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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의 진짜 원인은 전방부대 피로누적


입력 2014.06.29 10:00 수정 2017.10.16 10:4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잇단 세번의 사고 경계근무 부대서 발생

초급장교 질 높이고 그들에게 실질 권한 줘야

무엇보다 먼저 2014년 6월 21일 22사단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고로 인하여 순직한 국군장병 5명에 대하여 삼가 조의를 표명하고자 한다. 7명의 부상자에게도 쾌유를 빈다.

지난 일주일 여 동안 한국 사회는 군에 대한 실망감으로 몸살을 알았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들을 지키라고 군대에게 임무를 부여하여 무기를 지급하였는데, 열심히 모범적으로 근무하던 국군장병들이 동료의 총탄에 희생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군은 관심사병의 관리는 물론이고, 탈영병의 체포 및 사후 처리에 있어서도 이런 저런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군은 입이 열 개가 있어도 말할 수 없고, 얼굴이 있어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숱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군의 전반적 장병 관리 실태, 세심하지 못한 관심사병 관리 방법, 무장탈영병의 체포 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 매끄럽지 못한 용의자 후송 과정 등 군이 질타를 받아야할 사항은 너무나 많다.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있을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한 군이기에 더더욱 변명이 궁색할 수밖에 없다.

총기난사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내 자식도 저렇게 희생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분노하였을 것이다. 자식들을 군에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은 십분 헤아리고도 남는다. 다만, 이와 같이 군을 질타하고, 군에게만 분노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지금까지의 접근방식으로는 재발방지가 어렵다

사건이 나고 일주일 이상 지난 이 시점에서 이제 우리는 분노의 감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재발방지책을 논의해야 한다.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였지만, 그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자주 들어서 화가 나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동일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적용했던 접근방법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2005년 6월에 연천의 전방부대에서 부적응 병사가 수류탄과 총기를 난사하여 소대장을 비롯한 전우 8명을 사망하게 하고 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2011년 7월에서 해병대에서도 병사가 총기를 난사하여 4명을 사망하게 하고, 2명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 사건 이후 군은 전군에 걸쳐 병영생활의 실상을 진단하고, 재발장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였다.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제도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고, 계속 강화되어 왔다. 그렇지만 채 2년도 지나지 않아서 이번 사건이 또 발생하였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망감에 빠지고 분노를 느낀다. 군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실망감과 분노는 더욱 커진다. 그리하여 군을 불신하게 되고, 군 지휘관들을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심지어 동료들을 살해한 범인도 군의 희생양으로 인식하고, 동정하게 되며, 그리고 그가 말하는 바에 의하여 사고를 진단하게 된다. 그리고 군은 수세에 몰려서 즉각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대적이면서 가시적인 조치를 발표하게 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마음 깊숙이 느끼고 있겠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재발방지가 될 수 없다. 군을 비판하거나 지휘관을 파면한다고 그 부대의 병영생활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동료를 살해한 범인의 입을 통하여 알아내는 것은 그의 변명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리고 사고 발생과 조사에 이르는 며칠 사이에 군 병영생활의 근본적 문제점이나 해결책을 찾아낼 수는 없다. 원인은 더욱 깊은 곳에 있을 것이고, 그러한 원인을 치유해야 재발은 방지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실망감과 분노에서 벗어나 이러한 사고가 빈발하는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고, 그것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 비록 군대가 잘못하였지만 군대의 이야기도 들어주자. 이 분야에 관한 전문성을 가진 군인과 민간인들로 특별팀을 구성하여 최소한 1년 정도에 걸쳐 심층깊게 문제를 파악하고, 근본적인 처방책을 찾아보자.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어떤 원인을 제시하는 것은 맞을 확률보다 틀릴 확률이 많다. 당장 드러나는 문제일수록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단지, 답답한 마음에 30년 이상 군에서 장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지휘관 직책을 통하여 병사를 직접 관리해본 사람으로서 그 일단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5일 오후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을 위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에서 군 장병이 조문하며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방지역 경계개념을 바꿔서 병사들의 피로를 줄여야 한다

나는 이번 사고가 병사들의 누적된 피로감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로 지금까지 군대가 편안하게 휴식한 적이 없었다. 8개월 후에 연평도 포격이 있었고, 그 후에도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였으며, 2013년 2월에는 3차 핵실험까지 실시하였다.

서북도서를 둘러싸고 수시로 포사격을 하였고, 무인기가 침투하여 국민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서 군인들의 경계태세가 완화되기가 어려웠다. 매일 저녁 쉬임없이 경계하는 가운데 어떻게 병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동료들의 감정을 살펴 서로 애틋하게 위로해줄 수 있을까? 소대장이나 중대장부터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는 데 허덕이느라 병사들의 신상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끔찍한 사건이 모두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GP(Guard Post, 비무장지대내 초소)나 GOP(General Outpost, 남방한계선 상의 초소)는 철저한 경계가 주된 임무이고, 이를 위하여 병사들은 낮에는 자고, 밤을 꼬박 새며 경계근무를 한다. 간부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이틀이나 1주일 2주일도 아니고, 6개월이나 1년을 주야를 바꿔 생활한다고 한번 생각해보라. 경계근무에서 돌아오면 아침을 먹고, 애써 잠에 들어 오후에 깨어서 투입준비를 한다. 그 틈에 필요한 최소한의 훈련이나 공동생활을 위한 청소 등의 활동을 한다. 경계태세가 강화되면 자야할 잠도 제대로 못잘 때가 적지 않다.

어떤 한 병사가 적응을 잘못하여 경계근무에 투입되지 않으면 그만큼 다른 병사들에게 돌아가는 임무수행의 몫이 커진다. 이런 상태에서 짜증없이 그 부적응 병사를 대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 국군 장병들에게 휴식을 제공하자. 경계태세를 강화할 때는 강화하더라도 늦출 때는 늦춰주자.

근본적으로 전방 경계의 개념부터 이 기회에 개선을 하자. 남방한계선의 경우 현재 3중으로까지 철책을 강화하였고, 다양한 영상감시장비를 설치한 상태이다. 그 전과 비교하면 경계병력을 줄일 여지가 있을 것이다. 기동경계 개념으로 전환하여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경계하고, 아침에 침투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 한 두명의 북한군이 넘어오더라도 아침에 순찰하여 그 흔적을 발견하여 소탕하면 된다는 정도로 경계의 수준을 바꾸고, 국민들도 이를 이해하자. ‘철통경계’와 ‘병영생활 정상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

소대장과 중대장을 신뢰하고 보강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이번 사고의 원인과 관련하여 소대장과 중대장의 어려움을 언급하고 싶다. 육군에서는 ‘속았다 소대장’ ‘죽었다 중대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원래부터 소대장과 중대장은 어려운 직책이었다. 지휘도 하면서 병사들과 꼭같은 어려움을 몸으로 함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병사들과 똑같은 무게의 군장을 메고, 똑같은 거리를 행군한다.

휴식시간에도 쉬지 못한 채 병사들이 제대로 휴식하고 있는지, 교통사고가 날 우려가 없는지를 살핀다. 일과 후에도 이들은 병사들의 신상을 살펴서 그들이 아픈 곳은 없는지, 애인이 변심하지 않았는지, 고참으로부터 괴로움을 받고 있지 않는지를 살핀다. 부소대장이나 행정보급관 등 부사관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의 책무는 너무나 많다.

과거의 장교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사명감으로 극복하였다. 병사들보다 이들의 학력이나 자질이 높았기 때문에 통솔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책임감과 재량권을 갖고 병사들을 관리하고, 세심하게 조치하였다. 대대장이나 연대장들도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소대장과 중대장들은 사명감이 과거처럼 크기 어렵고, 병사들보다 학력이 낮은 경우도 적지 않다. 대대장, 연대장, 전문상담관 등 병사들의 생활에 개입하는 높은 사람들도 너무 많아졌다. 아마도 이들은 소대장과 중대장에게 관심병사에 대한 자세한 면담기록과 조치결과를 요구하였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병사관리는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초급장교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해 임관되는 5천명의 소위 중에서 병사들보다 학력이 높은 장교들은 사관학교 출신뿐일 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초급장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군장교, 다른 말로 하면 ROTC(Reserved Officers’ Training Corps)의 경우 수도권 대학은 지원율이 줄어서 정원이 계속 줄고 있다.

병사로 21개월 근무하면 되는 데 학군장교로 가면 28개월을 근무해야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24개월로라도 줄이는 것을 고민해야하지 않겠는가? 이들이 제대하는 시기에 몇 개월 발생하는 공백을 부소대장으로 견디더라도 우수한 대학생들이 학군장교를 지원하도록 조건을 개선해야하지 않겠는가?

병사들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소대장과 중대장의 책임과 권한을 되찾아줄 필요가 있다. 대대장이나 연대장, 전문상담관은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이들에게 병사들이 진심을 털어놓거나 이들이 내무반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항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쟁에서도 승리하려면 한 사람이 지휘하도록 해야 하듯이(unity of command), 병사들의 관리도 책임과 권한이 일원화되어야 한다. 소대장과 중대장들이 동고동락하면서 병사들을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건의하여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병사들도 소대장과 중대장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대원들의 단결도 보장될 것이다.

병사들에게도 책임과 자율성을 부여해야한다

나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우리 병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병사들을 어린아이처럼 수동적인 개체로 간주해온 우리 군대문화와 제도를 토의주제로 제기하고 싶다. 사회가 급격히 민주화되었고, 병사들의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우리 군대는 여전히 병사들을 시키면 시키는대로만 따라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병사들은 보호 및 관리받아야할 대상으로만 인식한다. 그러니 병사들 스스로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병사들에게도 책임을 부여하자. 그들 개인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그들 개인이 책임지도록 하자. 그러면 간부들은 병사관리라는 짐을 줄여서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계획대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준비에 매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대부분이 대학을 다니고, 징병검사를 하여 건전한 젊은이들만 군대로 들어온다. 이들은 사회나 집에서는 어엿한 성인인데도 군에 들어오는 순간 응석받이로 변한다. 훈련소에서부터 병사들에게 책임있는 개체로서의 인식과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병사들은 책임질 수 있는 개체로 인식하도록 모든 규정을 수정하자. 간부들은 불필요하거나 사적인 임무에 병사들을 사용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도 있는 컴퓨터 전문가가 2년 동안 연구할 기간을 희생하여 군 복무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군인으로서 꼭 수행할 임무를 부여하고,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부여하자. 그렇게 하면 전군이 간부화되는 셈이고, 한국군의 전투력도 놀랄만큼 증폭될 것이다.

군대를 훈련에 더욱 전념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국토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군에 들어온 병사들이 잡무만 하다가 전역해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싸워 이길 수 있는 전사(戰士)로 만드는 데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힘이 들더라도 불평하지 않을 것이고, 군기와 부대단결이 자동적으로 보장될 것이다. 육군의 경우 훈련이 철저한 부대는 사고도 적다.

국민과 군대가 함께 하자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군은 매우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으로서도 이해심을 갖고 노력해야할 바가 있다. 대한민군 군대는 군 수뇌부들의 것이 아니고, 우리 국민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군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자. 남의 나라 군대를 탓하듯이 너무 나무라지만 말자.

국민들은 당장 완벽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에 걸쳐 재발하고 있는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병영사고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단방약(silver bullet)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차근차근 실천할 때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거리의 약장수들이 단방약을 선전하듯이 비전문가일수록 군과 국가를 비판하는 데 열 올리고 단방약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한 전문가가 아니고, 현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제 우리 모두 전방지역에서 고생하는 군인들의 노고를 진정으로 칭찬해주자. 휴가 나오는 병사들의 등을 두드려주고, 이들 때문에 우리가 생업에 편안하게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사해하자. 그리고 군대와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 함께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의 길이다.

글/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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