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 ‘황제노역 판결 통해 본 법조윤리 강화 방안’ 긴급토론회
"벌금형 선택하는 경우 벌금의 선납부를 조건으로 판결 선고해야"
일당 5억원 ‘황제노역’ 판결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지난 5년간 고작 7명이 징계처분을 받는 것에 그칠 정도인 법조계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사법처리 과정에서 지역 유지와 향판·향검이 얽힌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고, 벌금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환형유치 제도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3일 ‘황제노역 판결을 통해 본 법조윤리 강화 방안’ 긴급토론회를 열고 황제노역 사건으로 불거진 향판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 개선 및 법관 윤리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바른사회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먼저 이번 황제노역 사건에 대해 “국민 법감정을 크게 벗어난 법관과 검사의 양형재량권 행사와 지역 유력인사를 중심으로 소위 ‘향판’과 ‘향검’, ‘향변’이 지역 카르텔 형태로 서로 얽혀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대법원도 고액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노역장 유치기간의 하한선을 정하는 등 환형유치제도 개선 방안과 함께 지역법관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지역법관제의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박 교수는 또 원래 벌금(재산형)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환형유치제도의 비합리성과 법관의 양형재량으로 악용되면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행 환형유치제도는 기간이 최소 1일에서 최대 3년으로 폭이 매우 좁은 데다 벌금액도 5만원 이상으로 하한은 있으나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상한에 제한이 없으므로 대법원의 안과 같이 고액 벌금에 노역장 유치일수의 하한선을 두는 방안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벌금형을 폐지할 수도 없고, 노역장 유치일수의 상한선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현실에서 결국 고액 벌금의 경우 피고인이 징역형의 추가 또는 벌금형을 선택하게 해 벌금형을 선택하는 경우 벌금의 선납부를 조건으로 판결을 선고하는 방안이 그나마 고육지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황제노역 사건의 뿌리에는 환형유치제나 지역법관의 문제보다 판사의 양형재량 남용과 검사의 기소재량 남용, 또 이를 가능케 하는 항판·향검·향변의 카르텔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결정적으로 법조계의 각종 비리를 막고 처리할 수 있는 법관징계위원회나 검사징계법의 징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이와 관련해 사법기관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전관예우의 문제점을 꼽은 박 교수는 “우선 형사사건에 한해서라도 수임료 상한과 성공보수 금지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관변호사를 규제하는 조항이 신설됐다고 하지만 사내변호사가 알게 된 기업비리의 신고를 의무화한 조항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고, 전관변호사가 변호사 윤리규정을 위반할 경우 제명까지도 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의뢰인의 고발이 없는 한 입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적어도 형사사건만이라도 수임료의 상한선을 제한하고 성공보수를 금지함으로써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는 다가올 법률시장의 개방 시대에서도 국민의 불필요한 사법비용의 증가를 막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당장 지역법관제의 폐지는 불가능하겠지만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며 “특별감찰관 제도의 감찰 대상에 판검사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법관들이 평판사 시절 내지 초임 부장판사 시절부터 향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지금처럼 교통 통신이 발달된 환경에서 과연 향판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지에 의문”이라면서 “국민들이 전국의 어느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재판받고 조사받아도 공정하고 균형있는 재판과 수사를 받도록 인사 제도를 개선하고 윤리강령에 따라 철저하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