슨 감독의 안목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가와는 퍼거슨 감독이 데려온 선수지만, 지금의 모예스 감독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가가와가 박지성과 같은 재기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리미어리그 맨유 vs 크리스탈 팰리스(14일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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