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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군면제를...' 퇴보하는 팬덤 문화?


입력 2013.11.03 09:51 수정 2013.11.14 09:19        민교동 객원기자

'엑소 군면제 서명운동' 소동으로 심각성 대두

급변하는 팬덤 문화 속 올바른 교류 형성해야

'엑소 군면제 서명운동'으로 급변하는 팬덤문화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 SM_온라인커뮤니티에 게재된 '서명글'

“우리 엑소 오빠들 군 면제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우리 엑소 오빠들 대신에 일반인 남자들이 몇 년 더 복무하면 죄는 거잖아요. 수련회 조금 더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잖아요. 지금 엑소 팬클럽에서 서명 받고 있어요. 우리 엑소 오빠들 군 면제 될 수 있게 서명 부탁 드려요.”

아이돌 그룹 팬들의 엑소(EXO) 군 면제 서명운동이 온라인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엑소가 한류 스타로서 전세계를 호령하며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 이미지를 격상시키는 등 병역의 의무를 대신해도 될 만한 연예계 활동을 벌이는 것이 더 국가적으로 이익이 라며 서명운동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힌 네티즌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엑소 팬클럽에 대한 비난 여론이었다. 엑소 팬클럽에 대한 공격성 악플도 자주 눈에 띌 정도다.

다행히 그런 서명운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엑소 팬클럽 측은 해당 서명 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엑소 다음 팬카페 ‘엑소플래닛’ 측은 팬카페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공식 입장에서 엑소플래닛 측은 “저희는 절대로 엑소 멤버들의 군면제 동의 서명을 할 계획이 없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저희들은 엑소가 올바른 선택을 하면 응원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걸음 할 때는 마음이 아플지라도 좀 더 성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의 회초리를 들 것입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속해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유로 멤버들을 상처 입히고 힘들게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면 저희 측에서도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인 조치를 가할 것임을 엑소를 무작정 공격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룹 엑소는 오랜만에 나온 대형 아이돌 그룹이다. 수많은 정상급 아이돌 그룹을 데뷔 시킨 SM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으로 한 동안 대가 끊긴 듯 보였던 대형 아이돌 그룹의 저력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 아이돌 그룹의 핵심은 팬덤이다. 과거 HOT와 젝스키스를 통해 형성된 팬덤 문화는 동방신기와 SS501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으며 이제 엑소가 그 흐름을 이어 받는 분위기다.

물론 아이돌 그룹마다 막강한 팬클럽이 존재하고 그들의 팬덤 문화도 분명 막강하다. 그렇지만 가요관계자들은 엑소가 팬덤 문화 자체를 뒤바꿀 만한 저력을 갖춘 아이돌 그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2013년 현재의 팬덤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갈 엑소 팬덤 문화가 어떤 모습을 갖추느냐다. 만약 실제로 팬클럽에서 엑소 군 면제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었다면 대한민국의 헌법 기본 체계까지 뒤흔드는 심하게 왜곡된 팬덤 문화가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할 뻔 했다. 다행히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다만 일각의 주장처럼 이번 소동이 엑소 안티팬의 의도적인 행위라면 이 역시 왜곡된 팬덤이 아닐 수 없다. 팬덤 문화는 경쟁과 상생을 통해 발전해왔다. 과거 HOT와 젝스키스, 그리고 동방신기와 SS501 등이 자웅을 겨루며 이들의 팬클럽 역시 경쟁과 상생을 거치며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안티 팬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엑소 팬클럽에 위해를 끼치기 위해 안티팬이 이번 소동을 일으킨 것이라면 이는 팬덤 문화가 경쟁과 상생이 아닌 무차별적인 비난과 음해로 얼룩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013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엑소의 폭발적인 인기는 엑소 팬클럽 역시 급성장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습에선 다소 우려스러운 모습도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8월 KBS 라디오 2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에 출연한 엑소의 멤버 디오가 DJ 려욱과 함께 그룹 플라이 투 더스카이의 노래 '미싱유'를 불렀지만 '키스 더 라디오' 공식 홈페이지엔 려욱을 향한 악성 댓글이 폭주했다. 디오의 노래 분량이 려욱보다 적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지어 려욱이 라디오 방송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충격적인 2시간 이었습니다"는 글을 남겼을 정도다.

8월에는 엑소 팬클럽이 SBS '인기가요‘ 제작진으로부터 팬클럽석 배정 불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공지를 통해 그 이유를 “엑소 팬들의 공개홀 앞 무단횡단, 방송 종료 후 도로 점령 등으로 인해 민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9월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소식이 이어졌다.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 대회인 '월드챔피언십 시즌3' 경기에서 한 필리핀 게이머가 'exo'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것을 대대적으로 항의할 계획을 세운 것이 드러난 것.

게다가 9월엔 엑소가 멤버 백현의 형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결혼식장에 엑소 팬들이 난입해 결혼식을 망치는 사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직 엑소 팬클럽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팬덤 문화는 완성된 것이 아닌 진행형이다. 일부 팬들의 지나친 행동으로 인해 엑소 팬클럽 전체를 매도할 순 없으며,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팬덤 문화를 무조건 비판할 수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팬덤 문화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여지를 충분히 보여줘 왔다. 과거 스타의 생일 등에 맞춰 고가의 선물을 건네 물의를 빚기도 했던 팬덤 문화는 고가의 선물 대신 선행을 하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요란한 팬 미팅 행사를 대신해 팬클럽 회원들이 단체로 봉사활동을 한 경우도 많다. 이런 팬클럽의 움직임에 스타가 동참하는 훈훈한 뉴스도 적지 않았다.

관건은 엄청난 세력과 영향력을 갖춘 인기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려 하는 지다. 또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하는 것이 해당 스타에게 더 좋게 작용할 지에 대해 먼저 고민하는 것이다. 팬덤 문화가 발전할 지 아니면 퇴보할 지는 바로 오늘날의 팬들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다행히 서명운동 소동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실제로 팬들 입장에선 좋아하는 스타의 군 입대가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엑소가 올바른 선택을 하면 응원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걸음 할 때는 마음이 아플지라도 좀 더 성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의 회초리를 들 것’이라는 엑소 팬클럽의 공식 입장에선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연예인들이 군 입대를 주저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군 생활이 끝난 뒤 자신이 잊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군 복무라는 자랑스러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했지만 이로 인해 어렵게 얻은 인기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그렇지만 팬들이 기다릴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연예인이 병역을 기피하는 모습 역시 사라질 것이다. 현재 멤버들의 군 입대로 정상 활동을 못하고 있는 슈퍼주니어 역시 지속적인 팬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슈퍼주니어는 모두 예비역이 돼 다시 한 무대에서 팬들을 만날 것이다. 아직은 조금 시간이 남아있지만 언젠가 엑소도 그렇게 될 것이다.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왕 조용필의 팬클럽 회원은 “10대 시절 조용필 오빠를 좋아하게 됐고 지금까지 팬클럽에서 활동하며 새 앨범을 응원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팬들의 마음이 변치 않고 그들의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는 스타도 팬을 잊지 않고 열심히 활동한다면 가왕 조용필의 팬클럽 회원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모든 스타의 팬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것이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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