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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안철수, 닮아도 너~무 닮았네


입력 2013.10.12 10:21 수정 2013.10.12 10:26        조소영 기자

'중도' 표방에 대선 예산서 쓴잔 외국행에 귀국전략까지

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인사를 나눈뒤 스처 지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안철수, 두 인사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많이 있다.”

최근 정가(政家)에선 지난 대선 때부터 새어나온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간 연대설이 심화되고 있다. 손 고문과 안 의원이 지향하는 정치 패러다임이 같고, 대선 전후 일련의 행보가 대동소이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8일 안 의원이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손-안 연대설’은 더욱 불거졌다.

‘정치권의 제갈량’으로 정가 사정에 밝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또한 지난 5월 당시 두 인사의 연대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위와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그는 이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을 당시를 소회하며 “민주당 내에선 이미 손 고문의 머릿속에 안 의원이 들어있다고 보더라”고도 전했다.

'중도정치'로 대동단결?

손 고문과 안 의원은 좌우를 포용하는 ‘중도’를 지향한다. 앞서 두 인사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중도 좌파부터 중도 우파까지 정치 스펙트럼이 넓은 ‘진보적 자유주의’를 자신들의 정치적 좌표로 선언했다.

손 고문은 지난 2000년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이라는 책을 통해 진보적 자유주의를 정치지표로 삼았다. 그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시장경제를 한 축으로 하고, 시장에서 야기되는 갈등을 국가가 해결하는 한국적 제3의 길”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도 올해 6월 정치적 좌표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언급하면서 “좌우의 장점을 모두 수용할 그릇”이라고 말했다.

같은 개념을 지향하지만, 개념 자체가 스펙트럼을 넓게 갖고 있는 만큼 다소 차이도 있다. 손 고문이 우파의 상징 중 하나인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면, 안 의원 측은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시장의 과잉을 비판적으로 다룬다”(‘정책네트워크 내일’ 전 이사장 최장집 교수)며 ‘중도 좌’를 언급했다. 각각 중도 우, 중도 좌로 나뉘는 셈이다.

하지만 좌든 우든 ‘중도’로 수렴하려는 모습은 같다. 손 고문은 지난 1월 독일로 떠났다 8개월여 만에 돌아와서도 좌우를 모두 섭렵하는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진보적 자유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안 의원 또한 지난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기존 여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줄타기 정치’를 통해 중도 입장을 지키고 있다.

대선에서 '문재인' 아픔 맛보고 외국으로

두 인사는 지난 아픔도 비슷하다. 그 중심에는 문 의원이 있다.

손 고문과 안 의원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의 벽’에 막혀 본선에 나가지 못하고 예선 탈락했다. 손 고문은 당 대선 경선에서 문 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면서 본선의 문 앞에서 무릎 꿇었고, 안 의원은 문 의원과 ‘단일화 신경전’을 벌이다 후보직을 사퇴했다. 사실상 두 인사에게는 ‘문재인’이라는 ‘공공의 적’이 존재하는 셈이다.

문 의원에게 아픔을 맛본 두 인사의 다음 선택은 외국행이었다.

안 의원은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정국 구상을 이유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부인인 김미경 교수, 딸 설희 씨와 3개월여 간 함께 지내며 ‘안철수식 새 정치’를 고민했다.

손 고문은 다음 달인 1월 독일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의 후원으로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복지·환경 등을 공부하기 위해 부인 이윤영 여사와 독일로 떠났다. 무려 8개월여간 독일에 머문 손 고문은 종종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독일의 복지정책과 통합의 정치 등을 강조하며 향후 자신의 정치행로를 밝혔다.

재보선 시기 귀국 '찬란한 귀환'

손 고문과 안 의원의 ‘귀국전략’ 또한 같았다. ‘찬란한 귀환’을 노렸다.

두 인사는 사실상 향후 행보를 시작하는 시점으로 재보선을 택했다. 재보선의 경우, 어떤 급(級)의 인물이 나오는지에 따라 언론과 대중의 집중도가 달라진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야권의 잠룡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기간 외국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했을 때 선거를 앞두고 ‘급 있는 인물’로서 정치권 안팎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가장 좋은 시점이었던 셈이다.

안 의원은 4.24재보선을 앞둔 3월 11일 귀국했다. 앞서 ‘삼성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그는 당초 계획대로 노원병에 출마해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안 의원의 국회 입성은 대중에게 ‘정치권의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손 고문은 10.30재보선을 앞둔 지난달 29일 귀국했다. 귀국 전부터 재보선을 통해 국회 복귀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았고, 친박계(친박근혜계) 핵심인물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경기 화성갑에 공천되면서 ‘야권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후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손 고문을 두 차례 직접 찾아가 영입에 공을 들였다. ‘몸값’이 한껏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손 고문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유로 화성갑 불출마를 택한 뒤 8일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자신의 싱크탱크 기념식을 가졌다. 결론적으론 그간의 공백을 메우고 영향력 있는 야권 대선주자로 뛰어오른 것이다.

'손-안 연대설' 두고 손 측 "소설이라니까"

하지만 친손계(친손학규계) 인사들은 이 같이 손 고문과 안 의원의 ‘닮은꼴’을 바탕으로 ‘손-안 연대설’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 “절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최원식 의원은 10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손 고문의 비서실장 역할을 한 적이 있어 손 고문을 깊게 알고 있는데 전혀 그런 것은 없다”면서 “안 의원이 동아시아미래재단에 직접 와 축하해주겠다고 한 것은 이미 결정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손 고문이 오는 10.30재보선 출마를 고사한데 대해 안 의원과 교감이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내가 아는 한에선 전혀 없었고,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낙연 의원 또한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날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연대가) 있다고 말할 근거가 아무것도 없다”면서 “동아시아미래재단에 하객으로 여러 사람이 왔었는데 안 의원도 하객 중 한 분이라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안 의원이 손 고문의 부탁으로 축사를 했다는데 대해서도 “나도 축사를 했다. 거기 오는 분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분들은 다 하는 것이고, (유명인사에게) ‘축사해주시죠’라는 것은 당연한 인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이어 손 고문이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는 게 안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데 대해서도 “안 의원을 보고 처음 말한 게 아니라 독일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런 말씀을 했다”면서 “통합의 자세를 갖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가다보면 외연도 넓어지는 게 아니냐는 뜻일 거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양승조 최고위원 또한 지난 3월과 5월, ‘손-안 연대설’에 대해 “한마디로 소설”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손 고문은 민주당을 굳건히 하고, 자존심을 세우는데 관심과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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