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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사기 꺾는 반기업정서, 갈수록 수렁


입력 2013.12.23 17:43 수정 2013.12.24 17:35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긴급진단-떠나는기업,사라지는 일자리⑥>

한쪽에선 '삼성맨'희망,또다른 한쪽에선 '삼성 비판'…자기편의적 이중 잣대

잇단 오너 구속과 각종 기업규제 등으로 기업가정신 훼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월 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오른쪽) 인근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집회 소음발생으로 인한 행복추구권 침해 및 업무방해 행위 근절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목차
1.총론: 해외로 떠나는 기업. 부메랑은 결국...
2. 글로벌 추세 역행하는 증세 부담
3. 기업 손발 묶는 경제민주화 바람
4. 높아지는 생산비에 원가경쟁력은 뚝뚝
5. 경직된 노사관계에 멍드는 기업체질
6. 기업인 사기 꺾는 반기업정서 확산
7. 역차별 논란 중기 적합업종 선정
8. 대안은 없나... 전문가 진단
#장면1.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매주 수요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 앞에는 어김없이 삼성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다. 거의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때까지 계속되는 규탄은 소음에 가까울 정도여서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아파트 주민들에게 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이 규탄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때마다 집회 내용도 바뀐다. 요즘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의 직원고용방식에 대해 비판했다면, 이번주에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 규탄하는 식이다.

#장면2. 지난 10월 13일 삼성그룹 대졸 공채 전형의 첫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전국 83개 고사장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올 하반기 대졸공채 총 모집인원 5500명을 선발하는데 몰려든 응시자는 모두 10만여명으로, 경쟁률이 무려 20대 1에 가까웠다. 이는 수능시험과 공무원 시험에 이은 세 번째로 큰 규모이다.

그로부터 10일 뒤인 10월 22일 SSAT 합격자 발표날이 되자 온라인에 개설된 수십개의 취업포털사이트는 합격여부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고시라는 별칭까지 생겨났고, 필기시험과 관련된 수험서만 50여 종이 넘고 특강이나 모의고사까지 성행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국사회가 삼성이나 대기업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잣대 없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혹은 정치권이나 노동계에서 확대재생산하는 여론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시작된 경제민주화 강풍이 한국사회를 강타하면서 국내에 반기업정서를 더욱 부추겨 온 것도 한 몫 했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검찰 ‘수사-재판-구속’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반기업정서는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재계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경쟁력은 점점 치열해져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안으로는 ‘오너부재’로 신뢰성 추락과 기업옥죄는 각종 규제로 점점 일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기업의 맏형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그동안 우리 경제는 미래를 내다보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왔다”면서 “기업가정신으로 투자하고 도전한다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공교롭게도 전날인 16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17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첫 재판을 받았고, 18일에는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어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도 19일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았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법의 심판대에 올라선 총수들은 줄잡아 10여명에 달할 정도로 기업인에 대한 사정칼날은 매섭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엄중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최근 일련의 수사들은 어떤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15년전 기업경영상 판단에 의한 결정에 대해 이제와서 돌을 던진다면 그 어떤 사람이 도전정신을 갖고 과감한 투자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국회에선 앞다퉈 재계 총수들을 국감장으로 불러세워놓고 마치 죄인다루듯하면서 호통치기 일쑤다. 올해도 이같은 상황은 어김없이 연출됐다. 지난 10월 각 상임위원회의 증인채택으로 국감장으로 불려나간 총수나 기업인수는 145명이나 됐다.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촌각을 다퉈 대응해야 하는 기업 대표들이 국감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죄인 취급당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됨으로써 기업가 정신이 훼손됨은 물론이거니와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는 더욱 팽배해지면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차총협회 전무는 “기업은 경영에 전념하고, 정부는 기업들을 관리감독하고, 국회는 그런 정부를 감시하면 되는데 국회가 직접 기업을 감사하겠다고 나서니 기업들은 정말 일하기가 힘들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국감시즌에 ‘스타’가 되기 위해 기업인 사냥에 나서는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국감을 1년에 한번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기업인을 불러 망신을 주면 마치 자신이 홍길동이나 된 것인양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는 국정감사는 기업의 신인도를 추락시키고, 국제 거래에 있어서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기업인에 대한 증인신청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가 국민의 기업 및 경제현안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 ⓒ한국경제연구원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의 기업인에 대한 호감도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기업 및 경제현안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호감도는 지난해 68%에서 올해 63%도 떨어졌다. 기업가에 대한 평가도 지난해 73%가 '좋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응답한데 비해 올해는 51%만이 같은 답을 내놨다.

반기업정서는 여전이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 사회의 반기업정서가 높은 편'이라는 질문에 지난해 76%에서 올해 63%라도 답해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반기업정서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기업자체의 문제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기업정서가 나타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42.7%가 '기업의 탈법, 편법'이라고 대답했고, 이어 '정경유착'(26.6%), '경제력집중'(9.2%), '평등사상](6.3%) 등의 순이었다. '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의견은 15.2%에 그쳤다.

이처럼 반기업정서가 여전한 것은 올해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사법처리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점점 경영활동에 위축들기 마련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요청의 강도는 점점 높여가지만, 정작 각종 대기업 옭아매는 규제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각국들은 성장동력 향상과 고용창출 등을 목적으로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나서는 등 정부지원 외에 경제환경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해외에서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유턴기업들에게 설비지원이나 세제감면혜택 등을 해주기 위한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반면 우리 정부는 되레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기업환경을 더욱 힘들게 하는 규제법안만이 추진되고 있는 등 기업들을 해외로 내쫒는 거꾸로 가는 기업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규제완화=대기업특혜’라는 인식이 만연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에 정말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수혜를 입으면, 특혜논란에 휩싸이기 일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이나 서비스산업법 등으로,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으나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규제완화는 기업특혜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기업인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한만큼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일부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체가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인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과 오해를 떨쳐내야 한다”면서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다시한번 뛸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완화라는 날개를 달아줘야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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