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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같은' 메시 외계인? 박은선도 따져보자??


입력 2013.11.06 16:07 수정 2013.11.08 16:24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U-20 여자 월드컵서 4강 이끈 지도자에 여성 감독도 포함

자신 성적 위해 세계 대회서도 문제없던 제자에 인권침해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소속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한국여자축구연맹에 박은선의 WK리그 출전 자격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 연합뉴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는 스페인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특급 스타들이 모여 각축을 벌인다.

프리메라리가에서도 '군계일학'인 선수가 있으니 바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다. 최고 몸값을 받는 선수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도 메시를 넘지 못해 '2인자' 신세다.

프리메라리가 감독들이 "메시는 다른 선수들보다 너무나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 그가 인간인지 의심스럽다. 외계인인지 아닌지 알아봐야 한다. 만약 메시가 진짜 인간인지, 외계인인지에 대해 정리되지 않을 경우 내년 시즌을 보이콧하겠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한마디로 개그다. 해외토픽에나 나올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박은선(27·서울시청)을 둘러싼 논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4강과 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며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는 여자축구계에 볼썽 사나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소속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한국여자축구연맹에 박은선의 WK리그 출전 자격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은 박은선에 대한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내년 시즌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자신들의 성적과 이익을 위해 10년 넘게 뛰었던 제자를 향해 거침없이 돌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에 여성인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체격과 기량으로 다른 선수들이 좀처럼 막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청 간판 공격수인 박은선은 신장 180㎝·체중 74㎏의 건장한 체구로 동료들에 비해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가졌다.

그렇다고 해서 박은선에 대해 성 정체성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지나치다. 세계 대회에 출전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엄연히 여성으로 태어나 주민등록번호 뒤 일곱자리의 첫 번째 숫자가 '2'다. 대한축구협회도 주민등록번호 뒤 일곱자리의 첫 번째 숫자를 확인하고 여성 선수로 분류했다.

감독들이 성 정체성을 운운한다면, 이는 우리나라 의학계를 무시한 처사고 행정기관과 대한축구협회까지 모두 바보로 만든 꼴이다. 오히려 너무나 큰 체격 조건으로 약물 복용이 의심된다거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놨다면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소속 6개 구단 감독의 면면이다. 현대제철에는 바로 FIFA U-20 여자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그 감독이 있다. 또 상무 감독은 여성이다. 불과 몇년 전에 FIFA U-20 여자 월드컵 4강을 이끌었다며 명장이라고 추앙했던 그 감독과 같은 여성 감독도 있다.

한국 여자 축구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2015년 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쿼터가 더 늘어난 데다 북한이 출전할 수 없게 돼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참가는 기정사실이 된 상태다. 다른 유럽이나 북중미 국가에 탄탄한 체격을 가진 선수가 나온다면 어쩔 것인가. 우리 작은 선수들이 그 선수에 밀려 나가 떨어진다면 그때도 성 정체성 운운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축구, 스타일이 다른 축구'라는 WK리그의 캐치프레이즈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되새겨볼 때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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