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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도망갔지만 학생들은 남의 대피를 도왔다


입력 2014.04.17 18:50 수정 2014.04.24 13:23        김수정 기자

아이 먼저 구출시키고 노인들에 구명조끼 나눠주고...

단원고 학생들의 성숙한 행동 알려지자 안타까움 더해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승객들이 한쪽으로 기울어 버린 배안에서 몸에 중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연합뉴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16일 오전 8시50분경 침몰된 여객선에 대한 구조작업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공개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성숙한 행보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아직도 생존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 학생들 중 여객선이 침몰하기 직전까지 나이 많은 어른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어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허종식 인천시 대변인이 17일 만난 생존자 신창화 씨(61·여·용유초 동창)의 증언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경 세월호가 갑자기 기울기 시작했고 사람과 물건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부상한 신 씨는 거동이 불편해진데다 이후 선박이 더 기울어져 탈출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때 안산 단원고 여학생 몇 명이 나타나 “어르신을 먼저 구출하자”며 신 씨를 부축해 선실 밖으로 밀어내줘 신 씨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 씨를 구출한 뒤 이들은 다시 선실로 들어가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부상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면서 각 선실을 뛰어다니며 승객들의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은 계속해서 차올랐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타인의 안위를 먼저 챙겼던 것이다. 신 씨는 생존 후 해당 학생들을 찾아 헤맸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이들의 생존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이타적인 행보는 또 있었다. 현재까지 최연소 생존자인 권지연 양(6)의 탈출에도 학생들의 선행은 눈에 띄었다. 특히, 한 남자 학생은 자신이 구조를 바로 앞에 둔 상황에도 “아기요 아기”라며 구조원들에게 권 양의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뿐만 아니다. 학생들은 긴박한 침몰 상황에서도 끝까지 어른들의 지시를 따랐다. 대다수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기내에서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미 기내에는 물이 차오르고 배가 기운 긴박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그저 선박 측의 지시를 따랐다. 자신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이들은 이기심을 보이기보다는 질서와 원칙을 택한 것이다. 막연히 철부지로만 치부됐던 10대들이 되레 극단의 상황에서 성숙함이 우리 국민 상당수의 마음을 먹먹하게 적시고 있다.

네티즌 상당수도 학생들의 이 같은 행보에 찬사를 보내며 이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한편, 먼저 탈출을 감행한 선장에 대한 비난세례를 퍼붓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ljma****’는 “가슴이 미어진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며 “어떻게 저런 착한 학생들에게 시련을 겪게 하는가. 부디 살아 돌아오길”이라고 안타까워했고, 또 다른 아이디 ‘dbgy****’는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다.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 저렇게까지 의연하게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고 통탄했다.

또 다른 네이버 아이디 ‘pars****’는 “저 어린 학생들보다 책임감도 없는 사람들 정말 야속하다”며 “자기 할일은 하지 않고 먼저 도망친 선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비판했고, 아이디 ‘whau****’는 “선장은 보고있냐”며 “당신이 살아온 것에 3분에1도 채 못 산 아이들이 추운 물속에서 못다 핀 꽃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만 하루 만인 17일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총 9명으로 탑승객 475명이 중 179명이 구조됐으며 287명은 여전히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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