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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세무조사+유동성 위기' 기업들 "쿼바디스"


입력 2013.09.30 14:13 수정 2013.09.30 18:24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잇단 총수 구속·고강도 세무조사·각종 규제법안까지

재계, 이중·삼중고 속에 신규투자 등 사업동력 차질

재계가 전례없이 뒤숭숭하다. 경제민주화 강풍이 불어닥쳤던 최근 1년 새 우리 경제성장의 한 축을 맡아왔던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가 하면 연일 강도높은 세무조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내수경기 악화에다 기업 총수를 겨냥한 각종 규제안들까지 줄줄이 입법 예고되는 등 삼중·사중고를 겪으면서 사업동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구속처분을 받은 재벌 총수 일가는 재계서열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53)· 최재원 부회장(50) 형제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1), 이재현 CJ그룹 회장(53), 태광그룹 이선애 전 상무(85)와 아들인 이호진 전 회장(51), 구자원 LIG그룹 회장(77)과 아들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8명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를 기업인들도 적지 않게 거론되고 있다. 가히 ‘기업 총수 수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한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1심의 무죄를 깨고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최태원 회장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공판 하루전날 입국했으나 그에 대한 증인 채택은 거부됐다.

재판부는 최 회장 변호사측의 변론 재개 요구를 거부한 채 공판을 강행했다. 더욱이 최 회장에 대해 조폭이나 거지에 비유하며 죄질이 나쁘다고 면박까지 줬다. SK그룹 측은 증인채택이 거부된 것과 관련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상고심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은 됐지만 여전히 ‘영어의 몸’이다. 수천억원대의 배임 또는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 회장, 태광그룹 이 전 회장은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부터 구속 상태였다.

여기에 정부차원에서 ‘MB맨 손보기’ 세무조사도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으며 출금과 함께 검찰 수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그룹도 지난 7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세금 추징액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기업이고,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은 정부차원의 사퇴압력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경기불황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줄줄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는 총수들도 속출하고 있다. ‘샐러리맨 신화’를 일궈냈던 주인공들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강덕수 STX 그룹 회장ㆍ박병엽 팬택 부회장 등도 강력한 경쟁과 경기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경영무대에서 퇴장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그 뒤를 이을 분위기다. 현 회장은 30일 만기도래하는 1100억원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해 결국 3개 계열사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데일리안DB

이처럼 잇단 그룹 오너의 구속과 강력한 세무조사, 그리고 경제불황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그룹의 몰락을 가져오는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과 총수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 각종 규제 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증여 상속세 강화 등 공정거래법과 세법을 통한 규제도 확대되고 있다.

재계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 처벌하고 바로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공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과정에서 ‘보여주기식’ 지나친 형량을 선고하거나 ‘기업털기식'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대기업과 그룹 오너들을 마치 사회악의 한 축인양 몰아붙여 이로 인한 상처가 너무 깊게 패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엄격한 법적용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재판 또는 선고 과정에서 기업인들을 인신모독하는 것은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는 결국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룹 이미지 실추로 신규투자는 물론 신사업 추진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머지않아 국가경제발전을 가로막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SK그룹은 최근 STX에너지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SK그룹은 현재 김창근 수펙스추구위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중이지만 투자금이 1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총수의 결단없이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당분간 투자활동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도 오너의 장기부재 후유증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김 회장이 구속된 지난 1년간 해외 이라크건설 추가사업이나 신성장 태양광사업에서 당초의 의욕적인 시나리오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법원이 지난 26일 파기환송을 결정했지만 김승연 회장의 앞날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에따라 이번 파기환송으로 인해 다시한번 기회를 얻은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무죄판결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효성도 조석래 회장의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이에따라 투자나 고용보다는 ‘오너 리스크’ 제거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따라서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일련의 사업추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정법을 위반했거나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정치적 의도나 경제민주화 강풍속에서 '보여주기식' 처벌이 이뤄져선 안된다"면서 "요즘들어서는 되레 대기업과 기업 총수들이 경제민주화 역풍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요즘같은 분위기 속에서, 특히 오너구속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속출하는 상황속에서 기업들이 신규투자나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엔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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