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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초월' 안현수·신다운…일본 따돌리기 레이스


입력 2014.02.14 11:46 수정 2014.02.14 11:55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쇼트트랙 1000m 예선에서 보이지 않는 협력 레이스

안현수와 신다운은 사이좋게 1, 2위로 1000m 8강에 진출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예선.

6바퀴 남겨두고 ‘빅토르 안’ 안현수(29·러시아)가 바깥쪽으로 신다운을 추월했다. 이때 안현수는 신다운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뒷짐 진 왼팔을 풀어 신다운(21)을 만졌다.

암묵적 힌트였다. 내가 ‘속도’를 낼 테니 따라오라는 사인이었다. 일반인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 쇼트트랙 전설’ 김동성(KBS 해설위원) 눈엔 들어왔다. 경기 직후 ‘슬로우 영상’에서 안현수 의도가 정확히 드러났다. 김동성 해설위원은 “마치 2명의 한국 선수가 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현수와 신다운은 13일(한국시각)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궁전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예선 7조에서 조 1·2위로 8강에 진출했다. 단순한 1·2위가 아니었기에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러시아 국가대표 안현수와 한국 간판 신다운은 ‘한·러 연합작전’으로 3위 일본의 타카미도 유조를 따돌렸다.

레이스 시작은 신다운 몫이었다. 먼저 앞으로 나왔다. 신다운이 선두로 나서자 안현수가 약속이나 한 듯 뒤따랐다. 레이스 중반부터는 관록의 안현수가 선두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감동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6바퀴 남겨두고 안현수가 신다운을 추월했다.

안현수는 바깥쪽으로 추월하기 직전 '동일 선상'에 있던 신다운의 팔을 살짝 만졌다. ‘내가 속도를 낼 테니 따라오라’는 의도였다. 안현수가 질주하기 시작했고 신다운도 속도를 끌어올렸다. 3위 일본 타카미도 유조는 한 발 늦게 눈치 채면서 연합 전술에 말려들었다.

김동성 해설위원은 레이스 중반, 선두 안현수가 체력안배 차원서 속도를 조절하자 “현수가 좀 더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 1위(안현수)와 2위(신다운)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신다운도 마음 편하게 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절친한 선배 김동성의 말을 들은 것일까. 고개를 아래로 숙여 ‘다시 한 번’ 뒤따라오던 신다운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안현수가 무섭게 내달렸다. 신다운도 동시에 속도를 높였다.

안현수와 신다운이 전력 질주하자 어리벙벙한 3위 일본 타카미도는 역전 한 번 못해보고 예선 탈락했다. 타카미도는 골인 지점서 날 들이밀기까지 시도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국경을 초월한 전현직 한국 쇼트트랙의 협력 작전이었다.

안현수와 신다운은 사이좋게 1, 2위로 1000m 8강에 진출했다. 둘은 15일 오후 7시 43분부터 펼쳐지는 준준결승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안현수는 같은 날 열린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러시아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반면, 신다운이 출전한 한국은 이호석이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탈락에 눈물을 삼켰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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