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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투리스모…'가족'도 '나'도 포기할 수 없다면


입력 2014.03.21 15:14 수정 2014.03.21 17:19        박영국 기자

9인승 코란도 투리스모 타보니…SUV의 멋과 미니밴의 활용도

코란도 투리스모.ⓒ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투리스모는 지난해 자동차 내수시장 침체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차종으로 꼽힌다.

미니밴이라는, 수요층이 넓지 않은 세그먼트에 속한데다, 완전 신차도 아닌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라는 점에서 코란도 투리스모의 성공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출시 후 4개월 연속 1000대 이상씩 판매되며 대박을 쳤다.

월 100대도 안 팔리던 로디우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월 1000대씩 팔리는 상황은 회사 측에서도 예상 못했던 일이었겠지만, 쌍용차는 ‘당황하지 않고 마치 원래부터 볼륨 모델을 목적으로 개발했던 것처럼’ 코란도 투리스모를 마구 찍어댔고, 1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월 800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이 녀석의 인기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출시 초기에 이뤄진 시승행사 이후 1년 만에 다시 코란도 투리스모의 운전대를 잡았다.

시승 모델은 110km/h 속도 제한장치 의무장착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11인승에 이어 지난해 12월 추가로 출시된 9인승 최상위 트림인 RT 모델이었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최대 장점은 다인승 미니밴이면서도 ‘승합차’ 느낌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보통 가족이 많거나 업무상 필요로 인해 다인승 차량을 보유해야 하는 사람은 차를 두 대 굴릴 능력이 없다면 자동차에 대한 자신의 기호는 포기해야 한다. 홀로 출퇴근을 할 때나 가까운데 바람을 쐬러 갈 때도 이 덩치 큰 차를 끌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다르다.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 과도하게 승합차 냄새를 풍기던 전작 로디우스와 달리 이 녀석은 SUV에 가까운 느낌이다. 혼자 몰고 다녀도 승합차 운전기사가 아닌 SUV 오너의 ‘포스’를 풍기기에 충분하다.

9인승 코란도 투리스모의 좌석 배치는 2+2+3+2로 기존 11인승과 같이 4열을 유지하되 2열과 4열의 중간 좌석을 빼 탑승인원을 줄인 대신 거주성을 높였다.

애초에 4열 좌석은 성인이 앉기에 부적합한, 상징적인(세제혜택, 혹은 비상시에 대비한) 자리였으니 좌석 두 개를 떼어낸 게 미니밴 수요층에 큰 기피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2열의 경우 더 편하고 럭셔리한 좌석 배치로 탈바꿈했다. 시승 구간 중 일부는 성인 6명이 탑승했는데, 각 열마다 2명씩 앉으니 딱 적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4열 좌석은 가방을 던져 놓는 용도다.

뒷좌석 탑승자가 슬라이딩 도어가 아닌 힌지 도어(스윙형 도어)를 열고 오르내릴 수 있는 것도 코란도 투리스모에 ‘탈 승합차’ 이미지를 부여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좁은 주차공간에 이 덩치 큰 녀석을 박아놓고 뒷문을 열어야 할 때는 슬라이딩 도어가 아닌 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좌석 두 개 떼어낸 덕에 'SUV의 야성' 유지

좌석을 두 개 떼어낸 덕에 얻은 가장 큰 장점은 ‘야성을 거세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11인승 이상 승합차에는 의무적으로 최고 속도를 시속 110km로 제한하는 속도 제한장치를 부착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으며, 이는 SUV 스타일의 미니밴을 표방하는 코란도 투리스모에게는 치명적이었다.

9인승 코란도 투리스모는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덕에 차량이 드문 구간에서는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2t의 육박하는 덩치에 뛰어난 가속능력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저속에서의 순발력은 뛰어난 편이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높은 토크를 내는 e-XDi200 LET 엔진의 특성 덕이다.

묵직한 차체 덕에 고속주행안정성 역시 만족스럽다. 아무 생각 없이 밟다 속도가 160km를 넘어갔는데도, 동승자들이 눈치를 못 챌 정도다.

기어 변속도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져 변속 구간에서도 매끄럽게 뻗어나가는 느낌이 난다.

연비는 시내 주행에서 8.4km/ℓ, 고속도로 주행에서 9.7km/ℓ로, 표시연비(4WD 자동변속기 기준 11.3km/ℓ)에 다소 못 미치게 측정됐다. 사람을 많이 태우고 급가속을 자주 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수납공간도 곳곳에 잘 마련돼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에는 물론, 센터페시아 하단에도 컵홀더가 숨겨져 있다가 필요시 누르면 열린다.

뒷좌석 승차감도 프레임 기반의 미니밴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후륜 서스펜션으로 체어맨W와 동일한 멀티링크 독립현가방식을 채택한 효과다. 이 방식은 노면의 충격을 다수의 링크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계기판은 상당히 독특하다. 데시보드 중앙 상단에 메인 계기판을 놓고, 운전석에는 별도의 소형 디지털 클러스터를 달아 속도와 연비, RPM, 기어상태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굳이 메인 계기판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아무 지장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대체 메인계기판은 왜 달아 놨을까.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기도 불편하고 공간만 차지한다. 그 때문에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의 시선을 과도하게 분산시킬 정도로 아래로 밀려 있다.

차라리 메인계기판의 주요 기능을 운전석 쪽으로 몰고, 그 자리에 내비게이션을 높여 달아놓는 게 좋을 뻔했다.

MVH(소음진동)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속도를 100km/h 이상으로 높이면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심해진다.

가격은 2WD 모델이 2480만~3397만원, 4WD 모델이 2854만~3567만원이며, 시승 모델인 9인승 4WD RT 트림은 3567만원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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