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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해야만 규명되나 특별법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4.07.27 10:06 수정 2014.07.27 18:02        조성완 기자

<세월호 100일 출구가 안보인다④-끝없는 특별법 공방>

일반법으로 가능한걸 특별법 만들기 정치권에 휘둘릴밖에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는 그간 주요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국민들을 슬픔에 잠기게 만든 ‘세월호 참사’를 두고서도 어김없이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야는 세부사항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25일에는 보상 부분을 빼고 진상조사위원회 부분만 논의하자는 제안까지 나왔지만 특별법 제정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가족들의 의사와는 달리 특별법이 여야 정쟁의 도구로 비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의 목적은 기존에 존재하는 일반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해당 현안에만 초점을 맞춘 ‘원 포인트’ 법안을 새로 만들어 내는 데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수시로 발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별법은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가 빚어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특별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특별위원회도 여야의 입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결국 특별법을 통해 도출해 낸 결과 역시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시작한 특별법, 결과도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판사 출신의 이재교 변호사(시대정신 대표)는 2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권이 특별법을 좋아하는 것은 일한다는 생색을 내기 위한 것”이라며 “특별법이 없이 일반법으로도 가능한 데 특별법으로 접근하게 될 경우 오히려 결론도 정치적으로 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일반법으로 진상조사 등을 포함한 문제해결이 가능한데 굳이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실제 피해자들이 원하는 철저한 진상규명보다는 정치권의 이혜관계가 작용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그간 제정된 각종 특별법의 경우 대부분이 시작부터 여야의 대립으로 인해 삐걱거리기 일수였다.

대표적인 법안이 ‘일제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3년 8월 발의됐지만 여야의 의견차로 상임위를 표류하다가 16대 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2004년 3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원안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정도로 ‘난도질’된 상태였다.

‘내곡동 사저 특별법’도 여야가 대치 상황 속에 결국 통과는 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만 준 결과’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특검이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도 진상규명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정쟁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유가족들의 입장보다는 아마 여야의 당리당략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유가족들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특히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기소권 부여 여부를 두고 새누리당은 ‘헌법체계’를, 새정치연합은 ‘유가족의 요구’라는 이유를 각자 내세우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했다.

세월호 100일 맞은 지난 24일에는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통과 전까지 입법활동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새누리당 역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간극은 전혀 메워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특별법이 다른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게 된 원인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등 상황만 악화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특별법을 두고) 정치적 공방만 벌이고 있다”며 “결국 진상을 밝히는 게 아니라 현 정부에 타격을 줄 것인가, 이를 막을 것인가 공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 터무니없는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법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향후에는 그런 방향으로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특별법, 시작단계부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도한 특별법 제정이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해 오히려 사회적으로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무슨 문제가 생길 경우 특별법을 만들어서 향후 생기는 문제에 적용하거나 소급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면에서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A라는 법이 만들어질 경우 국민들은 A법에 따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위법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간에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A법에 따라 계획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식의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과거에는 정당한 행동이 특별법으로 인해 위법행위가 되거나 처벌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동대표는 “기본적인 법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 사회적 현상이 진행돼야 하는데, 특별법을 통해 소급적용되거나 처벌이 강화되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가령 선박침몰에 관한 특별가중처벌법이 생길 경우 전문가들조차 헷갈리는데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법이라는 게 한번 제정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제정된 이후에는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특별법을 통해 선례를 남기게 될 경우 결국 기대수치가 높아지는 만큼 향후 제정될 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 당시 5·18 피해자들과 관련한 특별법을 제정해서 보상을 했는데, 다소 무리하게 보상해준 측면이 있다”며 “이후 역사적 사건의 경우 해당 보상을 기준으로 삼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그럴 때마다 ‘이게 세월호와 뭐가 다른가’라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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