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장관과 청장 붙잡고 격렬한 항의
<현장>"오늘밤 12시까지 애들 데려와" 연좌농성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전남 진도 앞바다의 거친 물살이 그나마 잠잠해진다는 ‘소조기’의 마지막 날인 24일, 실종자 가족들은 신속한 수색작업을 기대하며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봤다. 하지만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수색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결국 실종자 가족들의 인내는 분노로 바뀌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예고했다. 진도 팽목항에 놓인 상황판을 통해 해군은 4층 후미 격실, 해경 및 구난업체는 4층 중앙 격실 등 세부적인 수색계획을 알려왔다. 오전 9시 15분부터 입수를 시작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대규모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하나둘씩 사고대책본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중년 여성은 커다란 스티로폼 판에 ‘아이들을 먼저 구하라.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이들을 먼저 구하라’, ‘뭐가 먼저인지 알아. 아이들 먼저 생각하자. X같은 인간들아’ 등의 문구를 작성하며 신속한 수색작업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 살려주지는 못할망정 빨리 데려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 고생 시키느냐’, ‘우리 아들 물속에서 춥단다. 빨리 데려와’ 등의 글귀가 줄을 이었다.
사고대책본부 측이 제대로 수색 상황설명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실종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성인 5명은 해경이 사용하는 상황대책실 앞에 모여 “뭔가 문제가 있나 봐. 그러니까 말을 안 해주지”라며 대책실을 노려봤다.
실제 이날 오전 내내 사고대책본부 측은 팽목항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브리핑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단지 구조현황을 알리는 보드판에 사고대책본부의 상황 브리핑과 회의결과 브리핑 내용이 담긴 A4 용지만이 각각 4장과 2장, 총 6장을 붙여놓았을 뿐이다.
실종자 가족 40여명은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 차려진 대책본부를 찾아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적극적인 수색”을 요구했지만, 당초 대책본부의 발표와 달리 수색 인원도 적고 수색 시간도 짧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분노가 폭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4시 10분께 상황대책실로 몰려가 “민간 잠수사가 현장에 전혀 없다. 산업 잠수사 18명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아직 못 봤다”, “450명의 잠수사가 투입됐다고 하는데 현장에 가서 보니 60명도 안 된다 눈으로 세면 50명도 안 된다”, “머구리를 (사용)하는 것을 한번도 못 봤다. 현재 머구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을 향해 “왜 자꾸 거짓말해. 내 새끼 물고기밥 되고 나면 할 거야”, “너네 그냥 인양하려고 하는 거지. 응, 그런 거야. 진짜 뭐했냐고”라고 소리치며, 이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불러 올 것을 요구했다.
오후 5시 10분께 현장에 도착한 이 장관과 김 청장은 상황대책실부터 방문을 했지만 이를 확인한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상황대책실 앞에서 “빨리 나와”라고 촉구했고, 한 남성은 철제 의자로 유리문을 두어차례 가격했다.
잠시 뒤 이 장관과 김 청장이 밖으로 나오자 실종자 가족들은 이들을 둘러싸고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는 죽을 각오로 하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제가 죽을 죄인입니다. 제가 다 책임을 지고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지만 가족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 중년 여성은 “젖은 애 건져서 마른 옷 입혀갈려고 옷 들고 왔어.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어. 엄마들이 비 오는 날 눈물 흘리며 우리 애들 살려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했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있는 자식 꺼내달라고 했어? 우리 어차피 한마음 접은 사람들이야. 더 훼손되기 전에 해 달라는데 똑같은 행동 보이고. 나는 매일매일 속으면서도 매일매일 기도했어”라고 악에 받친 목소리를 토해냈다.
실종자 가족들이 ‘다이빙벨’ 등을 포함한 민간 잠수사들을 수색 작업에 투입할 것을 요구하자 이 장관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모든 장비를 써라. 명령한다. 민간 잠수부가 필요하면 (수색 작업에 투입)하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 밤 12시까지 애들 다 데리고 와. 여기서 명령하고 여기서 지휘해”라고 소리치면서 실종자들을 모두 찾을 때까지 연좌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