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에이스침대, 죽어야 산다
위대한 기업으로 커나가느냐 주저 앉느냐 기로...공정위 조사 체질변화 기회로 삼아야
한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등 소위 '죽어야 산다' 시리즈가 출판계에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이제 이 말을 침대 전문 기업인 에이스침대에게도 적용하고 싶다.
에이스침대는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개성상인 안유수 회장이 1963년 서울 금호동에 혼자 스프링을 감고 나무를 깎아 시작한 회사다.
당시 수백 개의 침대업체들이 난립하고 조잡한 제품이 판치던 시기에 안 회장은 최고 품질의 침대를 만들겠다며 침대 하나만을 보며 50년 한 길만 걸어왔다.
침대 한 길만 바라보는 '한우물 경영'으로 에이스침대는 국내 최대 침대 제조업체로 급성장해 몇 십년간 그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경쟁자가 없는 상태다.
특히 90년대 중반 선보인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에이스침대의 성장 동력에 큰 힘이 됐고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 카피는 그동안 가구의 일부분으로 여겨졌던 침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고 신혼부부들이 혼수용품 1순위로 '에이스침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안 회장의 '한우물 경영', '은둔 경영'은 위기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한우물을 판 것은 오히려 국내 침대시장 1위에 안주한 채 뚜렷한 사업모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돌아왔고, 은둔은 소통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처럼 지금 에이스침대는 위대한 기업으로 커나가느냐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느낌이다.
에이스침대는 최근 형제기업인 시몬스침대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이들 기업들이 서로 소재나 생산시설 등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거나 임대하는 등 부당한 지원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당하게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았는지 등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더 본질적으로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닌 체질 변화를 하지 않고 침대 시장만 바라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혼수용품 1순위는 어느새 템퍼, 덕시아나 등 수입 명품 침대들에게 넘어가고 있고, 기존 가구 업체들은 중저가의 침대를 내놓으며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즉 에이스침대는 고급시장과 대중시장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50년 동안 매출은 2000억원대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을 아직 창업주인 안 회장이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2세들이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다.
내년 이케아가 국내 진출을 할 때 침대도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가 국내 침대 시장 1위 자리를 이케아에게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엌가구부터 시작해 국내 가구 1위를 넘어 어느새 건자재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샘의 체질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이스침대는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지금의 위기를 체질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100년 이후에도 위대한 기업으로 커 나갈 에이스침대를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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