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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반만 완제품


입력 2014.07.09 15:17 수정 2014.07.09 16:42        박영국 기자

크라카타우포스코 조강생산량 60% 슬래브 상태로 판매…크라카타우스틸 독자 열연설비 투자

철강업계 "크라카타우포스코 생산한 저가 후판 국내 유입돼 공급과잉 심화 우려"

포스코가 70%의 지분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 전경.ⓒ포스코

포스코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 첫 일관제철소 사업이 결국 ‘반쪽’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포스코의 자국 열연시장 잠식을 우려한 인도네시아측 합작 파트너 크라카타우스틸이 열연설비를 단독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전체 조강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중간재인 슬래브 상태로 판매하게 된 것.

게다가, 그나마 절반 이하에 그치는 완제품 후판은 국내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철강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9일 포스코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 1단계 300만t 규모 설비는 열연설비 없이 슬래브(SLAB)와 후판만 생산한다. 중간재인 슬래브 상태로 180만t을 판매하고 완제품 후판으로 가공하는 규모는 120만t에 그친다.

이에 따라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완전한 형태의 일관제철소라는 상징성을 잃게 됐다. 일관제철소는 원료 투입부터 쇳물 제조, 제품 생산 등 모든 공정을 갖춘 제철소를 의미한다. 슬래브를 거쳐 후판, 혹은 열연 및 후공정까지 거쳐 수요산업에 바로 쓰일 수 있는 상태의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설비를 모두 갖춰야 비로소 일관제철소로 불릴 수 있다.

슬래브는 고로에서 나온 쇳물이 굳어진 덩어리로, 일종의 반제품 상태다. 슬래브를 재료로 후판압연기를 거쳐 후판을 만들거나, 열간압연기에서 열연강판을 만든다.

완제품인 후판 생산량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반제품인 슬래브 상태로 다른 제강업체에 공급하는 구조라면 크라카타우포스코는 ‘반쪽’ 이하의 일관제철소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후판은 조선, 해양플랜트 등에 주로 사용되며, 다른 분야로는 수요가 다양하지 않다. 자동차, 전자, 건설 등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은 대부분 열연을 거쳐 냉연, 도금 등의 후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지난 3월 7일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슬래브를 출하하고 있다.ⓒ포스코

포스코의 해외 첫 일관제철소가 ‘반쪽’이 된 이유는 합작 파트너인 크라카타우스틸의 견제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크라카타우스틸은 150만t 규모의 열연설비를 단독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냉연과 도금까지 연결한 일관공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되는 슬래브 180만t 중 100만t은 크라카타우스틸에 공급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50만t은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 30만t은 동국제강에 공급될 예정이다.

크라카타우스틸의 신규 열연설비가 가동될 경우 크라카타우스틸로 공급되는 슬래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결국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크라카타우스틸에 슬래브를 제공하는 데 할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유를 하자면, 두 사람이 동업해 밀가루 반죽 공장과 칼국수 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는데, 한 쪽이 별도로 자신만의 칼국수 공장을 세우고 합작 공장에서 나오는 반죽 중 상당 부분을 떼다 사용하겠다고 하는 모양새다.

박경서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크라카타우 스틸이 내린 열연라인 단독 투자 결정은 크라카타우포스코, 또는 포스코에 열연시장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열연 신규 설비를 가동하면 자사의 열연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을 염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포스코가 크라카타우의 열연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면서 “이같은 우려로 설비투자를 강행해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기보다는 합작 파트너사인 포스코의 노하우 습득에 주력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이같은 지적은 ‘딴 살림을 차린’ 합작파트너에 대한 포스코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해 준다.

나아가, 크라카타우스틸이 계속해서 포스코를 견제하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향후 크라카타우포스코가 계획하고 있는 2단계 제철소 역시 열연설비 없는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단 1단계 사업에 대해서는 열연설비를 추가할 계획이 없는 상태”라며, “2단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성을 검토한 뒤 추진해야 되고 구체적인 것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크라카타우포스코 생산한 저가 후판 국내 유입돼 공급과잉 심화 우려"

또 다른 우려는 가뜩이나 조선시장 불황과 후판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에서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생산한 후판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다.

아직까지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되는 후판이 충분치 않아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100% 정상 가동이 이뤄져 물량이 남아돌 경우 국내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후판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비용이 저렴한 인도네시아산 후판은 큰 유혹이 될 수 있다”며, “포스코가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된 후판을 국내로 들여와 수입대항재 내지는 현대제철 견제용으로 풀 경우 가뜩이나 만성적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시장은 더욱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시장은 이미 중국산 후판의 저가공세에 더해 지난 4월 현대제철이 당진공장 후판설비 50만t 규모 증설공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공급과잉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직접 크라카타우포스코 후판을 수입해 국내시장에 판매하지 않더라도, 종합상사 등을 통해 역수입하고 포스코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식으로 국내에 반입시킬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일단 크라카타우포스코 후판의 국내 반입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애초에 후판을 생산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인도네시아 내수를 중심으로 인근 동남아지역까지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후판을 국내까지 들여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저가의 인도네시아산 철광석을 사용할 수 있는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생산원가가 워낙 저렴해 물류비까지 포함하더라도 국내 생산 후판보다 가격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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