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등 '비상경영' 하반기도 여전히 '안갯속'
삼성·현대차·SK 등 상반기 실적부진 '비상경영' 돌입
올 하반기 환율·통상임금·사내유보금 과세까지…'여전한 걸림돌'작용할 듯
국내 주요 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세월호 사태로 인한 내수 실종, 여기에 환율문제까지 겹치면서 국내주요 기업들이 머리를 싸매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더구나 올 하반기 전망도 그리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월 국내 경제전망을 '최악의 상황'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경제팀의 경기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이 여전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어닝쇼크’에 가까운 성적을 낸데 이어 현대기아차,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줄줄이 올 상반기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렸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 하반기 일제히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마른수건도 다시 짠다'는 심정으로 비용절감 노력과 신사업을 통한 위기돌파에 나섰지만, 올 하반기 반전을 노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올 상반기 기업들의 수출발목을 잡았던 원화절상(환율)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상임금, 근로시간단축, 정년연장 등 인건비 폭탄을 야기할 노동계 이슈가 산적했고, 여기에 기업투자를 빌미로 한 기업사내유보금 과세 등 기업규제 문제 등도 새롭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총수들은 건강문제나 사법처리 등으로 다수가 부재 중이다.
◇글로벌 시장 둔화 …비용절감, 마른수건도 짜낸다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강도 높은 비용절감과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곳은 삼성전자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현재 2개월째 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잠정실적 집계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둔화와 환율문제, 여기에 새로운 경쟁사들의 대두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도 힘겨워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비상경영 모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않좋다”면서 “비용절감의 일환으로 각 계열사 사업부별 예산도 대폭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가 임원 출장시 기존 비즈니스석에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위기감이 그만큼 팽배하다는 것이다. 모바일사업부는 숙박비 등 출장비용을 20% 줄였고, 임원들은 자진해서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의 25%를 반납했다. 삼성전자는 IM부문과 TVㆍ생활가전(CE)부문 상무급 이상 임원들은 26,27일 이례적인 워크숍을 갖고 3분기 실적개선과 비용절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임금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준비를 해온 상황이기 때문에 하반기 경영전략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경기불황과 환율 문제 등 하반기에도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은 만큼 무선사업부 등 실적 개선에 좀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2분기에 수입자동차들의 맹공과 환율로 인해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이로인해 정몽구 회장은 28일 기아차의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서울 양재동 본사로 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한뒤 비상점검에 나섰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올 상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원화강세 현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등 수출비중이 높은 주력계열사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다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환경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전 계열사에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이미 컨틴전시플랜(비상경영계획)을 가동한 상태다. 환율 급변 상황에 대비해 24시간 환율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현지 통화 결제 비율을 늘려 수익성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LG그룹은 올해들어 LG전자ㆍLG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들의 선전으로 상당히 고무돼 있다. 특히 전략 스마트폰 `G3`가 국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LG스마트폰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LG화학은 업황 부진으로 최근 실적이 둔화됐지만 석유화학, 정보소재, 전기차배터리 등 전 사업군에 걸쳐 확실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본무 회장은 최근 부쩍 `내실경영`을 강조하면서 시장선도 제품군의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환율 변동성의 증가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 속에서도 미래 준비를 착실히 하기 위해 매년 R&D 투자액을 늘려왔다”며 “특히 R&D투자의 대부분은 신시장 창출을 위한 선행 R&D 투자 및 소프트웨어 우수 인재 조기 발굴과 육성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부진에 오너 리스크까지
최태원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현재 수감중인 SK그룹은 지난 2분기에 하이닉스가 2조원 영업이익을 내면서 견조한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다.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이 적자전환했고 `이동통신 빙하기`를 지나고 있는 SK텔레콤도 큰 폭의 이익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K그룹으로서는 그 어느때보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총수부재로 추진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당분간은 `되는 사업`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워 위기를 헤치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오는 2015년까지 하이닉스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공장과 클린룸을 건설하면서 성장동력원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공장에 신규 팹(FAB)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신규 팹이 완공되면 SK하이닉스의 미래 경쟁력이 한층 강화돼 또 한 번의 도약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는 시장의 분위기가 좋기는 하지만 하반기에도 위기 의식을 갖고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라며 “올해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처럼 하반기에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과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경영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 등도 탈세 등의 혐의로 법정공방 중이고 고령의 조 회장은 건강이 악화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도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공판을 벌이고 있는데 건강상의 문제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그룹 컨트롤역할을 해야하는 총수들의 공백에 통 큰 투자와 신속한 속도경영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엎친데 덥친격 …사내유보금 과세 추진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은 무시한 채 ‘경기 안 좋은데 투자가 없다’면서 기업투자금으로 확보해놓은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궈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에게 과세를 하는 것은 이중과세이고 사내유보금이 줄어들어 자기자본 확충이 둔화되면 재무구조 악화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리스크에 대비하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싶어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기업들 상황을 외면한채 투자를 강제하면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면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저해 규제완화, 기업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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