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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시술이에요, 대신 죽을 수도 있어요"


입력 2014.02.15 10:01 수정 2014.02.16 11:18        김아연 기자

불필요한 성형 부추기는 지하철 성형 광고 문제 심각

성형외과 광고, 공중화장실 거울 등 곳곳에 김민지씨가 붙인 쪽지들. 김씨는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미국의 '오퍼레이션 뷰티풀(Operation Beautiful)' 캠페인을 본 떠 '몸매불문 나 되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G성형외과에서 대학 입학을 앞둔 여고생이 지난해 12월 쌍커풀과 코 수술을 받던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의 지나친 성형외과 광고 풍토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부분의 성형외과가 성형 부작용은 감춘 채 간단한 의료시술인 것처럼 포장하고, 100% 효과를 보장한다는 식으로 무분별한 성형을 부추기는 광고를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측에 뇌사상태에 빠진 여고생이 수술을 받은 G성형외과의 광고를 대중교통 내에서 게재 중단하라고 14일 촉구했다.

이어 “G성형외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팽배하게 퍼져있는 불법 성형광고의 대대적인 규제도 요청한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는 “최근 2년 사이 다섯 배 이상 급증한 지하철 성형광고는 특정 외모를 비하하거나 미완성인 양 묘사하고 있다”며 “지하철 이용자들에게 일상적으로 불쾌감을 주고,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부추김으로써 여성을 비롯한 시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형외과 광고에 대한 심의가 거의 유명무실해 성형수술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고생을 의식불명에 빠트린 이번 성형사고 역시 여성들이 성형시장에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놓여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지하철 열차 내부에서는 물론, 승강장 스크린도어, 지하철역 계단 옆 벽면 등 오고가는 곳곳마다 도배된 성형외과 광고를 마주보는 현실에 놓여 있다. 뿐만 아니라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이번 역에 내리시면 ‘걔네가 성형한 거기, OO성형외과’가 있습니다”라는 음성광고까지 들어야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성형외과 광고는 비포·애프터(Before·After) 비교 사진에 '당신의 삶을 바꾸세요', '아름다운 성형', '도도함의 완성' 등의 메시지만을 담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시민들은 “대중교통 성형외과 광고는 거의 공해수준이나 마찬가지”라며 피로감을 드러냈다.

직장인 A씨(29·여)는 출퇴근길에 성형외과 광고를 매일 보다 보니 성형수술은 수술이 아닌 가벼운 시술정도로 여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수술에 따라 전신마취까지 필요한 성형수술을 지나치게 ‘아름다움’만 강조하며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특히 여성 위주의 성형외과 광고를 볼 때마다 외모지상주의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위험할 수도 있는 성형수술까지 아무렇지 않게 부추긴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26·여)은 “우리나라로 여행 오는 외국인들은 전부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라고 인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특성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특히 지하철역에 도배되어 있는 성형외과 광고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광고의 목적 자체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인데 대중교통 성형외과 광고는 지나치게 많아 오히려 공해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노골적인 성형광고 풍토는 사회적으로 성형을 부추기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매일 같은 길을 다니는 시민들이 매일 똑같은 ‘비포·에프터’ 사진에 성형외과 정보를 접하다 보면 실증이나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심리”라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성형의 가장 잘 된 케이스만 보여주는 광고를 반복적으로 접할 경우 사람들은 그 부분만 발췌해 성형을 인식하게 된다”면서 “지나친 성형 광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형의 단점은 생각하지 않고, 이점만을 사고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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