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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뽑아놓고 흔들기...새정치련 뿌리깊은 흑역사


입력 2014.09.13 07:43 수정 2014.09.15 11:26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2012년 4.11 총선후 9번이나 대표 교체

당대표가 의견 구하면 흘리고 말안하면 반대하고...

한명숙 대표가 4.11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문성근 당대표 권한대행, 이해찬 대표, 문재인 대통령 후보 겸 당대표 권한대행, 박기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문희상 비대위원장, 김한길 대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 이르기까지 새정연의 전신인 민주당과 그를 이은 새정연은 2년 5개월 내내 당대표의 수난이 이어졌다.ⓒ데일리안

박영선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새누리당 출신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영입하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박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직에서 조기에 끌어내리고, 의원총회가 위임한 비대위 구성권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다면 지난 2012년 4.11 총선 이후 2년 5개월 동안 9번째 당대표 교체가 된다.

한명숙 대표가 4.11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문성근 당대표 권한대행, 이해찬 대표, 문재인 대통령 후보 겸 당대표 권한대행, 박기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문희상 비대위원장, 김한길 대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 이르기까지 2년 5개월 내내 당대표의 수난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한명숙 대표와 이해찬 대표, 김한길 대표, 안철수 대표는 정해진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 이 대표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사퇴했으며, 김 대표와 안 대표는 7.30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책임에 걸맞는 권한이 주어진 것도 아니었다. 김 대표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출판기념회, 조의금, 식비 제한은 당내 의원들의 무시에 자연스럽게 사장됐다. 안 대표와 문재인 의원의 대선 공통공약이었던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도 당내 반발에 부딪혀 시도 자체가 무산됐다.

박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대표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나섰지만, 1차 합의안은 의총에서 부결됐고, 2차 합의안은 유가족들의 반발에 추인이 미뤄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협상 전권을 가졌음에도 당으로부터 협상 결과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역시 54명의 당내 의원들이 박 위원장의 결정에 반대하는 연판장에 서명을 했고, 일부 중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박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자칫 박 위원장이 이 교수 영입을 강행한다면 강제로라도 박 위원장으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박탈할 태세다.

결국 박 위원장도 당대표로서 무엇 하나 자신의 뜻대로 이뤄보지 못 하고 불명예 퇴진의 기로에 놓였다.

구(舊)민주당 시절부터 당권을 잡았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민주당은 너무 민주적이어서 문제다”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손으로 당대표를 뽑아놓고도 당대표가 추진하는 정책들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문화 때문인지, 소수 의견이 지도부의 결정을 뒤엎을 때도 있다.

반면, 당 지도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세력은 말한다. 당원의 의사를 묻지 않는 당 지도부의 결정을 독재이고 독단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대대로 입이 가볍다. 언제나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당내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 언론으로 흘러들어갔다. 결정 시까지 비공개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 공개되면 결과는 빤하다. 여야 협상에선 협상력이 약화하고, 인선 시엔 공식 영입 제안 전에 상대방에 부담을 줘 인사가 무산될 수 있다.

이처럼 때때론 먼저 결단하고 후에 양해를 구하는 비민주적인 방식이 불가피하지만, 당내 의원들은 이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당대표가 먼저 의견을 구하면 외부에 흘리고, 후에 의견을 구하면 반대할 것이라면 뭣 하러 대표를 뽑는 건지 모르겠다. 의사 대리인만 뽑아 모든 안건을 표결에 붙이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 아닌가. 권한 없이 책임만 지는 대표라면 앞으로 누가 당권을 잡으려 할지 의문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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