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사고 ‘인재’인데 돈 8000억이면'끝?'
바른사회시민회의 ‘서울시 지하철, 안전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서울지하철 추돌사고 1주일만에 대책 나왔는데 그동안은 왜 못했을까.’
지난 2일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추돌사고는 조사 결과 ‘인재’로 판명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사고 발생 1주일만에 ‘노후된 전동차 교체’를 골자로 하는 대책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동차 운행이 전 자동화로 바뀐 상황에서 데이터 오류 발생에도 보고 체계가 이뤄지지 않는 등 조직운영상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서울시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하는 주장이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됐다.
더구나 이번에 공개된 2013년도 서울메트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지속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임직원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성과금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나 아무리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공기업이라도 책임경영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1일 긴급토론회로 마련한 ‘서울시 지하철, 안전대책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대책에는 지하철 추돌사고의 근본 원인이 빠졌다”면서 현재 서울지하철 시스템, 지배구조, 경영·재무상의 문제점까지 조목조목 밝혔다.
공동 발제자로 나선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바른사회 사무총장)는 서울지하철 추돌 원인과 서울시 대책안과의 연계성이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가 발표한 지하철 추돌사고 원인은 △신호연동장치 데이터를 수정한 후 탑승점검 등을 통해 신호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데이터 오류 발생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에 보고하지 않은 점 △선행열차 지연출발 상황을 관제센터에 보고하지 않은 점 △종합관제센터에서 열차의 시격(시간적인 운전 간격)조정 등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 점 △메트로 본사와 현업부서간 원할한 업무협력체계 미흡 등이었다.
양 교수는 “서울시가 스스로 밝힌 사고 원인은 전동차 운행이 전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신속하게 대책을 발표하면서 근본적인 과제는 결정하지 못해 한계를 노출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특히 서울시는 ‘신호기 특별점검’, ‘외부전문가와 특별활동점검’ 등을 발표했는데 1000만 시민의 발인 지하철 점검은 늘상 해야 하는 것인데도 마치 사고방지 대책처럼 발표했다”면서 “오히려 신호연동장치를 잘못 수정한 점이나 데이터 오류 발생을 방치한 점 등 조직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전동차 교체나 무임승차 보전 등 중앙정부 예산 지원만 채근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바른사회 공동대표)는 이번 사고 이후 지하철노조가 성명을 통해 ‘기업의 이윤, 자본의 탐욕, 비용 절감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이들은 사고 원인에 대해 세울메트로의 안전인력·예산 축소와 전동차 경정비 등을 외주업체가 맡은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외주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외주를 잘못 운영한 것에 문제가 있다”며 “노조원들의 주장은 안전점검 등 문제를 소홀히 한 잘못을 가리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서울메트로는 평균 근속연수가 21년이나 되는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긴 근속연수를 자랑하면서 구조조정 한번 없는 무풍지대이다. 또 2010년 이후 최근 3년간 6400억원의 적자를 내 민간기업이었다면 ‘비상경영’이 선포될 상황에서 그 기간 임직원 성과급으로 2000억원을 지불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사고방지 대책이라고 서울시가 내놓은 것이 2022년까지 8775억원을 들여 노후한 전동차를 모두 교체하는 것이었다. 한 가정의 집안 살림도 잘 관리해서 아껴쓰는 것이 상식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서울메트로의 자구노력 없이 국고보조 얘기만 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것이 조 교수의 지적이다.
이번에 서울메트로의 경영·재무 현황을 공개한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3년도 감사보고서에서 서울메트로는 지난 5년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지속되어왔다. 자본잠식률이 85%에 육박하고 부채비율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상장기업이라면 상장이 폐지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연 교수는 이어 “작년 서울메트로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개선되기는 했으나 이를 들여다보니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토지에 대해 2조원 정도를 높게 책정했다”며 “이는 실질적인 경제활동이 아니라 단순히 장부상 기재 내용을 올려 쓴 것으로 오히려 착시효과만 주고, 경영상의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어 결국 서울시에 재정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연 교수는 “이런 상황인데도 서울메트로는 지난 5년간 임직원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성과금을 지급해왔다”며 “아무리 공기업이지만 자본잠식률이 8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목적만 추구하고 영업 개선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공기업이라 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기업의 자세로 돌아가 매년 경영성과에 대한 백서를 내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이번 지하철 추돌사고 당일 선행 기관사는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세차례 스크린 도어를 열었다 닫았다하면서 약 1분30초 정도 출발이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제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며 “이 때문에 열차 간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좁아졌는데도 전산시스템에 의해 자동 관리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사고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결국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세월호 침몰사건처럼 서울지하철 추돌사고도 종합관제실과 기관사의 안이한 대처가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였다”면서 “이런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협력해 거버넌스의 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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