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은 창조로 위장된 규제…소비자 부담 가중"
바른사회시민회의 '단말기 유통법, 소비자에게 득인가 실인가' 토론
조동근 "단말기, 보조금 등 모든 경쟁 규제로 구매가격 상승 결과"
이동통신사간 보조금 지급 경쟁을 막기 위해 마련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0일 개최한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소비자에게 득인가 실인가’ 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단통법은 소비자 이익을 외면한 창조로 위장된 규제법”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통법은 휴대폰 단말기 구입 시 보조금 차별 지급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발의했다.
조 의원측은 단통법이 통신사와 제조사의 투명한 보조금 및 판매장려금을 기반으로 휴대폰 단말기 가격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차별대우를 없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조 교수는 단통법이 단말기·통신요금·보조금 등 모든 경쟁을 규제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가 방송통신위원회의 SK텔레콤 보조금 심결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의 평균 보조금은 35만2000원이었으나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을 27만원으로 일률 적용하면 결국 소비자는 평균 8만2000원의 손해를 보는 꼴이었다.
그는 “통신비를 많이 내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은 합당한 차별”이라며 “통신사간 고객유치 경쟁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보조금을 규제하면 결국 소비자 부담은 가중되고, 통신사만 배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조업자의 판매장려금을 규제할 경우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도 줄고, 소비자가 고사양의 제품을 구매하기도 어려워져 신기술 개발 및 보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측은 "소비자의 잦은 휴대폰 교체로 자원낭비가 심하고, 가계통신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단통법안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IT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성장, 정착한 것은 판매촉진차원에서 제조사가 지급한 판매장려금 때문인데 이제 와서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너무 자주 교체한다는 이유로 이를 규제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진국 배재대 교수도 “빠른 기술변화 환경 속에서 소비자가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욕구”라며 “소비자들의 잦은 기기변경이 자원낭비를 유발하다는 주장은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적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단통법 시행보다 정부가 통신사의 요금을 통제하는 현행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요금인가제를 폐기해 통신사간 요금경쟁을 유도하면 후발 통신사의 경영혁신이나 품질개선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고, 경쟁을 통한 균형가격은 인가된 요금보다 더욱 싸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존의 담합 유지 정책을 폐기하여 신규 사업자의 진입 규제를 완화시키고, 기존 사업자간 활발한 가격 경쟁만이 단말기 가격을 정상화시킬 것”이라며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단통법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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