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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형 불황 닮은꼴? 엇박자 내는 두 경제수장


입력 2014.07.12 10:26 수정 2014.07.12 11:16        이혜진 기자

최경환 "그렇다" VS 이주열 "아니다"

전문가 "드러나는 증상 같아도 두 경제 기본구조 달라, 이미 한국형 장기침체 들어설수도"

최근 한국 경제가 일본형 불황을 답습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최경환 기재부 장관 내정자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두 수장의 한국경제 진단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가 일본형 경제 불황과 닮은 꼴이라는 경제전망을 놓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그렇다"며 일부 인정했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와달리 경제 전문가들은 장기침체 당시 일본이 처한 상황과 현 한국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저성장,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 지표로 나타나는 증상이 같다고 하더라도 경제의 기본구조가 다른 두 나라에 있어서 경기 침체의 원인과 전망과 해결책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최 후보자는 지난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언급하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 후보자는 내수의 취약성을 꼽으며 '기형적인 구조'라는 표현을 써가며 경기부양을 최우선 경제 과제로 꼽았다. 내수의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일본식 불황에 빠질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다. 기형적인 내수 구조를 풀어내지 못하는 이상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겨울일 수 밖에 없다고 최 후보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 수준을 심각한 상태로 인식하며 '일본형 불황의 답습'이라는 판단을 공식화했다. 반면 이주열 총재는 현 경기상황 진단에 있어 최 후보자와 온도 차를 보였다.

이틀 뒤인 10일 통화정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에둘러댔다.

이어 이 총재는 "(최 후보자의 발언을) 분발하는 자세, 경각심을 깨우자는 표현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며 비관적 전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와 달리 경제 전문가들은 두 경제수장의 엇갈린 판단 진위여부보다 '한국경제=일본형 불황 닮은꼴" 공식은 성립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놓고 봤을 때는 경기 침체의 선행조건들이 일본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당시 일본과 똑같이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축소 등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당시 일본은 기술력이 뛰어났지만 선진기술 도입해 일본을 추격해오는 신흥국에 쫓겨 많은 부분 내줄 수 밖에 없었고 우리도 현재 일본과 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형 장기침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 경제의 기본 구조상 다른 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는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고 우리는 반대로 수출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것. 내수부진으로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적어도 내수 불황으로 인한 장기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막연하게 비교하면 비슷한 모습이 많이 나타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차이점이 많다”며 “쉬운 예로 당시의 일본의 물가는 마이너스까지 내려갔지만 현재 우리 물가의 하락 수준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 지표들이 움직이는 방향이 아래를 향하는 점이 같다고 하더라도 경기침체의 정도는 분명히 다르다는 해석이다.

그는 “일본은 국가부채를 내부적으로 90% 이상 가지고 있어 딜레마를 겪고 있는데 그것도 우리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과잉투자 누적, 과잉고용, 금융 부실의 세 가지가 경기침체 10년을 끌었다고 스스로 분석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는 투자가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고용과 금융도 과잉, 부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양국의 경기 침체 원인을 다르게 분석했다.

굳이 일본형 장기불황에 비교하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가 이미 한국형 장기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 반등을 잊은 ‘바람 빠진 공’이 돼버렸다는 얘기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장기불황이 다른 것이 아니라 성장률이 내려갈 때는 쭉 내려가 놓고 올라올 때는 그만큼 못 올라오는 것”이라며 “일본형은 아니더라도 한국식 장기불황에 들어섰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후 한차례 반등하는 듯 싶더니 2011년 이후 4년 동안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2010년대의 절반을 지내왔는데 이 현상이 계속된다면 10년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 역시 “2011년 이후 계속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 지속되고 있어 소위 말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혜진 기자 (hattch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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