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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별그대' 찾아라" 은행권, '대박컨텐츠' 삼매경


입력 2014.03.06 15:51 수정 2014.03.06 17:06        목용재 기자

기은, 손대는 드라마마다 '대박'…"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효과"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 분)가 기업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SBS드라마 '별 그대' 캡처

"저 천송이에요. 톱스타가 대한민국에서 신용대출이 어려워요? 큰 돈도 많이 맡겼자나요. 저 VVIP아니에요?"

"이제는 아니구요. 신용등급이 낮아요. 현금서비스 너무 많이 이용하셨어요. 신용대출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가 한 은행을 찾아가 대출상담을 받고 있는 장면이다. 촬영장소는 기업은행(은행장 권선주) 일산 주엽지점. 이 장면에서는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라는 기업은행 광고표지가 몇 차례 노출된다.

간접광고(PPL) 계약을 하지 않아 광고문구에 '기업은행'부분은 삭제돼 나오지만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에 광고문구가 노출되면서 기업은행이 미소지었다.

손대는 드라마마다 대박나는 기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별 그대'를 제작지원한 기업은행은 이 드라마가 평균시청률 27.1%의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광고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몇 차례 관련 광고가 노출되고,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IBK 기업은행' 로고가 뜨는 자막광고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왕가네 식구들'도 기업은행이 제작지원한 드라마로 시청률 47.3%를 찍었다. '참 좋은 시절'도 시청률 32.3%를 찍으면서 대박이 터졌다.

지난해 기은이 제작지원한 '야왕'(21.8%), '비밀'(20.6%) 등도 성적이 좋다. '해를 품은 달'(47%), '빛과그림자'(24.7%), '신사의 품격'(30.1%), '추적자'(28.3%) 등도 기은이 제작지원 작품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손을 타야 드라마가 대박난다는 속설도 돈다.

기업은행이 제작지원한 드라마들이 '대박'나면서 '송해' 광고 이후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은 드라마, 영화, 공연 등에 대해 2011년부터 2013년 말까지 3040건의 대출·투자를 진행, 총 5417억 원을 투입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컨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7500억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컨텐츠 육성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기업은행의 광고자막.ⓒSBS '별 그대'캡처


산업은행(은행장 홍기택)도 '창조경제 육성'이라는 정부 방침에 발맞춰 관련 산업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2년 말 CJ펀드 600억 가운데 300억을 투자해 영화 등 문화컨텐츠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 CJ펀드를 통해 2013년부터 해당 분야에 자금지원이 되기 시작했다. 펀드 운용기간은 5년이다.

2013년부터 산업은행이 CJ펀드를 통해 투자한 영화는 '고령화가족', '더웹툰', '설국열차', '감기', '스파이', '깡철이', '롤러코스트', '공범', '소녀', 'AM11', '조난자들', '방황하는 칼날', '명량' 등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로는 '소수의견', '림보', '위로공단' 등 다양하다.

홍기택 산업은행장도 대통령 인수위원시절부터 문화컨텐츠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영화·드라마 투자…"아직 어려워"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드라마·영화 등 문화컨텐츠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문화컨텐츠에 대한 제작지원·간접투자 등은 미미한 상황이다.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는 투자대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가 담보를 잡고 이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중은행으로서는 문화컨텐츠 산업 쪽에 발을 들여놓는 것에 신중하다.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는 은행의 '본업'과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영화, 드라마 등과 연계한 금융상품을 내놓으면서 관련 산업 '육성'보다 '지원'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은행은 2008년 12월에 드라마·영화의 시청율과 예매율 등에 따라 보너스 금리를 주는 '문화 컨텐츠와 연계된 보너스 금리 제공방법 및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을 하고 2008년부터 드라마와 영화가 연계된 금융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 '종합병원2', '마의', '구가의 서' 등의 드라마와 '세븐파운즈', '관상' 등 영화와 연계된 정기예금을 판매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생애최고의순간(2007)'의 제작비용을 펀딩하는 자산운용사 펀드에 투자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영화는 성공적이었지만 영화 수익배당의 우선순위에 밀려 수익성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영화·드라마 산업에 대한 투자는 전무한 상태다.

다만 영화제작사와 공동마케팅 협약을 맺고 영화 관객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시네마정기예금'을 2010년부터 시작했다. 시네마정기예금은 1호인 '김종욱 찾기'를 시작으로 '글러브', '마이블랙미니드레스', '써니', '7광구', '오싹한 연애', '간첩' 등 최근까지 11개의 상품을 출시했다.

아울러 문화컨텐츠 산업 지원의 일환으로 YG엔터네인먼트, 우리카드와 함께 '문화·공연 컨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 발전에 YG와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영화사랑적금' 상품을 통해 적립된 일정 금액한 한국영화발전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개인금융을 주력하고 있어 문화컨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에 대해 보수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담보'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은행이 문화컨텐츠에 투자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면서 "관련 예금상품을 출시해서 문화컨텐츠 육성을 지원한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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