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 울렁증 류현진 '데드암 의혹' 벌렌더 넘을까
최강 타선 디트로이트와 원정경기 출격..세 번째 10승 도전 경기
사이영상 출신의 벌렌더와 선발 맞대결..스피드 저하로 최근 부진
류현진(27·LA 다저스)이 등판일정에 따라 9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3일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클리블랜드전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도 브라이언 윌슨의 방화로 승리를 날린 류현진의 세 번째 10승 도전 경기다.
류현진은 이번 시즌 16차례 선발 등판해 9승4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왼쪽 어깨 통증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복귀한 뒤 7경기에서 6승(1패)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세인트루이스전부터 2경기 연속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10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커쇼-그레인키 보다도 먼저 10승 고지에 닿을 것으로 보였던 페이스를 떠올릴 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지만 결코 편치 않은 원정경기다.그러나 이번에는 상대팀도 상대 선발투수 모두 만만치 않다.
선발 맞대결 상대는 2011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과 MVP를 독식한 현역 최고의 우완 저스틴 벌렌더(31)다. 또 디트로이트는 올 시즌 48승 37패(승률 0.565)로 아메리칸리그에서 3번째로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팀 타율(0.275)과 팀 OPS(0.771) 모두 리그 1위에 올라 있는 막강 공격력을 자랑한다. 디트로이트 타선은 유독 왼손 투수에게 강한 편이고, 상대선발이 좌완일 때 18승9패(승률 0.667)의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2012년 타자 부문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자 2년 연속 MVP에 빛나는 미겔 카브레라를 중심으로 빅터 마르티네즈, 이안 킨슬러, 토리 헌터 등 류현진이 경계해야 할 우타자들이 대거 포진했다. 주의해야 할 오른손 타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하지만 선발 맞대결 상대인 벌렌더는 올 시즌 매우 부진하다. 현재까지 18경기 7승7패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 데뷔 이래 가장 부진하다. 가장 큰 원인은 스피드 저하다. 지난 시즌부터 눈에 띄게 스피드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그 정도가 자못 심각하다.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24승 5패 250탈삼진 평균자책점 2.40)을 달성했던 2011년만 해도 평균 153km/h에 달했던 벌렌더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올해는 149km/h를 기록하고 있다.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쌓았던 투수인 만큼 스피드 하락이 투구내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렌더에게 ‘데드암’ 증상이 찾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벌렌더는 데뷔시즌인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연평균 220이닝을 소화했다. 포스트시즌 기록까지 합치면 평균 232이닝이 된다. 이 기간 벌렌더보다 많이 던진 투수는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밖에 없으며, 사바시아 역시 작년부터 데드암 증상에 시달리며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류현진이 상대할 벌렌더는 전성기 기량을 잃어버린 평범한 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상급 투수 특유의 노련함은 여전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류현진은 이번 경기를 통해 두 가지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 과제는 인터리그에서의 자신감 회복이다. 두 번째로는 강팀을 만났을 때도 경쟁력 있는 투수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올 시즌 류현진이 인터리그에 등판한 것은 클리블랜드전(7이닝 2실점)이 유일했다. 그 경기 포함 메이저리그 데뷔 후 치른 총 6번의 인터리그에서 류현진은 2승2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한 완봉승도 포함됐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나머지 경기에서 류현진이 얼마나 고전했는지 알 수 있다. 류현진의 내셔널리그 팀 상대 통산 성적은 21승 10패 평균자책점 2.84로 훨씬 좋다.
강팀에겐 약하고, 약팀에겐 강했던 내용에서도 조금 더 진화가 필요하다. 데뷔 후 5할 미만 승률 팀을 만났을 때는 16승 5패 평균자책점 2.35의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지만, 5할 승률 이상 팀들을 상대로는 7승 7패 평균자책 4.02로 고전했다.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약팀을 만났을 때는 6승1패 평균자책점 2.21, 강팀을 상대로는 3승3패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경향은 대부분의 투수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이지만, 리그 정상급 투수들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다저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의 경우 데뷔 후 5할 승률 이상 팀을 상대로 38승 25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 5할 미만 팀을 상대했을 때(49승 23패 2.63)보다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의 자존심과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잭 그레인키나 조시 베켓 등도 강팀을 만났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하지 않는다.
다저스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이고, 그런 만큼 강팀을 상대로 변함없는 피칭을 보여주는 투수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류현진이 리그 정상급 투수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면, 강팀을 상대했을 때도 ‘짠물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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