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강세 보였던 수원 병, 임태희 빠졌던 분당 을과 닮아
손 "당 어려움 처했을 때 내가 짐 지는 걸 피해온 일 없어"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수원병(팔달) 보권선거 차출이 가시화되면서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지역구가 ‘제 2의 분당’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손 고문은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51.00%를 득표해 48.31%를 얻은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분당을은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가 열린 지역이다.
이번 7.30 재보궐선거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원병은 남 당선자가 보궐선거를 포함해 5선을 지낸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짙다. 남 당선자는 지난달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수원은 18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진보정당의 불모지였다. 수원의 선거구가 장안(갑), 권선(을), 팔달(병)로 나뉜 12대 총선부터 16대 총선까지 보수정당 후보가 모든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그나마 17대 총선에서 추가된 영통(정)에서 김진표 전 새정치연합 의원이 당선되면서부터 조금씩 지역색이 옅어졌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수원의 판세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남 당선자의 지역구인 수원병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다. 김 전 의원은 수원정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이처럼 수원의 표심이 돌아선 데에는 2011년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손 고문과 김 전 의원의 역할이 크다. 두 인사는 모두 수도권 출신으로, 당내에서는 희소하게 중도보수 성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손 고문과 김 전 의원이 보수색이 강한 지역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지난 4일 경기지사 선거에서 수원지역 유권자들로부터 25만8439표를 받아 23만5065표를 얻은 남 당선자를 2만3374표 차로 앞섰다. 남 당선자의 지역구인 수원병에서도 김 전 의원은 4만8962표(47.49%)를 얻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김 전 의원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손 고문이 있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전략공천을 해서라도 손 고문을 수원병에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원병의 정치색을 고려하면, 보수대 진보라는 이념대결 양상으로 가서는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대로 손 고문이라는 ‘정치거물’이 출마하면 새누리당도 그에 걸맞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데, 남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딱히 경기 남부지역을 대표할 인물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지역의 보수색을 기반으로 수원지역에서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새누리당으로서는 ‘인물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 차원에서도 손 고문의 출마는 매력적인 카드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찬열 의원의 지역구가 수원갑이고, 수원정에서 김 전 의원의 지지층이 견고해 선거운동 과정의 시너지 효과로 수원을 수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수원 싹쓸이를 통한 후반기 국회 주도권 확보도 가능하다.
손 고문 역시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짐을 지는 걸 피해온 일이 없다”면서 당의 요청을 전제로 수원병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변수는 당 지도부의 결정과 수원병 출마를 고려하는 당내 후보군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최근 중진들의 ‘선당후사’를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손 고문에게 견제구를 던졌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45.14%를 득표해 낙마했던 김영진 수원병 지역위원장은 오는 23일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다만 손 고문이 새정치연합의 지역구를 놔두고 분당 보궐선거 때처럼 여당 강세지역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당 지도부로서도 이를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수원병과 함께 재보선이 열리는 수원을과 수원정 후보군으로는 각각 백혜련 변호사와 박용진 홍보위원장, 이기우 전 의원과 박광온 대변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수원병에 대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나경원 전 의원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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