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세월호 문제 공무원들 대규모 경질 예고?
수석비서관회의 "자리보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 반드시 퇴출"
사실상 '경질예고' 발언에 서남수·강병규 장관 등 문책 가능성 제기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 수위로 미루어 사실상 ‘경질 예고’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 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그 말 자체 의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들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면서 “나는 반드시 (사고의 원인을) 단계 단계별로 철저하게 규명해서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20일 새벽 정부가 수색 과정을 자신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사실을 감추려 한다는 이유로 청와대행을 감행했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9일 진도 팽목함에서 있었던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에서 자포자기식 발언을 했던 것도 가족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김 청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적극적인 수색을 주문하자 “이제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다”며 “난 두 손 다 들었으니까 더 원하는 게 있으면 내 윗사람한테 가서 얘기해라”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인 16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을 겸하는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이 상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이 차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수차례 “확인하는 대로 말하겠다”는 답만 반복해 중대본이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중대본과 해경 간 불협화음으로 정부는 탑승자 수를 5번, 구조자 수는 8번을 번복 발표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한 정부 발표와 관계당국 책임자들의 안이한 태도가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을 키운 것이다.
이 두 사례는 박 대통령이 ‘퇴출’까지 언급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사고가 수습된 뒤에는 국민 불신을 초래한 관료들에 대한 대규모 문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반드시 안전행정과 책임행정을 이뤄서 불신의 벽을 신뢰와 믿음의 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과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형사고 시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는 정확한 정보여야 한다. 앞으로 정부 발표가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닥에 앉아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뒤로하고 의전용 의자에서 컵라면을 먹었던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박 대통령의 경고 대상에 포함된다. 서 장관은 ‘컵라면’ 논란 이틀 뒤에도 희생 학생의 장례시작을 찾았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한 수행원이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였다.
안전행정부 소속 송영철 국장은 지난 20일 실종자 가족들에게 상담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요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송 국장은 즉시 허리를 굽혀 사과했고, 함께 있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뒤이어 사과했으나,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는 2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이밖에 세월호 침몰 직후 현장 방문을 건의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강병규 안행부 장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강 장관은 사고 초기 탑승자가 전원 구조된 것으로 아는 등 사고 상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2일 정식 임명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고의 책임 소지가 가려져도 장관급 관료의 경질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관련 실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간첩사건 증거조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경고’에 그쳤기 때문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현 부총리와 남 원장에 대한 해임 요구가 빗발쳤을 때 “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레드카드’를 보류했다. 사안의 경중은 다르지만, 박 대통령의 특유의 ‘신중함’이 이번 사태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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