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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논란 왕무덤이냐 선수 땀이냐


입력 2013.12.10 10:48 수정 2013.12.10 11:04        김아연 기자

'철거' 놓고 문화재청-체육계 팽팽 대립에 네티즌들도 양분 격론

태릉선수촌이 문화재청의 태릉 복원 사업으로 완전히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가운데, 태릉선수촌 철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선수촌이 문화재청의 태릉(조선 중종의 두 번째 계비 문정왕후의 무덤) 복원 사업으로 완전히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가운데, 태릉선수촌 철거를 둘러싸고 체육계와 문화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태릉·강릉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문화재청과 1966년부터 한국 근현대 스포츠를 상징해 온 태릉선수촌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체육계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

문화재청 소유의 태릉·강릉(제13대 명종과 인순왕후의 무덤) 부지에 들어서 있는 태릉선수촌은 지난 2009년 6월 조선왕릉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당시부터 철거 권고를 받아왔다. 그동안 태릉·강릉은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가장 훼손이 심해 복원의 필요성이 높은 곳으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특히 1971년부터 운영돼 온 태릉 클레이 사격장 부지는 사격장에서 사용하던 납탄이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 철거됐고, 문화재청은 올해 3월까지 토양 정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또 태릉선수촌의 종목별 훈련장, 선수단 숙소 건물 등을 철거하고 왕릉 복원 사업을 계획하며 충북 진천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진천선수촌으로 태릉선수촌을 완전히 이전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반발한 체육계는 태릉선수촌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에 메달을 안겨 준 국가대표 선수단의 랜드 마크로 그 가치 또한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탁구선수 출신의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태릉선수촌의 역사적 가치보존을 위한 여론형성의 발판으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태릉선수촌을 사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도 출연해 “태릉선수촌이 철거되면 대한민국 스포츠문화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진천선수촌은 거의 도를 닦고 화랑도가 되어야 할 산 속에 위치하고 있다”며 “태릉을 떠나는 순간 선수들의 감각이 몰락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또한 그는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이유 때문에 전 세계 스포츠 인에게 알려진 태릉선수촌을 진천으로 이전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며 “세계적인 시설로 멋있게 짓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훈련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태릉선수촌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릉에 흘린 땀 무시" VS "애초 선수촌 세운 것이 잘못"

태릉선수촌 이전문제로 논란이 불거지자 인터넷 상에서도 여론이 양 갈래로 나뉘어 공방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태릉선수촌에는 국위선양을 위해 선수들이 흘린 땀이 있다. 선수촌도 우리의 역사와 자랑거리로 남길 필요가 있다”며 태릉선수촌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hal****’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태릉선수촌은 50년 가까이 온 국민들에게 기쁨과 눈물, 감동을 주기 위해 땀 흘린 선수들의 요람이다. 비인기종목의 많은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탄력적으로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jji****’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태릉선수촌만큼 아니 그보다 더 좋은 시설을 만들어놓은 뒤에 이전을 시키든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태릉선수촌에도 진천선수촌에도 훈련공간이 없다면 이 또한 국력의 낭비”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태릉 근처에 오래 살았지만 찾는 사람 거의 없더라”, “문화재 복원도 미래를 보고 해야지” 등 문화재청의 복원 사업을 반대하는 의견이 이어진 반면, “태릉이 없었다면 태릉선수촌도 아니었을 텐데 당연히 문화재가 우선”이라는 네티즌 의견도 있었다.

네이버의 ‘eas****’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애초에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무덤에 선수촌을 세운 것이 잘못이었다”며 “조선왕릉 복원 계획은 태릉선수촌 이전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dee****’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지금 살아가는 세대에서 문화재 복원은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우선적 가치를 택해야 한다. 선수촌 생활을 보니 선수들은 외출도 금지당하고 안에서만 열심히 운동을 하던데 진천선수촌이 나름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태릉 완전 복원 위해 태릉선수촌 철거 불가피"

태릉선수촌 이전 및 철거 논란과 관련해 문화재청은 태릉의 완전 복원을 위해서는 태릉선수촌의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가 “훼손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것은 세계유산을 가진 국가로서의 당연한 의무”라며 훼손된 태릉 능역 지역을 복원한 것을 강하게 권고함에 따라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시설 이전 및 철거 등을 시작으로 복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재청 조선왕릉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훼손 전 지형도 고증과 문화재위원회 회의, 관계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태릉 복원 설계는 이미 지난 9월에 완료했다”며 “클레이 사격장 철거도 끝났고, 태릉을 40여년 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능제복원 공사는 오는 2015년 11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왕릉관리소 측은 앞으로 태릉선수촌 및 권총 사격장 등 태릉·강릉 부지 내 시설들을 순차적으로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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