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 소유서류, 나라에도 없다?
국보 10호까지 '지정서' 교부 안돼 있어
문화재청 부동산문화재로 분류 '고시'만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성문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임진왜란과 한국전쟁도 묵묵히 버텨온 ‘역사의 산증인’ 숭례문. 1962년 국보 1호로까지 지정된 숭례문은 2008년 화재를 겪은 뒤 올해 5월 성공적 복귀를 하는가 싶었으나 복귀 한 달도 되지 않아 단청이 벗겨지는 현상을 겪는 등 유독 아픔이 많았다. 이렇게 ‘아픈 숭례문’은 국민에게는 ‘지켜주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이런 숭례문의 ‘지정서’가 확실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정서란 사람으로 치자면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람이 태어나면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것처럼 문화재가 국가로부터 지정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지정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어떤 문화재가 있을 때 그 문화재가 일목요연하게 설명되는 신분증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정서 뒷면에는 소유변경사항을 기재하게 돼있는데 이는 주민등록증 뒷면에 본인의 주소지 변경 내역을 기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문화재 관리에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유권’에 대한 내용이 담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물’ 중 하나인 숭례문은 이 같은 지정서가 없다.
숭례문뿐만이 아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윤덕 민주당 의원 측이 문화재 관리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문화재청 측에 “국보 1호부터 10호까지 지정서 사본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확인이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국보 2호(원각사지십층석탑)부터 10호(백장암삼층석탑)까지도 지정서가 없다는 뜻이다.
문화재에 대한 지정서 교부는 1970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문화재청장은 이 법에 따라 국보·보물 또는 중요민속문화재를 지정하면 그 소유자에게 해당 문화재의 지정서를 내주게 됐다. 문화재청의 논리는 국보 1호부터 10호 모두 1962년 12월 20일에 지정, 법 개정 전이므로 지정서 교부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 측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당시 개정된 법에 따라 1970년 이전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해선 고시 및 통지, 동산문화재(서적·회화 등)에 대해선 1980년 1월 소급해 지정서 교부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법적으로 1970년 이전 문화재에 대해 소급해 지정서를 교부하는 일이 가능했지만, 문과 탑 등으로 이뤄진 국보 1호부터 10호까진 부동산문화재로 분류, 고시만 됐다는 뜻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숭례문 등이 지정서 교부가 되지 않은 것과 관련, “그때 숭례문은 서울시에서 관리해 잘 모른다”면서 “또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재를 관리할 경우, 지정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 굳이 국가가 발급하는 지정서가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화재청은 “고시와 지정서의 의미는 좀 다르다”고 강조했다. 고시는 ‘이것은 아무개의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고, 지정서는 이를 증명할 서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이렇게 되면 고시와 지정서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아무리 국가가 관리하는 문화재일지라도 ‘진정한 문화재’로 성립될 수 있는지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황 소장 또한 “국가가 소유권을 갖고 있을 땐 소유권 변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만약 소유권 변경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 (지정서가 없어도 되는지)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문화재의 지정서 교부 기준과 관련, 답변을 유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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