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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 경제학자' 코즈의 교훈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13.11.15 11:38 수정 2013.11.15 11:48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경제학교과서가 외면한 그의 아이디어는 이미 현실화

향년 102세의 나이로 지난 9월 2일 유명을 달리한 로널드 코즈 교수. 인터넷 동영상 캡처.

‘코즈의 정리’ 덕분에 경제학이라고는 ‘경제원론’ 한 과목 수강한 것이 전부인 학부생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의 코즈(Ronald Coase) 교수가 지난 9월 2일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나이는 102세였다. 그는 오랜 학자 경력에도 저서와 논문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명성과 노벨경제학상(1991년 수상)의 영광을 얻는 데는 그의 첫 발표 논문인 '기업의 본질'(1937)과 그로부터 파생된 '사회적 비용의 문제'(1960)라는 단 두 편의 논문으로 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를 일련의 우연의 결과로 돌렸다. 경제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우연이었고, 시장의 자원배분 메커니즘을 알게 해준 스승을 만나게 된 것도, 논문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우연이었다. 두 번째 논문을 쓰고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되는 과정 또한 그랬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의 추모기사는 그를 ‘우발적 accidental' 경제학자로 불렀다.

코즈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졸업반 시절, 스승 플랜트(A. Plant)교수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를 통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도되었고, 경제시스템에 대한 일관된 견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플랜트 교수의 세미나 수업이 ‘계시’였다면서, 가격에 의해 조정되는 경쟁체제가 어떻게 소비자들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도록 이끄는지를 배우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를 토로했다.

“정상적 경제 시스템은 스스로 작동한다.” “경제시스템에서 ‘궁극적 고용주’는 소비자이다.” 등의 선언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경쟁이 모든 필요한 조정을 제공할 것”이라는 그의 스승의 주장에 그는 점차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본질에 관한 논문을 향한 그의 탐색이 시작되었다.

“시장의 가격메커니즘 만이 자원배분을 위한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세계에는 그 조정을 기능으로 하는 기업의 ‘관리자’가 엄연히 존재한다. 가격시스템이 필요한 모든 조정을 한다면 그가 왜 필요한가?” 이 질문은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즉 기업의 존재이유를 묻는 그때까지 누구도 묻지 않은 질문이었다. 천진난만한 학부 학생의 당돌한 질문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거래비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시장의 거래과정에서 구매자들과 판매자들은 ‘가격기구를 사용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시장거래를 위해서는 탐색, 정보교환, 흥정, 계약, (계약의) 감시와 강제 등 일련의 비용을 수반하는 행위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직을 만들어 누군가(기업가)에게 자원을 관리하도록 위임하면 어떤 거래비용은 절약된다.

기업인은 그가 대신한 시장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생산요소를 조달해서 적은 비용으로 그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언제라도 공개시장으로 되돌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기업은 시장의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러나 기업 안에서 투입물들을 조정하는 비용은 기업의 규모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기업규모의 한계를 설정하게 된다.

또한 당시 대기업들의 수직결합 경향(예를 들어 제너럴 모터스가 피셔 바디를 합병하듯이)을 설명하는 이론적 기초가 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기업들은 왜 보다 많은 일들을 ‘아웃소싱’하는지(애플사가 아이폰 제조를 중국에 맡기듯이)를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코즈는 “질문에 답하는 완벽한 이론은 아니지만 거래비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경제 분석에 도입했고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도 설명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노벨 강연에서 “나는 고등이론에 아무런 이노베이션도 하지 않았다. 나의 기여가 있다면 단지 너무나도 뻔해서 간과되고 있던 것을 경제시스템 분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뿐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간과되고 있던 것’은 물론 위에서 설명한 거래비용이다. 그래서 “경제 분석에 거래비용 개념을 명시적으로 도입한 것이 논문 '기업의 본질'의 가장 중요한 공헌으로 평가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매우 겸손해 보이는 말이지만 그는 이어서 “그것이 경제이론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그의 확고한 신념을 피력했다. 아직 그의 논문이 인정받기 전인 1940년대 초에 그는 이미 “내가 그와 같이 중요한 논문을 또 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언급함으로 그가 자신의 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거래비용 개념의 도입이 경제이론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를 그는 '사회적 비용의 문제'에서 보여주었다.

두 번째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에서 그는 법제도가 경제시스템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거래비용 개념을 사용하여 보여주었다. 논문의 주제는 ‘외부성’에 대한 피구(Pigou)의 이미 잘 정착된 교과서적 설명에 대한 이의 제기였다.

외부성은 우리가 ‘시장실패’라고 부르는 것의 원인 중 하나이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외부성을 수반하는 활동의 사적비용을 진정한 사회적 비용만큼 크게 만들기 위해 정부의 개입(피구세 부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코즈의 주장은 두 가지이다.

첫째, 모든 관련 자원들의 재산권이 명확히 정의되고, 현대 경제학의 경쟁시장 모형이 가정하듯이 ‘거래비용’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면, 외부효과의 비용을 행위자가 지불하는 자발적 합의를 도출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 같은 여건 하에서는 국민소득의 가치나 구성이 사적협상에 의해 결정된 비용부담의 유형에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당초 법적 권리를 누구에게 주는 가와는 무관하게 시장은 효율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명제는 ‘코즈의 정리’로 불린다.

노벨상 위원회는 “경제의 제도적 구조와 기능을 위한 거래비용과 재산권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명확히 한” 공로를 노벨상 수여 동기로 꼽았다. 그러나 그의 공로가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거래비용 개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코즈의 예측대로 경제이론의 구조를 바꾸는 후속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경제사와 기업연구 분야에서의 업적들이 두드러졌고, 신제도 경제학이라는 경제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쳐 신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이 노벨상의 영예를 얻을 정도로 학계의 인정도 받았다.

코즈는 노벨상 수상 3년 전 “나의 견해는 대체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나의 논지는 이해되지 못했다”고 썼다. 그때로부터 4반세기가 지났고,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에 대한 이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는 코즈가 남긴 교훈을 진지하게 되새겨 보아야 한다.

신제도 경제학의 영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경제학 교과서는 기업을 단순한 시장참여자로 취급하면서, 기업이 그 안에서 하는 많은 일들이 시장의 거래를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까 기업은 한편으로는 시장참여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을 대신하여 자원배분을 조정하는, 즉 가격기구의 대체물인 것이다.

코즈는 시장과 기업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과 자원배분에서의 이들의 역할분담을 결정하는 요소가 법제도와 거래비용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그가 가리킨 경제 분석의 관심이 향해야 할 방향이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두 번째 이슈는 ‘코즈의 정리’ 해석 문제이다. 코즈가 「사회적 비용의 문제」에서 보여준 명제는 “거래비용이 없는 세상에서의 자원배분은 당초 법적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 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었고, 이를 “코즈의 정리”라 명명한 스티글러(G. Stigler)는 “완전경쟁 하에서는 사적비용과 사회적 비용은 같다”라고 표현했다.

코즈가 하고자 한 얘기는 ‘외부성에 기인한 비효율’이라는 문제는 완전경쟁 모형에는 존재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있는 현실 경제의 틀에서 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들은 완전경쟁 모형과 외부성 문제의 관계를 바로 설명하기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코즈의 두 주장 중 첫 번째를 코즈의 정리로 제시하면서 마치 코즈가 외부성 문제에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처럼 가르친다.

예를 들어 맨큐는 “코즈의 정리는 민간경제 주체들이 자원배분 과정에서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외부효과로 인해 초래되는 비효율성을 시장에서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정리”라고 정의했다.

이어서 그는 “코즈의 정리에 따르면 법적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와 무관하게 시장은 효율적인 결과에 도달 한다”는 설명도 했다. 다 맞는 말이지만 ‘코즈의 정리’의 초점을 바꾸어 제시하면서, 정리의 함의도 달라졌다. 그래서 그 정리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는 듯이 가르치고 있다. 경쟁시장 모형에서 외부효과가 사적비용과 사회적 비용의 괴리를 가져와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설명과 그래프 분석도 하고 있다. 분명 올바른 설명이 아니다.

코즈는 그의 정리를 통해 ‘거래비용이 없다는 가정’의 의미와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가정인지를 보여주어 경제 분석에 거래비용을 명시적으로 도입하도록 자극하려 한 것이었다. 거래비용은 사적 흥정도 피구세도 시장의 완전한 효율성을 보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비용의 시장 파괴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코즈는 법이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이 밀고 당기는 흥정이나 계약강제의 어려움 등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행사 가능한 권리를 명확하게 정하는 재산권제도로 외부효과와 관련된 행위를 양도 가능한 권리로 만들어 준다면 그 권리를 매매하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고, 그것이 외부효과 문제에 대한 바른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코즈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어 오염배출권 거래제도가 등장했고, 방송 및 통신주파수 경매가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 교과서들은 아직도 그의 견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글/김우택 한림대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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