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한국 부추기는 경제민주화의 역풍
<긴급진단-떠나는기업,사라지는 일자리③>과잉규제로 경영환경 악화…국내 기업들 해외로 눈길
목차 1.총론: 해외로 떠나는 기업. 부메랑은 결국... 2. 글로벌 추세 역행하는 증세 부담 3.기업 손발 묶는 경제민주화 역풍 4. 높아지는 생산비에 원가경쟁력은 뚝뚝 5. 경직된 노사관계에 멍드는 기업체질 6. 기업인 사기 꺾는 반기업정서 확산 7. 역차별 논란 중기 적합업종 선정 8. 대안은 없나...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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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다 각종 규제 강화로 이제는 한국에서 기업 경영을 하기 두렵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기업 옥죄기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A그룹 고위관계자)
경제민주화 3년.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후반부터 시작된 경제민주화 바람은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계속되는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요즘 만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임원 등 경영진들은 한사코 기업하기 어려워졌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심지어 경제5단체장들이 나서 국회에 건의서를 제출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등 재계는 끊임 없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 '탈한국'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업 경영의 손발을 묶는 경제민주화에 의한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한다.
◆기업 죽이는 경제민주화, 탈한국 부추긴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 탈한국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법인 자체를 해외로 옮기는 이른바 탈한국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해외거점이나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기업 이외에도 국내에서 기업 활동 자체가 힘들거나 각종 규제로 경영환경이 악화돼 아예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동감하는 부분은 한국에서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에 치중된 시장경제 질서를 공정하게 만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정작 기업들에게는 '과잉 규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불공정 행위, 총수 권한 규제, 사업 확장 제한 등이 경제민주화 규제에 해당된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불공정 하도급, 중기적합 업종 확대 등 지나친 규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상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방지 등 그룹 총수를 견제하는 규제도 탈한국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B그룹 고위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알지만 지나친 규제는 자칫 외국계 펀드가 경영권을 침해하고 빼앗을 수 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도 경제민주화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중소기업 관계자는 "일부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중소기업 경영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경제민주화 법안이나 규제가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말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경제민주화 규제법안 및 과제 7개를 선정해 '과잉입법에 대한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
통상임금의 경우 범위가 확대될 경우 중소기업들은 14조원을 일시에 부담해야 하고 매년 3조원씩 추가되기 때문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국세청 정기 신고의 98.5%가 중소.중견 기업에 몰려 있어 '세금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 살리려면 경제 입법 조속 처리해야
경제계는 경제민주화에 따른 지나친 규제보다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경제 관련 입법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해소뿐만 아니라 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경제 관련 입법을 재검토하거나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은 지난달 여야 대표와 첫 회동을 갖고 경제 입법현안에 대한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경제 관련 입법이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있고 여·야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해법 찾기는 쉽지 않지만 경영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일자리 창출은 정치권과 경제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며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성장엔진 역할을 하는 기업부문 부담을 단시일내 너무 늘리면 엔진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경제성장과 사회양극화, 노동과 환경 같은 핵심좌표를 유지하며 목적지까지 순항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제계의 입법 현안은 기업부담 완화, 투자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부동산 활성화 등이다.
우선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 명시한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생산 차질과 근로자의 임금감소 및 노사갈등 우려 등을 고려해 노사 자율에 의해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 절약 및 친환경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조특법 개정안'은 현행지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에서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해 취업유발효과가 2배에 달하는데도 규제는 많고 지원은 부족하다며 육성법령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지난 7월 설립된 코넥스 시장의 규제를 풀어 중소기업 자금공급을 활발히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중소·중견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상증세법 개정안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장기 침체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4%에 이르는 취득세율을 미국(1%), 영국(2%) 수준으로 인하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도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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