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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289만원 트랙스 '비싸고' 2450만원 QM3 '싼' 이유


입력 2013.11.20 16:54 수정 2013.11.20 17:26        박영국 기자

'더 싸질 수 있었던' 트랙스, '더 비쌀 뻔했던' QM3…소비자 기대심리 차이

르노삼성 QM3(왼쪽)와 쉐보레 트랙스.ⓒ르노삼성/한국지엠

# 2013년 2월 20일 한국지엠은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1940만~2289만원으로 발표했다. 발표 직후 각종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는 비난이 빗발쳤고, 트랙스 관련 홈페이지들이 폐쇄 혹은 다른 차종으로 전환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2013년 11월 19일 르노삼성은 소형 SUV QM3 출시에 앞서 가격을 2250만~2450만원으로 발표했다. 발표 직후 관련업계는 르노삼성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놀라움을 표했고, 예약판매를 시작한 20일 7분 만에 1000대가 완판되는 등 이날 오후까지 3000명의 예약자가 몰렸다. 특히, 전체 예약자의 3분의 2가량이 가장 비싼 2450만원짜리 트림에 집중됐다.

불과 9개월 사이에 두 회사에서 내놓은 동급 차종의 가격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이다.

트랙스와 QM3는 모두 1500cc 미만의 소형 엔진을 장착했고, 기존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로 분류되던 스포티지R, 투싼ix, 코란도C보다 차체 크기가 한 차급 이상 작다. 즉, 두 차종은 같은 차급이자 직접적인 경쟁 차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은 QM3가 훨씬 비싸다. 기본 트림으로 비교하면 310만원이나 차이가 나고, 최상위 트림으로도 161만원 높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랙스는 ‘비싸다’고 욕을 먹은 반면, QM3는 ‘싸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소비자들이 가격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근본적인 조건은 ‘제품 경쟁력’이다.

디자인 등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요소들을 제외하면 트랙스와 QM3의 가장 큰 차이는 ‘디젤엔진’ 장착 여부다.

트랙스는 1.4ℓ급 다운사이징 터보 가솔린 엔진을 통해 성능과 연비를 모두 잡았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엔진 사이즈를 줄인 대신 터보차저를 달면 연비 면에서는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에 가깝다. 소형의 덩치에 12.2㎞/ℓ의 연비는 크게 내세울 게 못 된다.

더구나,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SUV = 디젤엔진’이라는 공식이 일반화돼있다. 최근에는 세단형에까지 고연비를 앞세운 디젤엔진이 확산되는 추세다.

그 디젤엔진이 QM3에는 달려있다. 디젤엔진의 최고 ‘미덕’인 연비는 18.5km/ℓ에 달한다. 최고출력이 90마력에 불과하다지만, 디젤엔진의 특성상 높은 토크가 부족한 출력으로 인한 주행성능의 한계를 보완해준다. QM3의 최대토크는 22.4kg·m로, 가솔린 차량과 비교하면 2000cc급에 맞먹는다.

일반적으로 같은 차종이라도 디젤 엔진이 장착되면 가솔린에 비해 200~300만원의 가격이 더 붙는다. 엔진 가격 자체도 디젤이 더 비싸고 소비자들의 가격수용 심리도 그렇다.

가격 공개 이전 예상치와 비교한 실제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트랙스는 한국지엠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출시 이전에 ‘1700만원대’라는 소문이 돌았고, 이후 소문보다 200만원 이상 높게 나온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만큼 국산 준중형 세단을 조금 웃도는 정도로 가격수준을 맞출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수준을 크게 상회했으니 소비자들의 실망도 컸다.

반대로, QM3의 경우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특성을 고려해 적어도 2000만원대 중후반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공개된 가격은 이보다 훨씬 저렴했다.

QM3는 르노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되는 ‘캡처(Captur)’라는 모델을 수입해 로고만 바꿔 단 차량이다. 유럽에서는 3000만원(2만1100유로) 내외의 가격에 팔리는 모델을 국내에서 500만원 이상 깎아 판매하니 르노삼성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인정해줄 여지가 있는 것이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려는 제조사의 노력은 소비자들도 알아준다.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자동차 회사들이 더 좋은 차량을 더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내놓기 위해 노력하는 풍토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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