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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동부 패키지 인수 배짱...숨은 의도는?


입력 2014.06.19 11:25 수정 2014.06.19 14:34        박영국 기자

산은 "채권단과 동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가격 제시해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5월 1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포스코 신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포스코

포스코가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실사 완료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여러가지 의혹이 일고 있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인수 가격이나 분리인수 등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정중동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 측은 설령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터무니없는 가격에는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오준 회장은 지난 16일 본부장 회의에서 동부 패키지 인수 건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동부그룹 패키지 자산에 대한 실사 결과 보고서를 가치경영실 M&A 팀에 다시 내려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철의 날 행사에서 동부 패키지 인수 여부에 대해 “2~3일 내에는 답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벌써 열흘이 지나도록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 회장이 실사 결과 보고서 재작성을 지시한 만큼 포스코가 동부 패키지 인수에 대한 결론을 내놓는 시점은 한참 더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 5월 말 매각 대상 자산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된 만큼 6월 초에는 결론이 나오리라 기대했던 매각 주체 동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확답이 늦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각종 예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재무구조 조정에 나선데다, 동양파워 인수에 431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포스코가 사실상 동부 패키지 인수를 포기한다는 예상과 패키지 분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예상 등이다.

어떤 예상이건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팔겠다는 채권단의 의도에서는 벗어난 결론을 담고 있다.

포스코가 칼자루를 쥐고 채권단이 애가 타는 이같은 상황은 매각 조건을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포스코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천(스틸)과 당진(발전)을 패키지로 거래할 파트너가 포스코 밖에 없으니 협상 시작 전부터 포스코가 유리한 게임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실제 포스코의 실사 결과 보고서에는 동부 패키지 자산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저히 낮은 가격이라면 팔 이유가 없고 팔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는 (동부 패키지에 대한) 적정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만, 포스코와 가격에 관련된 언급이 오간 적은 없다”면서도 “포스코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다면 거래가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산은)가 매각에 관여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동부가 자기 자산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며, “설령 우리가 (포스코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더라도 동부가 반대하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부가 주장해온 자산 분리 매각과 관련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은 관계자는 “패키지 매각이 정 불가하다면 분리 매각도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도 “동부인천스틸은 시장 상황상 매각이 어려워 선호도가 높은 동부발전당진과 패키지로 묶었는데, 현재까지는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부 측이 동부인천스틸에 대해 중국측 구매 희망자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채권단에서 지난 4월 초부터 두 달 정도 데이터룸을 열어줄 테니 데리고 와서 실사하라고 했는데도 아무도 안 왔다”고 전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컬러강판 공급과잉으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동부인철스틸을 배제하고 사업 전망이 좋은 동부발전당진만 별도로 인수하는 쪽을 선호할 수 있겠지만, 별도로 동부인철스틸을 구매하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분리해 매각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한편, 동부 관계자는 동부인천스틸 구매 희망자가 없다는 산은 측의 언급에 대해 “3월까지만 해도 중국과 대만의 3~4개 업체가 관심을 보였지만, 산은이 포스코에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접었다”며, “그 뒤인 4월 이후에 진행된 실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포스코 외에 구매 희망자가 없다는 산은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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