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가 목매는 '모바일투표'를 안철수가 덥썩 왜?
당원보다는 일반 국민의 지지 '더 많이'
김한길 등은 결사반대 안철수 측은 솔깃
통합진보당을 재판정으로 끌고가고 천호선 심상정 노회찬 등을 탈당하게 만든 유령당원을 동원한 '모바일 투표' 사건. 뜨거운 감자 모바일 투표를 둘러싸고 이번엔 민주당 문재인 의원 측과 합당을 앞둔 안철수 의원 측간의 미묘한 기류가 눈길을 모은다.
두 인사는 당원보다는 일반 국민의 지지를 더 받고 있어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추구하는 당원중심체제를 벗어나는 게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잡는 데 있어 유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친노계는 이에 따라 각종 선거에서 일반 국민의 참여를 높이는 모바일투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원이 전무한 안 의원도 향후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 측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관계자는 1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의원 측은 당원이 없기 때문에 당원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모바일투표 방식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 의원 측은 6.4지방선거 공천 방식과 관련, 당원이 배제된 공론조사식 배심원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단일화룰’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두 인사가 동지가 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두 인사가 한 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모바일투표란 쉽게 말하자면 ‘휴대전화로 하는 투표’다. 모바일투표는 휴대전화라는 수단이 보편화돼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간 혁신적 투표방식으로 각광받아왔다. 친노는 모바일투표를 통해 다양한 유권자의 의견을 수렴해 당 대표 또는 대선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면서 시민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방식의 모바일투표를 관철시키는데 주력해왔다.
친노의 모바일투표 주장, 역사 보면 당연...비노는 '당심 왜곡' 등 우려
무엇보다 민주당 내 모바일투표 역사를 살펴보면 친노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 경선과 2012년 1월과 6월 당 지도부 선거, 9월 대선 경선에서 모바일투표를 적용해왔는데 2007년 정동영 대선 후보 선출을 제외하고는 1월과 6월 각각 한명숙, 이해찬 당 대표, 9월에는 문재인 대선 후보라는 친노 핵심 세력이 선출됐다.
친노에 속하는 문성근 전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통합신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인터넷과 모바일에 방점을 둔 온·오프 결합 네트워크 정당 구성이라고 주장한 것도 일련의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전 고문은 이날 이러한 내용을 각종 선거 룰을 명시하는 당헌당규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곧 다가올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이다.
친노의 속내와 상관없이 일단 안 의원에게 이러한 친노의 주장은 사실상 단비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당세(黨勢)로 쥐게 한다면 현재 이렇다 할 당원이 없는 안 의원은 당내 제1계파인 친노와 같이 당세가 센 세력들에게 손 놓고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다면 아주 승산이 없지는 않다. 아직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국민들도 있고, 인지도 면에 있어서도 안 의원을 능가할만한 인사가 적다.
반면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내 비노(비노무현) 세력은 친노가 말하는 모바일투표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노는 모바일투표에 친노가 주장하는 ‘국민의 목소리’보다는 ‘동원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된다고 본다. 실제로 결집력이 강한 세력이 조직적으로 모바일투표에 대거 참여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하다는 모바일투표의 특징과 맞물려 현장에서의 동원투표보다 더 큰 파괴력을 일으킬 수 있다.
비노는 동일선상에서 당심(黨心)이 왜곡된다는 문제도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이 대표가 선출됐던 2012년 1월 전당대회 당시 김한길 현 대표는 지역 순회 경선과 대의원 및 현장투표에서 이 대표를 앞서고도 모바일투표에서 패해 2등으로 밀려났다. 결속력 강한 친노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건 정치권의 정설이었다. 이후 김 대표는 당이 모바일투표 폐지를 택한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비로소 대표로 선출됐다.
당헌당규, 모바일투표 얼마나 반영할까
민주당의 당헌당규 중 당규 제15호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과 제16호 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을 살펴보면 친노와 비노 간 모바일투표에 대한 이견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비노 지도부를 탄생시킨 전자는 모바일투표에 있어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 ‘당원중심’으로 선거인명부를 작성하지만, 친노 대선 후보를 만든 후자는 대의원, 당원과 함께 시민을 선거인단으로 모집하도록 명시했다.
안 의원은 현재 비노와 심적으로 가깝다. 친노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과는 18대 대선 당시 단일화룰 갈등으로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 또한 문 의원과는 2017년 대권을 놓고 또다시 라이벌로 겨룰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선제압을 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만큼 안 의원은 전략적으로 친노와 손을 잡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당원중심체제 하에서 비노의 지원을 받는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겠지만, 친노가 당내 최대 계파인데다 김 대표가 선출됐을 때는 대선 패배 후 ‘친노 책임론’에 대한 분위기가 강했던 것 등을 고려해봤을 때 낙관적 전망만을 하기는 어렵다. 일부는 안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일 수 있고, 무엇보다 안 의원은 당원이라는 기본 토대가 없다.
이에 따라 통합신당의 당헌당규를 담당하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이계안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두 사람이 만드는 당헌당규에 모바일투표의 위상이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앞으로 정해질 각종 룰에 모바일투표가 얼마나 반영되느냐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과 이 위원장은 21일 만남을 가졌다.
앞서 언급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당헌당규에 대해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아 민주당에 많이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 룰을 정하는 것은 예민한 문제”라며 “다양한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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