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장 개장 1개월…실물 사업자 외면 왜?
대량 거래하는 도매업자들에는 가격경쟁력 떨어져
거래소, 협의대량매매제도 도입해 실물사업자 유인
금의 양성화 목적으로 개설된 'KRX 금시장'이 개설된지 1개월만에 거래부진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시장이 처음 개설된 지난달 24일부터 23일까지 한달간 총 8만3875g, 하루 평균 3.6kg이 거래된 셈이다. 누적 거래대금은 37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늘면서 'KRX 금시장'이 어느정도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실물사업자들의 참여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금 도매업 상인들은 'KRX 금시장'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가격 부담을 이유로 들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종로에서 귀금속 도매업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평소 거래하던 골드뱅킹과 비교할때 KRX금시장이 가져다주는 메리트가 없다. 은행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가격이 비싼데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RX 금시장'의 초기 목적대로 금의 양성화가 목적인 만큼 실물사업자들의 참여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 이 시장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KRX금시장에는 56개 실물사업자가 자기매매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 비중이 실물사업자에 비해 더 높다. 현재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 비중은 약 51%를 육박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매가격으로 보면 KRX 금시장이 골드뱅킹보다 3% 정도가 저렴한데 반해 도매가격은 그램당 200원 정도 비싸게 거래된다"며 "가격차이가 크지 않지만 대량으로 거래하는 실물사업자들 입장에선 장외시장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거래소는 실물사업자의 참여 유인을 위해 협의대량매매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협의대량매매제도는 거래 당사자들이 거래하려는 종목의 품질이나 가격과 수량을 합의를 통해 결정한 후 거래소에 거래체결을 신청하는 방식의 매매 제도다.
거래소 측은 협의대량매매제도가 도입되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대량거래가 가능해지고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실물사업자들의 참여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협의대량매매제도를 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별도의 호가, 주문, 체결, 생산, 결제 등 시장 시스템을 통째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협의대량매매제도는 금시장 설계단계 때부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제도지만 시장 시스템을 통째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거래량이 직은 부족하지만 장외시장 대비 거래편의성과 가격의 이점이 있는 만큼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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