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간부 구속, 노조재산 116억 가압류
'솜방망이 처벌 인한 불법 악순환' 고리 끊어
"'불법파업-솜방망이 처벌' 악순환 고리를 끊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22일 동안 최장 기간 철도파업을 벌인 철도노조가 간부들의 구속기소에 이어 재산 가압류 등 '불법파업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 정공법으로 다른 공기업 노조 및 기업의 강성노조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됐다는 평가다.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그동안 파업을 벌이고 자기 회사에 수십억 원의 영업 손실을 안겨주며 해고된 노조간부들이 다시 현직 노조 간부로 활동하는 등 우려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이번엔 책임소재를 엄정히 가려 민형사상 문책과 징계 등 후속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하면서 정당한 공권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도 "역대 최장기간의 철도파업과정에서 나타난 공권력에 대한 부정과 불신은 흔들리고 있는 우리사회의 법치의 한 단면을 보여 줬다"며 "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속과 손해배상 청구는 불법파업에는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는 정부와 국민의 뜻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야무야 징계 관행 깨고 노조간부 구속 '이번엔 달랐다'
그동안 철도노조의 파업 이후 징계가 유야무야되면서 불법파업을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전 정부에선 매번 공기업 개혁의 칼을 뽑아왔지만, 강성노조의 저항에 밀려 '솜방망이 처벌과 불법파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해왔다.
지난 2002년 파업으로 파면된 노조원 19명 중 9명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고, 2003년 파면자 58명 중 29명은 소청심사를 통해 복귀했다. 또 2006년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전원 복직 판결을 내렸고, 2009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된 40명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는 노조가 징계나 고소, 고발 등을 무서워하지 않고 일선현장을 박차고 나서게 만든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검찰은 6일 철도파업을 주도한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과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 엄길용 서울지방본부 본부장 등 파업열차를 이끈 노조간부 4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노조의 파업이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한 헌법상의 단체행동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독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보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이들이 노조 조합원 8673명과 공모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민영화 방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집단 파업을 벌여 코레일의 수송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또 이번 파업으로 코레일이 447억원의 직접 피해를 봤고,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1조원대에 달하는 간접피해가 났다고 설명했다. 승객 사망 사고 등 2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를 직접 거론하면서 밝힌 '법과 원칙 바로 세우기'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나쁜 관행이 덕지덕지 쌓여 나중에 깨뜨리기가 점점 더 어렵고, 많은 사람이 그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며 "불법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아주 엄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6억원 재산가압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엄정하게 묻는다"
특히 코레일이 철도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00억 원대 손배소송과 가압류가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6일 코레일이 서울 용산구와 대전에 노조가 소유한 아파트 4채와 예금-채권을 대상으로 낸 가압류 신청이 각각 인용됐다고 밝혔다.
이번 가압류 신청 금액은 모두 116억원으로, 본안 소송에서도 인정된다면 노조를 상대로 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는 사상 최다 액수가 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불법 행위로 인한 회사의 손해에 대한 노조의 책임을 엄하게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불법파업에 대한 엄중한 판결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노조를 상대로 한 회사 측의 손배소송에서도 나나타났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사내 하청노조)의 공장점거 파업과 관련해 현대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하청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77일간 장기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 등을 상대로 회사 측과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 등이 46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노동계와 좌파진영은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자에 대한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파업의 목적과 수단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해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즉, 합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쟁의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확인한 셈이다. 이미 노조법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는 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당한 쟁의활동에는 배상청구의 짐이 지워지지 않는다.
철도노조 '1인 승무' 빌미로 다시 투쟁모드 "각계와 뜻 모아 맞설 것"
이와 관련, 철도노조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무력화는 국민이 반대하는 철도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수단이며 법원이 최근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노동3권을 제약하는 횡포"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특히 이들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함께 '춘투(春鬪)'를 예고했다. 철도노조는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 등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불온시하고 손해배상, 가압류 등 금전적 압박으로 제약하려는 것에 맞서 나갈 것"이라며 "각계와 뜻을 모아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중앙선 1인 승무'시행에 대한 국민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또 다른 투쟁의 구실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6일에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1인 승무 시범열차 운행에 반대하며 이를 저지하려는 사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철도노조 청량리기관차 승무지부 소속 조합원 40여명은 이날 청량리역에서 집회를 열고 "중앙선은 단선인데다가 보호 설비가 부족해 기관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며 "1인 승무를 강행하면 사소한 실수가 자칫 정면충돌이나 탈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향후 '1인 승무 저지'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25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과 '민영화 반대'가 이들이 외치는 구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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