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수사상황 봐야" 전문가들 "존재감 드러내려면 복지문제 지적해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일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의혹을 두고 특별검사 수사를 촉구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뜬금없는 주장을 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8월 주장한 ‘국정원 사건에 대한 특검’은 현재 그 열기가 식었다.
안 의원은 이날 4.24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처음으로 정론관을 찾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과 수사를 여야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론관 나들이’ 첫 일성이 ‘국정원 개혁’이 된 셈이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에도 성명서를 통해 특검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의혹과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직무배제된 것을 거론하며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게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이날 ‘새로운 주장’이 없자 안 의원의 주장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았다.
특히 ‘믿었던’ 민주당마저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을 강조하는 새누리당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수사와 재판진행 상황, 다른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실익 없는’ 기자회견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버스가 떠난 뒤 얘기하는 격”이라며 “(특검을 먼저 꺼냈던) 민주당은 오히려 수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등을 들고 나왔지만 투표율은 낮았다”면서 “이 이슈들이 뜨겁게 부상하면 선거는 ‘응징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다. 하지만 그게 낮다는 건 일반 국민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안 의원의 기자회견이 국정원 정국에 영향을 끼치겠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롭게 튀어나온 기발한 제안이 아닌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장기화된 와중 속 (이미) 몇 차례 튀어나온 발언 아니었느냐”고 했다.
안철수, 존재감 드러내려 기자회견?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안 의원이 뜬금없이 국정원 특검을 주장한 이유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책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초 안 의원은 지난 대선후보 출신이자 신선한 초선의원으로 국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곧 ‘300명 중 1명’으로 전락했다는 평을 받았다. 신당창당 작업 또한 지지부진해지면서 존재감은 더욱 약해졌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그는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아울러 ‘비망록 논란’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도 있다. 앞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현 의원)와 안 의원 간 야권단일화 내용을 담은 ‘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 - 비망록’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안 의원이 당시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문 의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공동신당 창당 추진 및 그에 대한 전권을 요구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안 의원 측은 “사실무근으로 대응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안 의원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친 상태다.
하지만 불필요한 기자회견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 없이 안 의원이 현재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PR’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신 교수는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가 공약을 지키지 않고 복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만큼 ‘왜 기초노령연금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느냐’고 물고 늘어지는 게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낫다”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이 뚱딴지 같이 다른 것을 건드린 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