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총수 구속·고강도 세무조사·각종 규제법안까지
재계, 이중·삼중고 속에 신규투자 등 사업동력 차질
재계가 전례없이 뒤숭숭하다. 경제민주화 강풍이 불어닥쳤던 최근 1년 새 우리 경제성장의 한 축을 맡아왔던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가 하면 연일 강도높은 세무조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내수경기 악화에다 기업 총수를 겨냥한 각종 규제안들까지 줄줄이 입법 예고되는 등 삼중·사중고를 겪으면서 사업동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구속처분을 받은 재벌 총수 일가는 재계서열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53)· 최재원 부회장(50) 형제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1), 이재현 CJ그룹 회장(53), 태광그룹 이선애 전 상무(85)와 아들인 이호진 전 회장(51), 구자원 LIG그룹 회장(77)과 아들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8명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를 기업인들도 적지 않게 거론되고 있다. 가히 ‘기업 총수 수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한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1심의 무죄를 깨고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최태원 회장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공판 하루전날 입국했으나 그에 대한 증인 채택은 거부됐다.
재판부는 최 회장 변호사측의 변론 재개 요구를 거부한 채 공판을 강행했다. 더욱이 최 회장에 대해 조폭이나 거지에 비유하며 죄질이 나쁘다고 면박까지 줬다. SK그룹 측은 증인채택이 거부된 것과 관련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상고심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은 됐지만 여전히 ‘영어의 몸’이다. 수천억원대의 배임 또는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 회장, 태광그룹 이 전 회장은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부터 구속 상태였다.
여기에 정부차원에서 ‘MB맨 손보기’ 세무조사도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으며 출금과 함께 검찰 수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그룹도 지난 7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세금 추징액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기업이고,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은 정부차원의 사퇴압력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경기불황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줄줄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는 총수들도 속출하고 있다. ‘샐러리맨 신화’를 일궈냈던 주인공들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강덕수 STX 그룹 회장ㆍ박병엽 팬택 부회장 등도 강력한 경쟁과 경기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경영무대에서 퇴장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그 뒤를 이을 분위기다. 현 회장은 30일 만기도래하는 1100억원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해 결국 3개 계열사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