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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금메달?’ 박승희로 본 쇼트트랙 한계와 묘미


입력 2014.02.13 22:51 수정 2014.02.15 10:2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박승희 코너 돌다 상대 선수에 밀려 넘어져

꼴찌로 달리던 중국 선수가 순식간에 금메달

쇼트트랙 규정의 한계로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 ⓒ 연합뉴스

쇼트트랙 규정의 한계가 다시 한 번 드러난 한판이었다.

박승희가 13일(한국시각)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불운에도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500m 종목에서 메달을 차지한 것은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전이경(동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전이경은 파이널B에서 1위를 차지, 파이널A에서 2명의 실격자가 나오는 바람에 어부지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따라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따낸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박승희는 동네달이 아닌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사실상 도둑맞은 것과 다름없는 금메달은 어이없게도 꼴찌로 달리던 중국의 리지안루에게 돌아갔다.

유리한 자리인 1번 레인에 위치한 박승희는 첫 총성이 울리고 부정 출발로 숨을 골랐다. 이어 스타트와 함께 선두로 치고나간 박승희는 두 번째 바퀴를 도는 과정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함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최하위에 처져있던 중국의 리지안루가 어부지리 선두로 나섰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승희는 다시 일어나 레이스를 펼치려 했지만 재차 넘어졌고, 이로 인해 최하위로 골인했다. 이후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거쳤고, 영국의 크리스티에게 실격을 선언하면서 박승희에게 동메달을 줬다.

눈물을 머금은 박승희는 코칭스태프 품에 안겨 아쉬움을 달랬지만 이미 달아난 금메달을 되찾아올 수 없는 노릇이었다. KBS 김동성 해설위원은 “너무나도 아쉽지만 이것이 쇼트트랙의 묘미”라고 말했다.

꼴찌에서 순식간에 1위가 된 리지안루 입장에서는 분명 짜릿한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하지만 목전에서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의 아픔을 동메달로 치유하기에는 너무도 간극이 커 보인다.

오픈레이스로 치러지는 쇼트트랙은 타임레이스인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수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치열한 자리다툼으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다반사며 특히 코너 구간에서의 인코스 또는 아웃코스 공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런 변수들이 쇼트트랙을 즐기는 재미이기도 하지만 때론 납득할 수 없는 순위표를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역시나 선수들의 충돌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당시 아폴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은 순식간에 메달색을 바꿔버렸고,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잘 달리고 있던 박승희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넘어진 피해자다.

이에 대해 ISU(국제빙상연맹)는 비디오판독의 강화 등 매년 규정을 손보며 혹시나 있을 선수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레이스가 예선 또는 준결승이었다면 어드밴스 규정을 적용해 상위라운드 진출권을 줄 수 있지만 결승전에서 피해 받은 선수가 보상받을 수 있는 장치는 아직까지 없다. 과연 이것이 오픈레이스가 주는 묘미라 할 수 있을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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