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국가 개조’ 토론회에서 ‘국회 역할’ 강조
세월호 사고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에 ‘공정’과 ‘법치’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 근대화혁명 과정에서 부식하고 왜곡된 변종 현상을 교정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위해 대통령부터 실천의 리더십을 갖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인기가 없는 결정도 과감히 해야 하며, 국회에 먼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려면 입법 만능주의가 사라져야 하는 만큼 입법권을 제한하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국가시스템 전환점에 서다’ 토론회에서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지금 대한민국은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원리로 교정되어야 한다”면서 “이 나라 각계가 그동안 향유했던 모든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는 절실함부터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토론에 앞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안으로 세월호 침몰과 더불어 해양경찰, 해수부, 경찰·검찰은 물론 정치권이 침몰하고 있는 현실을 문제를 자각하고, 밖으로 1945년 탈냉전 시기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작동했던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선거에만 혈안이 된 정치인들이 위기를 부른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제 정치권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민 개개인의 생존과 안전이 곧 국가생존이라는 절실함으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의 상징인 스위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3차 대전과 핵전쟁에 대비해 전 인구의 95%를 수용할 수 있는 핵 방공호 350개와 지하 외과수술병원 825개를 확보해놓은 것을 예를 든 김 이사장은 “가난과 전쟁을 기억하고 고난 극복의 역사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자발적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탈한 교육과 노사관계의 정상화 등을 위해 국회부터 체질개선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의 주장에 이어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월호 참사가 준 교훈 중 준법정신의 중요성이 매우 컸다”며 “선장과 선원의 의무, 선박에 대한 감독의무를 저버린 것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법 무시 현상부터 반성해야 하고, 그 근원에 입법기관인 국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규제 운임요금 규제 등 특정 산업이나 직업 특정 기업군을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편들기 입법’,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표적 입법’, 이익단체들의 요구와 정부부처의 로비를 받아 그들이 입맛에 맞게 만든 ‘청부 입법’ 등을 예로 드는 민 교수는 “법 무시 현상은 다수의 합의만 있으면 법인 된다는 인식을 가진 국회의 입법 만능주의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 교수는 “입법 만능주의가 정부의 비대화와 법과 규제를 집행하는 관료 권력의 비대화를 초래했다”며 “규제가 많을수록 관료는 군림한다. 관료는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고, 기업들은 규제가 무서워서 관료에게 뇌물을 주거나 퇴직 후 일자리도 만들어준다. 이런 과정에서 관료와 정치가, 이익단체 사업가 등이 탈법과 불법, 부정부패를 서로 눈감아 주고 공생하는 정실주의가 생겨났고, 여기서 관피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비난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사실 국회의 역할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국가가 이 정도로 부실하게 될 때까지 국회가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고 예결산을 엄밀히 따지는 등 국회의 본래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 ‘세월호 이후’를 생각해볼 때 국회에 세월호 특위 외에도 여야를 아우르는 ‘국가개혁 특별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여기에서 부정청탁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인 ‘김영란법’과 범죄은닉재산환수강화법인 ‘유병언법’, 전관예우 금지 및 공직자 취업제한 강화법인 ‘안대희법’을 통과시키고, 난장판 폭력국회도 청산하는 결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가 대통령제를 표방하면서도 현실정치에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혼합되어 운용되고 있다”면서 “내각제적 요소를 제거하고 원래의 대통령제에 충실하게 기능하는 것이 국회의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대통령제에서 국회의 첫 번째 기능은 행정권력의 견제인 만큼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이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흔히 말하는 당정청 관계 개선이라는 것은 대통령제 하에서는 올바른 것이 아닌 만큼 여당도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야당에게만 몰리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지금까지 행해온 인사청문회 역시 검증될 필요가 있다.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동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인 만큼 어지간한 흠집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사람이어야 하는 점을 인정하고, 능력을 위주로 검증하는 것이 올바른 인사청문회”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정부개혁’과 관련해 “공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기능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아웃 소싱 또는 민영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공익은 공조직만이 보호할 수 있다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의 나라를 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도 이미 방범, 긴급구난 병원, 대중교통, 에너지 같이 중요한 공공서비스를 민간조직이 공조직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국담배공사의 사례처럼 정부 내부의 사업조직이 청으로 독립했을 때 경영 성과가 올라가고, 또 외청 조직이 공사로 전환되고, 공사가 민영화되었을 때 경영 성과가 더욱 향상되어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김 학장은 정부의 공기업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공기업이 정부의 직접 통제로부터 멀어질수록 경영 성과가 향상된다. 공기업 기능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게 아웃 소싱하고, 정부 부처가 관행적으로 공기업에게 몰아주던 일감도 민간에게까지 허용해서 정부 예산을 절약하고, 비효율적인 공기업은 점차 일감이 소멸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토론자로 나선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현재 중앙정부의 조직은 대통령비서실을 필두로 51개의 중앙행정기관이 있고, 세부 조직도를 보면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의 역할이 중요한데도 이 두 기관을 지원하는 부서가 약하다”면서 “이를 위해 정무장관이나 국민소통처 신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가령 정무장관은 국회 특히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을 주로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상황을 진단하자면 국가권력의 폐해가 건전했던 민간 부문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정부실패를 줄여야 하고, 그 첫 번째 실천 과제는 정부의 관여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설계보다 집행에 주력해야 하며, 자유로운 시도와 엄정한 책임을 보장하는 식으로 사회를 성숙시켜나가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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