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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7시간' 김기춘의 답변이 묻힌 이유가...


입력 2014.08.11 11:08 수정 2014.08.11 11:24        최용민 기자

속기록 보면 김 실장 일관되게 '경내에서 집무중" 밝혀

"어디에 있었는지는 중요치 않아...본질은 대처 내용"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월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기관보고에 앞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고가 확인된 상태에서 대통령님은 어디 계셨어요? 집무실에 계셨어요, 아니면 관저에 계셨어요?(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통령께서는 말이지요. 저희들은 출퇴근 개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경내에 계시면 어디든지가 대통령 집무실입니다."(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대통령께서는 그날 몇시에 출근하셨습니까? 그것을 분명히 한번 말씀해 보세요."(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동선이라 할까 위치는 항상 비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김기춘 비서실장)


지난달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야당 의원과 김 실장이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의 속기록이다. 이날 업무보고의 주요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졌다.

이 내용을 보면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사건의 본질보다는 세월호 참사 당인 박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가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박 대통령이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가 아니라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그날 청와대 경내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당시 24차례 서면과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한편 야당 측 의원들은 업무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몇시에 출근을 했는지에 대해서만 의혹을 가지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그럼 관저에 계셨나요?"라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대해 "청와대 내에 계셨습니다. 그러나 어디 계셨는가는 경호상 제가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대통령께서 출근하실 때 경호를 하실 텐데, 몇 시에 출근하셨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김기춘 실장의 이날 답변을 속기록을 통해서 보면 일관되게 대통령이 '경내에서 정상적인 집무를 하고 있었다'고 확인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항상 경내에 계시기 때문에 어디에 계시든 대통령 보고를..."

"(비서관들은) 출퇴근 개념이 있지만 대통령께서는 경내에 계시면 어디든 집무실입니다."

"대통령이 어디 계신지 모른다는 것은 대통령이 경내에 계셔도 우리가 경호상 그 위치를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


이 발언들은 야당의원들의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내용 보다는 박 대통령이 언제 출근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뒤덮이면서 결국 사생활 문제로까지 번지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우익 신문인 산케이 신문은 지난 3일 출처 불명의 증권가 정보지를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침몰 당일 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내보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접촉한 남성과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것.

이에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도 해당 기사에 대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내용"이라며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보수단체가 박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출국금지하는 한편 오는 12일 출석을 통보했다.

결국 야당의 정치 공세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박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로 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 관심을 갖는 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라며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일종의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케이 신문 보도에 대해서도 "이건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강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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