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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화장품? 일제 사죽 못쓰던 미스 김도 덜덜


입력 2013.10.26 10:47 수정 2013.10.26 10:53        김아연 기자

여성 전용 카페엔 "일본 화장품 아직도 쓰는사람 있나"

일본 업계에선 "철저한 전수조사 안전" 소비자들은 "글쎄"

“에센스부터 마스카라까지 몇 년 째 써오던 일본 브랜드 제품, 다 바꿨어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수산물과 같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화장품 시장에까지 번져 일본 화장품에 대한 여성소비자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나 여성 회원 중심의 패션·미용 카페에서는 ‘일본 방사능 화장품 리스트’, ‘일본산 원료 화장품 리스트’ 등의 제목으로 제품 자체가 일본에서 만들어지거나 일본산 원료가 첨가된 제품의 목록이 돌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는 수년간 여성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와 특정 제품이 대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 여성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화장품 ‘절매(絶買)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A 씨(25·여)는 “일본 화장품이 좋고 유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부에 직접 닿고 발라야 하는데 방사능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써야할 필요는 없다”며 “대체할 수 있는 브랜드나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일본산 해산물을 내 돈 주고 안 사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브랜드 화장품은 구매의사가 전혀 없다”며 “주변에 방사능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친구들도 일본 화장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안 쓴다”라고 밝혔다.

"콧대 높던 일본 화장품…이제는 잡지부록·세일 상품으로 내놓더라"

일본 브랜드인 S업체의 액체타입 에센스를 수년 째 써왔던 직장인 B 씨(34·여)는 “방사능 사고가 터진 이후로 에센스를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바꿨는데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S업체 에센스를 선물 받았다”며 “명품화장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선물하기 좋았는데 나는 아무래도 쓰기가 찝찝해 포털 사이트 카페를 통해 팔았다”고 말했다.

패션·화장품과 관련해 여성네티즌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소울드레서’ 카페에서도 “불안해서 못 쓰겠다”, “에센스부터 마스카라까지 다 바꿨다” 등 일본 화장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닉네임 ‘Qy****’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일본 화장품을 아직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작년부터 잡지 부록으로 일본 화장품 엄청 풀릴 때 알아봤다”고 했고 ‘튀****’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방사능 사고 전엔 아무리 비싼 가격으로 내놓아도 잘 팔린다고 콧대 높게 굴던 일본 브랜드들이 요즘 별별 마케팅을 다 하더라”라고 했다.

22일 오후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현장시찰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현장 직원의 방사능 검출 설명을 듣고있다.ⓒ연합뉴스

이외에도 “나도 모르게 일본 원료가 들어간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을까봐 무섭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앞으로 아기도 낳아야 하니 내 몸은 내가 지키겠다” 등 일본 화장품을 전부 끊었다는 네티즌들이 대다수였다.

직장인 C 씨(28·여)는 “방사능이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축적돼서 나중에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지 모른다”며 “그렇게 생각하면 ‘made in japan’ 제품을 사용할 수가 없더라”고 밝혔다.

C 씨는 이어 “소비자인 나에게 선택권이 있는데 방사능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사서 쓸 필요가 있느냐”며 “요즘은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무언가 살 때마다 항상 직원에게 원산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일본 화장품 업체들 "방사능 오염 없으며 안전하다"

여성소비자의 이와 같은 걱정과 달리, 대표적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SKⅡ’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과 관련 “제품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SKⅡ 관계자는 “일본 내 제조 공장들은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으며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을 확인했다”며 “원전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최신 방사능 검출 기술을 활용해 모든 제품을 일본(원산지)과 한국(판매지)에서 이중으로 철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Ⅱ는 공식 홈페이지에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실시한 방사능 시험 결과 기록문을 함께 게재하며 “어떠한 방사능 오염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 역시 “제품의 안전성은 우리의 최우선순위”라며 “매우 엄격한 일본 약사법 지침 아래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제3의 검사기관의 방사능 검사 결과,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전문가 "불확실성에 대한 소비자의 당연한 반응"

가을정기세일기간이었던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의 일본 브랜드 매장은 썰렁했다. 미국이나 유럽국가 브랜드 등 타 매장의 경우 직원들이 손님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 할 만큼 북적인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이날 기자가 1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본 결과, 일본 브랜드 업체들은 대용량 에센스를 한정 판매하고 립스틱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5명 내외의 손님만 구경을 하는 등 소비자의 발길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업체 등 일본 화장품 브랜드의 지난 8, 9월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17.5%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소비자들이 갖는 일본 화장품에 대한 기피 심리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이라며 “수산물을 포함하여 일본 방사능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언론의 보도가 불일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이론상 소비자들은 확실한 제품 구매를 선호한다. 소비자들은 추후에 방사능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그 효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체상품으로 소비를 전환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변 실장은 이어 “여성소비자의 일본 화장품에 대해 갖는 불안감이나 공포가 절대 과도한 현상이 아니며 그들은 경제이론대로 매우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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