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6.4 지방선거에서도 ‘깜깜이 공약’ 난무


입력 2014.05.28 17:23 수정 2014.05.28 17:28        김소정 기자

바른사회 ‘6.4지방선거 공약평가 토론회’서 문제 공약 분석발표

정책 연구 없이 급조 안전공약에다 타당성조사 전무한 SOC 공약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6.4지방선거 공약평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후보 공약집을 토대로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데일리안

6.4지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칫 ‘깜깜이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할 것 없이 후보자들이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은 SOC(사회간접자본) 공약을 쏟아내거나 복지정책에 치중하면서 재원마련 대책이 전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6.4지방선거 공약평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후보 공약집을 토대로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거나 실시 중이라 예산 규모나 확보 방안, 이행기간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막무가내식으로 제시한 대형 SOC 사업이나 지역개발 공약, 또 세월호 사건 이후 구체적인 정책연구 없이 외국이나 타 지역 사례를 모방해 내놓은 ‘급조 안전공약’이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 측이 제시한 후보자의 공약집에는 실제로 새누리당 후보의 ‘인구 250만 광역벨트화 창조 생산도시 육성’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내세운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조성계획’의 재원조달 항목에는 ‘국비예산 차질없는 확보’만 명시돼 있을 뿐이다.

이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의 ‘북한·중국·러시아·유럽을 연결하는 한반도 종단철도(TKR) 건설’의 경우에도 취지는 좋다 하더라도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얼마나 빨리 이행될지 의문인데도 막무가내식 공약이 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이어 “새정치연합의 ‘보호자 간병없는 환자안심병원 만들기’의 경우 예산이 3조원에 달하는 데다 통합진보당 후보의 ‘인천-제주 기점 공공여객선 도입’의 경우 일부 여객산업의 국유화가 이뤄져야 해결된다. 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국회 분원 및 청와대 제2집무실 유치’의 경우 실효성 검토가 재요구된다”면서 “특히 통진당의 ‘물, 전기, 가스 무상공급’ 공약은 개별 후보 차원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어 우려는 낳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도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보호자 간병이 필요 없는 병원’ 공약을 지적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이 공약의 재원조달 방식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에서 60%, 국고에서 20%, 본인 부담은 20%라고 했는데 본인 부담 중에서도 10%는 의료기관에서 부담하는 것이므로 국민 개인은 10%만 부담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금액도 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인 만큼 개인 부담 10%만 부각시키는 것은 잘못된 홍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통진당 후보들이 ‘출퇴근 시간을 맞춰주겠다’며 버스 공영제 공약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이것 역시 “공영화가 되면 결국 철밥통이 되는 것으로 더 이상 좋은 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인 데도 이런 파격적인 공약들이 나오면서 다른 쪽에서 더 센 공약으로 승부를 걸기 때문에 타당성 없는 공약이 남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은 “이번 공약을 분석해본 결과 재원조달 방안이 미흡해 실행 여부가 극히 불확실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특히 지금처럼 저성장 구도 하에서 재원 확보가 수월치 않은 데도 고작 법인세를 손보는 정도의 대책으로 SOC공약이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난히 잦은 선거를 실시하면서도 여전히 정책선거와 책임정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매니페스토 선거의 정착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선거 시스템은 유권자들을 의도적으로 무지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정책을 명료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후보마다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을 따져서 가령 이 후보는 ‘개발론자’인지 혹은 ‘환경론자’인지 등의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여야 한다. 이를 위해 후보자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고, 전문가들이 분석한 뒤 유권자들에게 알릴 홍보시간도 더 많이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그동안 유권자의 무관심으로 후보 당사자는 물론 학계나 시민사회도 실천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좀 더 발전된 대의민주주의를 하려면 반드시 매니페스토 선거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고, 투자도 필요하다”면서 “우선 이번 선거부터 현직자들이 지난 임기 동안 얼마나 공약을 잘 이행했는지 여부를 따져서 투표하는 것이 매니페스토 선거의 첫 실행이 된다”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소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