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목적따라 접점 각각 달라도 디자인 강화가 대세
삼성-크리스뱅글·LG-네이트버커스 맞손… 모뉴엘 '아트가전' 라인업까지
"하드웨어 혁신의 감소 속에 IT기술이 다양한 산업과 본격적으로 융합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가 시장에서 빛을 보기 전까지 IT기술과 디자인을 잘 접목시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앞서갈 것이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4'를 참관한 한 국내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이러한 CES 트렌드에 따라 올해 전자업계는 디자인 측면이 강화된 '꽃가전'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모뉴엘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잇따라 다양한 산업과 융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가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IT기술을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디자인을 강화한 가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물론 제품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접점에서 접목을 시도하고 있지만 가전제품과 디자인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가장 큰 공통점을 갖는다.
먼저 삼성전자는 사용성에 초점을 맞춘 콜라보레이션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일 수요 사장단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난 윤부근 삼성전자 생활가전(CE) 부문장 사장은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을 접목시킨 '블루 크리스털' 세탁기를 올해 1분기에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뱅글은 앞서 독일 완성차 업계인 BMW에서 일할 당시 보수적이었던 자동차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꾸며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월터 드 실바, 피터 슈라이어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만의 디자인과 사용성에 초점에 맞춰 이번 세탁기를 만들었으며 이에 크리스 뱅글의 혁신적인 디자인철학을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 CES에서 처음 공개된 삼성전자의 주방 가전라인 '쉐프 컬렉션' 역시 요리의 전 과정에서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쉐프들의 의견을 상품 기획단계부터 반영하는 등 디자인과 더불어 사용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G전자의 콜라보레이션은 하나의 단품이 아닌 주방패키지를 대상으로 펼쳐진 만큼 한 제품의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인테리어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나섰다.
CES2014에서 처음 공개된 LG전자의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 LG스튜디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네이트 버커스와의 협업을 펼치고 있다. 버커스는 미국 유명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 고정 출연할 정도로 북미권에서 매우 높은 인지도를 가진 디자이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스튜디오는 단품이 아닌 패키지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 집안이라는 범위 내에서 디자인을 추구했다"며 "생활가전 측면과 인테리어 측면에서 추구하는 디자인을 서로 접목해 주방의 전체 포멧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북미권에서 LG전자가 확보한 기술 선도 기업의 이미지와 함께 버커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앞서 LG전자는지난해 영국 디자이너 홀리 펄튼과 손잡고 '홀리 펄튼 디자인 세탁기'를 영국 시장에 선보인 바 있으며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을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에 입히기도 했다.
글로벌 가전회사 모뉴엘은 근본적인 미적 부분에 초점을 맞춰 콜라보레이션을 펼치고 있다. 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가전제품에 직접 접목시켜 '아트가전'이라는 테마로 다영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모뉴엘은 4인의 예술 작가의 작품을 작용한 아트 콜라보레이션 올인원 PC '모뉴엘 플러스 아트' 16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이 제품들은 지난달 중순까지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만난 뒤 지난달 말 정식 출시됐다.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펼친 아티스트들은 이동기, 강석현, 하지훈, 하태임 등 감성적이고 대중적 포용력이 있는 작가들로 구성됐다. 각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올인원 PC본체 및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 IR리시버 등에 접목됐으며 한 작가당 4작품씩 총 400개 한정판으로 제작된다.
모뉴엘 관계자는 "이미 전자업계에서는 '기술가전의 시대는 가고 아트가전의 시대가 왔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라며 "향후 가전업체들은 예술을 가전에 입혀 부가가치를 높인 아트가전의 라인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달 말부터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모뉴엘 플러스 아트는 공식 판매 전 사전예약을 통해 100대가 팔려 아트가전에 대한 소비자들이 수요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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