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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살인의 추억 '갑동이'가 던진 화두


입력 2014.06.22 00:06 수정 2014.06.24 06:23        김명신 기자

미제 사건 모티브로 공소시효-사형제도 숙제 여전

사건사고 피해자 보호 '사회적 책임' 필요 재강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결말이 이랬다면 어땠을까. 1986년부터 5년간 10명의 부녀자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이 사건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았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재해석돼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리고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는 이 희대의 사건을 모티프로 가상의 도시 일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20부작으로 그려내며 사회적 현실 문제에 돌직구를 던졌다.

17년 전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지칭하는 '갑동이'를 추적하는 형사 하무염(윤상현), 그를 중심으로 '갑동이'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내며 ‘신의 한수’라는 극찬을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가상의 도시 일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가운데 권선징악으로 마무리 하며 사회적 현실 문제에 돌직구를 던졌다. ⓒ tvN

사회악 속 상처 받는 사람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할 만한 실제 캐릭터들의 존재감, 때문에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방영내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실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갑동이 차도혁(정인기)과 도혁을 모방한 사회부적응자 류태오(이준)가 법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현실 속 사회부 기사에 언급될 만한 내용들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뻔뻔한 이들은 사과나 반성은 뒤로하고 막상 자신들이 사형 판결 등 죽음에 처하게 되자 그에 대한 공포로 발버둥 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우리 사회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보듯, 드라마 전개 내내 무책임한 사회지도층의 방관과 법의 허술한 테두리, 이를 악용한 이기적인 사람들 등 우리 사회의 폐단을 꼬집으며 극의 몰입을 더해줬고 그 안에서 대중은 '갑동이'의 마지막 결말에 더욱 주목했다.

사실 ‘갑동이’는 첫 회부터 하무염(윤상현)을 시작으로 이른 바 살인범 ‘갑동이’ 찾기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줄줄이 잇는 인물들이 진짜 갑동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수사물다운 면모를 이어갔지만 너무 한쪽에만 치우치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인찾기에만 급급한 ‘자극적 낚시 드라마'라는 불명예를 얻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모방한 범죄 용의자로 류태오(이준)가 등장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됐고 '갑동이 카피캣'으로 정체가 발각된 후와 17년 전 진짜 갑동이가 수많은 용의자들을 뒤로하고 하무염, 양철곤(성동일)과 함께 갑동이 찾기에 열을 올렸던 형사 차도혁으로 밝혀지면서 허를 찌르는 드라마로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순정만화 캐릭터로 훈남 포스를 자아낸 '류태오' 이준의 싸이코패스 반전과 로맨틱 코미디로 고정 캐릭터를 이어오던 윤상현 김민정의 변신, 그리고 코믹 연기를 벗어던지고 진지하게 돌아온 성동일이나 진짜 갑동이로 반전의 최대 인물이 된 정인기의 소름 연기 등 마지막까지 ‘갑동이’의 인기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첫 회부터 최종회까지 인물간의 얽힌 관계와 이들의 사이에서의 반전, 그리고 예상 밖 인물들의 등장 등 긴장과 몰입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갑동이’는 단순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수사물을 떠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수사드라마라는 호평 속 막을 내리게 됐다.

‘살인’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로 극초반 우려를 낳았던 ‘갑동이’는 분명 범죄가 남은 이들에게 안기는 생채기와 그들을 위한 사회적 위로, 어설픈 보호막의 절실, 무엇보다 사회적인 책임 등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소시효에 대한 부당성과 사형제에 대한 물음은 분명 곱씹을 만한 부분이다.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과 영화 속 엔딩과는 달리, ‘갑동이’의 마지막회에는 범인들은 벌을 받고 살아남은 자들은 상처를 잊고 또 다른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대중의 바람처럼 권선징악, 해피엔딩이 그 끝이었다. 물론 극 초반 긴장감 속 그 끝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과는 달리, 다소 아쉬우면서도 뻔한 결말이라는 지적도 있다. 20부작 드라마로써의 열린 결말에 따른 갑론을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인공들이 지니고 있는 상처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공감했으면 한다(PD)." "'살인의 추억'은 80년대의 패배적 분위기를 반영한 훌륭한 작품이다. '갑동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모티프만 따왔을 뿐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미제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갑동이'의 존재를 밝혀내기 때문에 사건이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작가)."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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