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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판결 공신' 권은희 진술 어땠길래...


입력 2014.02.15 10:05 수정 2014.02.17 10:40        김소정 기자

다른 증인들 "수서서가 서울청에 분석 의뢰"

"수사팀 서울청 못들어갔다" 진술도 배치

국정원 수사 개입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왼쪽)과 김 전 청장에 결정적 불리한 증언을 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데일리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축소수사 의혹사건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로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장외논쟁이 거세다.

민주당측은 13일에 이어 14일까지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1심 무죄판결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고 “김 전 청장을 위한 변명만 대신 해준 판결이 됐다”며 이번 1심 재판 결과를 비판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김 전 청장의 선의를 최대한으로 포장하는 대신 유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자료들은 대부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선 “민주당이 당의 이익을 갖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입증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고, 이번 의혹을 제기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다른 증언들과 배치되는 상황이 재판부의 판단을 불러온 것”이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서울경찰청 증거분석실 CCTV 영상 등으로 야권에선 “이 자료가 판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은 권 전 과장의 주장에 배치되는 다른 증언들이었다.

앞서 권 전 과장은 “김 전 청장이 디지털 증거분석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청에서 하도록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당시(2012년 12월 13일) 최운영 사이버수사 담당자가 ‘이런 사안의 경우 당연히 현장에 나와야 된다’라고 했다”라고 진술했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증인들은 대체적으로 권 전 과장의 주장과는 달리 “수서서가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다”라는 취지로 일치된 진술을 했다.

권 전 과장은 “당시 이병하 서울청 수사과장이 ‘이미 서울청에서 증거분석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장본인인 이 과장은 법정에서 “수서서로부터 디지털 증거 분석을 요청받았다”고 진술한 것이다.

또 권 전 과장은 “당시 분석 현장에 참석했던 유지상 수서서 사이버수사팀장이 전화를 걸어와 ‘김하영 국정원 직원이 증거분석에 직접 참여해서 그가 지정하는 내용만 분석을 하겠다는 것이 서울청의 입장’이라고 전하면서 ‘수사팀이 거기 들어가지도 못한다. 서울청에 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법정에서 유 팀장과 최운영 수서경찰서 수사관 모두 아무런 제한없이 증거분석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고, 분석실에도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서울청에서 유 팀장을 비롯한 수서서 관계자들을 배제하려고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증명된 셈이다.

여기에 권 전 과장은 “유지상의 보고에 따르면 유지상이 강력히 항의하고 이의제기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했다. 또 그는 “김하영이 지정하는 문서만을 열람하는 방식의 증거분석에 동의할 수 없었으므로 항의의 표시로 유지상에게 복귀를 명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유 팀장은 이후 “분석실에서 철수한 이유는 김하영이 분석 범위를 지정하는 것에 한해 분석을 한다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내려가겠다고 한 것이지, 권은희가 ‘항의’의 표시로 철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결정적으로 권 전 과장은 “지난 2012년 12월 12일 오후 2시59분경 곽승혁 수서서 지능팀 담당자 자리에서 서울청장 부속실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김 전 청장이 ‘이 사건은 내사사건’이라는 점과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점을 근거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었다.

즉 “김 전 청장으로부터 수서서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 방침에 대해 자꾸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 전 과장이 주장한 그날 오전 11시쯤 이미 경찰청과 서울청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부적절하므로 신청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던 점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그런데도 권 전 과장의 주장처럼 김 전 청장이 이때부터 4시간여가 지난 시각에 수서서장인 이광석 수서서장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해 재차 영장신청 보류를 지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권 전 과장은 “이광석에게 김 전 청장의 지시사항을 보고하자 이광석이 ‘오전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도록 피고인들을 설득했는데, 오후에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설득이 되지 않는다. 화를 내신다’라고 얘기했다”라는 말도 했다.

이 대목에서도 이 수서서장은 법정에서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김 전 청장의 영장신청 보류 지침 이유를 듣고 공감해 신청 보류를 지시했다. 김 전 청장이 권 전 과장에게 압수수색 영장 신청 보류를 종용했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명백하게 권 전 과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권 전 과장 역시 법정에서 당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만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영장 신청을 위한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무엇보다 권 전 과장은 “지난 12월 16일 오후 이광석 수서서장이 유지상, 김성수, 곽승혁을 소집한 다음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해 그 자리에서 즉시 반발했고, 이 서장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하루만이라도 수사팀에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수서서장은 법정에서 “당시 상황은 당연히 전문적인 분석팀의 분석 결과를 신뢰하는 상황이었고, 분석 결과가 나왔으면 발표하는 것이 맞다는 것에 대해 전혀 이의제기가 없었다”면서 “또 권 전 과장이 하루라도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 다만 ‘보도자료를 배포하더라도 증거분석 결과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이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증거분석 자료를 받아보았다”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선 유 팀장도 법정에서 “언론 보도자료를 2012년 12월 16일 배포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반대의견은 없었다. 권은희가 당시 보도자료 발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사실이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했었다.

이렇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축소수사 의혹사건은 권 전 과장이 ‘수서서 관할사건에 서울청이 압력을 넣어 개입한 사건’으로 폭로했지만 법정에서 한결되게 수서서 관계자들의 상반되는 진술이 이어지면서 결국 피의자로 지목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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