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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특구 명동서 본 엔저의 습격 "일본인은 없다"


입력 2014.09.26 16:12 수정 2014.09.26 16:25        이충재 기자

전문가들 "통화정책 결정에 '엔저 파장' 반영해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일본 손님은 이제 없어요. 작년에 비하면 절반, 재작년에 비하면 반에 반이죠.”

엔저 공포가 관광특구 명동을 엄습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 명동 상가들의 매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26일 찾은 서울 명동 일대의 상인들은 “이제 일본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원·엔 환율에 한국 관광과 쇼핑에 부담이 커진 일본인의 발길이 끊겼다. 백화점에서 지갑을 열었던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리 상품에는 인색했다.

한 화장품 매장의 직원은 “여기는 외국인 손님으로 장사를 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이찌방 야쓰이데스요(가장 싸다)’ ‘야쓰이야쓰이(싸다)’하고 일어로 손님을 잡았는데, 요즘은 거의 하지 않는다”며 “중국인들이 대부분이고 일본인들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길 건너편 백화점 면세점을 가득 메웠던 일본인들도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는 중국인들이 점령했다. 붉은색 명찰을 단 중국인 판매직원이 주요 매장마다 자리했지만, 일본인 판매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일본 손님은 작년에 비해 절반정도 줄어들었고, 재작년에 비하면 60% 이상 줄었다”며 “일본인 손님들은 구경만 하고 구매는 하지 않는 ‘아이쇼핑족’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 통계포털인 서울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을 방문한 일본인은 133만 5626명으로 지난해보다 13.68% 감소했다. 쇼핑1번지의 상인들이 체감하는 인본인 손님은 ‘반에 반 토막’으로 더 컸다.

문제는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가 사라진 명동 거리의 시름이 우리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위기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이 경기부양에 드라이브를 건 우리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가속화된 엔화는 지난 13일 100엔당 1000원선이 붕괴된데 이어 최근 956원대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11년 10월 평균 100엔 당 1499원에서 36%나 하락한 결과다. 하락곡선은 최근 2개월에만 7.3%로 금융권에서는 ‘낭떠러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엔저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많다”며 엔저에 따른 통화정책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원장은 “유럽의 양적완화 추이 등을 봐가면서 통화에 대한 방향성을 금융정책에 반영해야 할 때”라며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엔화 가치 하락 등 환율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엔저 우려가 깊어질수록 기준금리 인하 압력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할 경우, 원ㆍ엔 환율이 더 떨어져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며 엔저 공습에 대비한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수출 증가율이 급락하고, 기업 영업이익이 악화되는 등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과거 원·엔 환율 하락 이후 발생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은 “미국 금리인상은 이미 2012년 6월 이후 56%나 절상된 원화의 엔화에 대한 절상을 더욱 가속화시켜 내년에는 100엔 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불황형 흑자 교정을 위한 내수 진작과 금리-환율 정책조합 운용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의 절상폭이 훨씬 커서 절상 무역수지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은행 금리 추가 인하와 함께 외환시장 불안정을 줄이는 미세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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