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에게 '유가족' 운운, 해경에 분노 폭발
해경 기획조정관, 브리핑하며 실종자 가족 마음 헤아리지 못해
세월호 참사 특별취재반 |
이충재 기자 김수정 기자 백지현 기자 |
조성완 기자 윤정선 기자 |
사진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
정부가 세월호 침몰 관련 실종자 가족에게 브리핑을 자청했지만, 오히려 더 큰 상처만 안겨줬다. 구조의 끈을 놓지 않고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가족을 정부 관계자는 시종일관 '유가족'이라고 호칭했다.
22일 오전 김광준 해경기획조정관은 진도실내체육관 강단에 올라 지금까지 구조상황을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기획조정관은 "이제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장례 지원 부분도 부처 간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기획조정관은 "유가족이 품격 있게 장례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순간 실종자 가족의 어머니는 소리 없는 통곡과 함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체육관에 남아 있는 사람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김 기획조정관은 이들을 유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품격'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장례를 언급했다.
김 기획조정관은 학부모가 누차 반대해온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설명했다. 결국, 한 학부모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김 기획조정관의 말을 끊었다.
김 기획조정관은 "저희는 인양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배가 침몰한 적이 없다.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는 강당 앞으로 나와 "지금 '인양'이라고 했느냐, '구조'라고 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는 무조건 구조"라며 "인양이라는 말을 왜 함부로 쓰느냐. 인양을 검토하는 것도 학부모 요청 없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작스러운 제지에 당황한 김 기획조정관은 "유기적으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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